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그러게 하지 않으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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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인스타그램에 글 올렸다가 삭제

칼럼니스트 허지웅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두겠다고 SNS에서 밝혔다. 다만 해당 글을 삭제한 까닭에 현재는 볼 수 없다.

칼럼니스트 허지웅(왼쪽·인스타그램)과 이재명 대통령(뉴스1).
칼럼니스트 허지웅(왼쪽·인스타그램)과 이재명 대통령(뉴스1).

허지웅이 7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진과 함께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더 이상 여당과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적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허징웅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앞서 수사기관의 준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지웅은 "보완수사권 폐지보다 경찰의 역량 강화와 피해자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허지웅은 민주당 강경파를 겨냥해 "민주당의 목소리 큰 자들이 기어이 반도의 자코뱅이 되겠다는 데 자기 정치생명 대신 시민의 일상을 인질로 삼는 건 무슨 염치인가"라고 적었다.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해선 "정청래는 로베스피에르"라며 "과격한 자들의 사적 복수심이 공동체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 내부를 두고도 "자코뱅을 진압하지 못하는 지롱드는 존재 의미가 없다"며 "고치는 대신 전부 부숴버리겠다는 자들의 종교적 열정을 시민들은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코뱅은 프랑스 혁명기 급진 정파다. 반대파를 대거 처형한 공포정치를 주도했다. 로베스피에르는 그 자코뱅을 이끌며 공포정치의 핵심으로 꼽힌 인물이다. 지롱드는 자코뱅과 대립한 온건 정파를 가리킨다. 민주당 강경파를 자코뱅과 로베스피에르에,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여당 온건파를 지롱드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허지웅은 "그로 인해 벌어질 소요와 역사의 퇴행은 모두 당신들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의 글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허지웅이 글을 올린 다음날인 7월 31일 국회는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대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하고 경찰이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도록 규정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24시간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표결로 종료한 뒤 오후 4시 34분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공소기각 요건 확대를 담은 해당 개정안에 반대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의결된 사항이고, 법안 논의 과정에서 여러 우려를 전달했고 많이 반영됐다"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개정안이 통과한 뒤 공지를 내고 "청와대는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시행되고, 국민께서 삶 속에서 그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야권은 검사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가 골자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표결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방금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의 필리버스터가 끝났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이 법안이 '이재명 탈옥법'이라는 오명을 받기 싫다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직후 논평에서 "경찰 수사의 빈틈을 메우고 억울한 범죄 피해자의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해온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그들만의 피해의식'에 기댄 정치 보복과 오직 이재명 대통령 한 사람의 셀프 사면을 위해 공소 취소를 '공소기각'이라는 이름으로 갈아 끼운 꼼수로 얼룩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끝내 밀어붙인 민주당은 그 모든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수사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억울한 피해자가 늘어나도, 흉악 범죄자를 놓쳐도 그 모든 피해는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며 "이 사법 참사를 만든 민주당도, 자리를 던지고 떠난 수장들도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본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소수를 억울하게 하고 소수에게 피해를 주는 정책은 그나마 굴러갈 수 있는데, 국민 대다수를 억울하게 하고 피해를 주는 정책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밀어붙이는 정부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공소기각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며 "결국 거기에 본질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법이 필요하냐 아니냐의 문제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응원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을 본인들도 인정한다"며 "역사상 이렇게 사법 후퇴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 치욕적인 날이며, 더 이상 여기서 후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국민이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제 옆에 아까 내내 앉아 계셨는데 한 말씀 드린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당신이 막을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직을 걸고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