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앞장... 서울의 한 고교 시험서 벌어진 황당한 '집단 커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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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다 같이 합격하길 기원하는 마음”

시험 도중 한 학생의 노트북 화면이 교실 앞 스크린에 그대로 떠올랐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작성한 답안이었다. 담임교사가 이 답안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반 전체가 볼 수 있도록 화면에 띄운 것이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서 벌어진 자격시험 부정 정황을 YTN이 7월 31일 단독 보도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스크린에 뜬 답을 받아적은 학생은 원래 답안을 작성한 학생과 모든 영역에서 같은 점수를 받고 시험에 합격했다. 시험 주관사는 응시자가 시험 도중 타인의 도움을 받을 경우 결과를 무효 처리하고 최대 3년 동안 응시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합격 자체가 취소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가 된 시험은 이 학교가 매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인공지능 활용 능력 평가 민간 자격시험이다. 부정 정황이 드러난 시험은 지난해 8월 진행됐다. 시험이 이어지던 도중 교사는 A 학생의 답안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A 학생은 "노트북으로 시험을 보고 있는데 담당 선생님이 뒤에서 노트북 화면을 계속 사진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A 학생은 문제를 다 푼 뒤 고개를 들고 나서야 자신의 답안이 교실 앞 스크린에 띄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 학생은 "칠판에 내가 쓴 답들이 1번은 무엇, 2번은 무엇이라는 식으로 선생님을 통해 모두 적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답을 베끼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시험이 끝난 뒤 다른 선생님이 '왜 떠먹여 줘도 못 떠먹느냐, 눈이 있는 것이냐'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시험은 주관사가 노트북 카메라를 통해 비대면으로 실시간 감독을 하던 상황이었다. 감독관이 화면 너머로 지켜보는 가운데 부정행위가 이뤄진 셈이다. 답안을 따라 쓴 학생은 교사가 직접 말로 지시하는 대신 화면에 글을 띄워 부정행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B 학생은 "시험 도중 큰 스크린에 메모장을 띄워 놓고 힐끔힐끔 답을 보고 베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그것을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고, '이렇게까지 시험을 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해당 교사는 학생의 문제 제기에 답안을 공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 같이 합격하기를 원하는 마음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우리끼리만 알고 넘어가면 된다며 학생을 설득하려 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교사와 학생의 통화 녹취에는 교사가 직접 이를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사는 "공정하지 않고 편법을 쓴 것은 맞다. 좋지 않은 방법인 것도 안다. 그러나 우리 학교 입장,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다 같이 합격되면 좋으니까…. 우리끼리 알고 넘어가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YTN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교사는 따로 할 말이 없다며 학교에 문의해 달라고만 답했다.

학교 측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교사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사위원회 회부는 교직원의 비위 의혹에 대해 학교가 공식 징계 절차에 착수한다는 의미다. 회부가 이뤄지면 위원회는 제기된 사실관계를 심의한 뒤 경고와 견책부터 감봉, 정직, 해임, 파면에 이르기까지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