대구·광주·서울 다 아니다…오늘 41도 넘은 '이 지역' (+심상치 않은 다음 주 날씨)
작성일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 기록 경신
대구도, 광주도, 서울도 아니었다. 오늘(31일) 낮 12시36분, 국내에서 가장 먼저 40도를 넘긴 곳은 경남 양산이었다. 31일 오후 1시 40분 양산의 기온이 41.4도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최고기온은 2018년 8월1일 강원 홍천에서 관측된 41.0도였는데, 8년 만에 새 기록이 나온 것이다. 통상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게 오르는 시각이 오후 3~4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기록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양산의 이상 고온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9일과 30일 이틀 연속 40.3도까지 올랐던 기온이 열이 계속 쌓이면서 이날 더 높은 수치를 찍었다. 사흘째 40도를 넘어서는 시점도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29일에는 오후 3시30분쯤, 30일에는 오후 1시10분쯤 40도를 넘었는데 이날은 낮 12시36분에 이미 40도대에 진입했다.
국내에서 사흘 이상 기온이 40도를 웃돈 사례는 1973년 근대적 관측망이 갖춰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는 2018년 8월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40도를 넘긴 경기 안성(고삼), 같은 해 8월1일부터 나흘 동안 40도 이상을 기록한 경북 영천(신녕) 사례였다.
기상청은 이 같은 남부지방의 이상 고온 원인으로 지형적 요인과 대기 흐름을 함께 짚었다. 양산은 동쪽으로 천성산, 서쪽으로 신불산 등 산줄기에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 뜨거워진 공기가 잘 빠져나가지 못한다. 여기에 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공기가 산을 넘어 내려올 때 기온이 오르는 이른바 '푄 현상'까지 겹쳐 더위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풍이 강하게 불고 있고 공기가 산맥을 오르고 내리면서 발생하는 푄 현상으로 남부지방이 특히 더운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음 주는 동풍으로 바뀌어 기온이 다소 내려가겠지만 고온 날씨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반도를 뒤덮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함께 가열되고,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까지 유입되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경남 창원·김해·양산과 부산 중부·서부에는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그 밖의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북창원 37.7도, 김해 38.2도, 부산 금정구 38.9도를 기록했고, 체감온도는 서울 32.8도, 강릉 34.8도, 충주 32.1도, 광주 35.1도, 대구 33.6도, 제주 34.5도까지 올랐다.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열대야도 계속되고 있다. 전날 밤 최저기온은 서울 25.9도, 강릉 28.6도, 여수 26.2도, 부산 27.3도, 양산 26.9도, 김해 26.2도, 대구 26.1도, 창원 25.5도, 제주 27.6도로 집계됐다. 서울은 9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온열질환 피해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29일까지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신고된 환자는 총 1638명, 사망자는 1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779명, 사망 16명 포함)과 비교하면 전체 환자 수는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올여름 중증 온열질환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의 80.1%는 실외에서 나왔고, 이 중 26.9%는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어지럼증과 두통, 구토, 심한 피로감, 의식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겨 체온을 낮춰야 한다"며 "증상이 심하거나 의식이 명료하지 않을 경우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거나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산시 현장에서는 폭염과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양산시는 최근 폭염중대경보가 일주일째 이어지자 이날부터 민간 살수차 3대를 추가로 투입해 총 11대를 운영 중이다. 살수차 한 대가 쓰는 물의 양만 70~80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뿌린 물도 40도가 넘는 날씨에는 5분여 만에 말라버릴 정도지만, 도로와 주변 공기 온도를 낮춰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공사장 비산먼지를 잡는 효과가 있다.
폭염은 가뭄과도 맞물리고 있다. 남부지방에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9일까지 한 달간 평균 143.2㎜의 비가 내려 평년 같은 기간 강수량(271.7㎜)의 52.4%에 그쳤다. 낙동강 유역 다목적댐 중 안동·임하댐, 성덕댐, 밀양댐의 가뭄단계는 4단계 중 두 번째인 '주의' 단계로 올라섰다. 성덕댐과 밀양댐 저수율은 30%대, 안동·임하댐은 40%대로 예년 대비 각각 60%, 45% 수준의 물만 남아 있다. 섬진강댐과 영산강 평림댐도 가뭄단계 '관심'이 발령된 상태로, 저수율은 각각 26.6%(예년 대비 40% 수준), 56.2%(예년 대비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분간 무더위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달 1~2일 전국 낮 최고기온은 32~38도, 3일은 31~38도로 예보됐다. 최신 중기예보에서도 다음 달 2일부터 9일까지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아침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고, 낮 기온은 평년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경남권에 집중됐던 폭염은 다음 주부터 서울 등 서쪽 지역으로 번질 전망이다. 다음 달 3~9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24~27도, 낮 최고기온은 33~39도로 평년보다 높게 예보된 가운데, 서울 낮 최고기온은 다음 달 2일까지 34도를 유지하다 3일 35도, 4일 36도, 5일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강혜미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다음달 3일쯤부터 동풍이 유입되면서 서쪽 지역 기온이 더욱 오르게 된다"며 "상층 고기압도 당분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괌 동쪽 해상에서 서북서진 중인 제13호 태풍 '돌핀'도 변수다. 태풍이 남쪽으로 치우쳐 이동하면 한반도에 동풍이 강해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서쪽 지역 기온이 예상보다 더 오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건강위해 통합정보시스템의 전국 온열질환자 발생 위험도는 이날 0시 기준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음 달 3일까지 이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외 작업자는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마다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