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마저 “지금 일본은 위험합니다... 여러분 절대 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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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사망할 정도로 폭염 심각”

손에 쥔 휴대용 온도계가 44도를 넘어섰다. 집을 나선 지 1분 만이었다. 카메라를 든 유튜버의 목소리에는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무리예요. 등이 다 젖었어요."
나고야에 사는 일본인 미노리씨가 한국 구독자에게 던진 경고는 단호했다. "지금 일본은 위험합니다. 여러분 오지 마세요." 미노리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미노리일기'에 최근 올라온 영상 제목이자 미노리씨 모녀가 폭염 현장을 돌며 반복한 당부다. 한국 시청자를 상대로 한국어로 영상을 만드는 미노리씨는 직접 걸으며 촬영한 화면과 현지 방송 뉴스를 엮어 "지금은 일본 여행을 추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미노리씨는 나고야 거리를 걸으며 "조금만 걸어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미노리씨가 든 온도계는 그늘에서도 43도, 곧이어 44도를 가리켰다. 관측소 공식 기온이 아니라 아스팔트 복사열이 반영된 수치지만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다는 게 미노리씨 설명이다. 미노리씨는 "예전에는 열사병이 주로 어르신에게 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전혀 아니다"라며, 실내나 쇼핑몰에서도 쓰러지는 사람이 나온다고 전했다. 반려견 고무를 데리고 나선 산책길에서도 "바닥이 최악"이라며 연신 물을 먹였다.
미노리씨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7월 21일 기후현 다지미시의 최고기온은 40.3도까지 올랐다. 아이치현 도요타시가 40.1도, 기후현 구조시 하치만 지구가 40.0도를 기록하며 전국 3개 지점에서 40도를 넘겼다. 최고기온 40도 이상인 '혹서일(酷暑日)'이 올해 일본에서 처음 나온 날이다. 도요타시와 하치만 지구의 기온은 해당 관측소 역대 최고치였다. 이날 전국 914개 관측지점 가운데 278곳에서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올랐고, 열사병 경계 알림은 올해 가장 많은 43개 지역에 발표됐다. 도쿄 도심도 36도까지 올라 올여름 처음으로 폭염일을 기록했다.
폭염은 하루로 그치지 않았다. 7월 22일 미에현 구와나시가 40도를 넘겨 이틀 연속 혹서일이 이어졌고, 사흘째인 7월 23일에는 기후현 게로시 가나야마가 40.4도를 기록했다. 같은 날 폭염으로 레일 온도가 기준치를 넘자 JR도카이는 다카야마선과 이다선 일부 구간의 운행을 1시간 30분가량 멈췄다. 재래선에서 레일 과열로 열차를 세운 것은 이 회사에서 처음이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일본 총무성 소방청 집계를 보면 7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 동안 열사병으로 병원에 이송된 사람은 1만857명에 달했다. 직전 주(4580명)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로, 이 가운데 14명이 숨졌다. 지난 6월 한 달간 이송 인원(4064명)과 비교해도 두 배를 넘어섰다. 이송자의 절반 이상은 고령자였다. 지역별로는 오사카부가 1041명으로 가장 많았고, 65세 이상이 6734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도쿄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도쿄도 감찰의무원에 따르면 올여름 도쿄 23구에서 열사병으로 숨진 사람은 7월 22일까지 20명으로 집계됐다. 열사병 사망은 야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빈번하다. 지난해 도쿄 23구의 실내 열사병 사망자 가운데 약 85%는 에어컨을 쓰지 않았거나 아예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는 2024년 열사병으로 역대 최다인 2160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염이 길어지자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도쿄도는 올여름부터 정장과 넥타이 대신 티셔츠와 반바지, 운동화 차림 근무를 권하고 있다. 도쿄의 여름 기후는 이미 동남아시아 대도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 해양대기청(NOAA)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도쿄의 7~8월 기온과 습도는 태국 방콕, 싱가포르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고야가 유독 더운 이유로 미노리씨와 지인들은 분지에 가까운 지형과 높은 습도를 꼽았다. 이들은 "비가 내려도 시원해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저녁이 되면 선선했는데 이제는 하루 15시간이 30도를 넘는다"고 입을 모았다. 미노리씨는 굳이 일본을 찾겠다면 그나마 홋카이도를 권한다면서도 7~9월은 피하는 게 낫다고 했다.
영상에는 폭염 관련 일본 누리꾼 반응도 담겼다. "사우나에 들어온 줄 알았다", "외출할 때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는 생명줄"이라는 반응과 함께 "40대면 아직 젊은데 사망할 정도라니 절대 가볍게 봐선 안 되겠다", "심하면 뇌에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적지 않다더라"는 우려가 소개됐다.
당분간 더위가 꺾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 기상청은 9월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확장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일본 열도를 오래 뒤덮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