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법원, Suno에 저작권 침해 판결…6곡 그대로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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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법원, AI 음악생성기 Suno 저작권 침해 확정
GEMA가 제기한 6곡 소송서 완승…미 공정이용 방어도 실패

독일 뮌헨 지방법원이 AI 음악 생성 서비스 Suno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독일 음악저작권 협회 GEMA가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금지청구, 정보공개, 손해배상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아템로스 두르히 디 나흐트(Atemlos durch die Nacht)”, “라스푸틴(Rasputin)” 등 6곡이 Suno의 v3.5·v4 모델 안에 그대로 저장돼 있다가 출력물로 재현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작곡 저작권만 다뤘고 가사는 쟁점이 아니었다. 판결은 7월 31일(현지시각) 나왔으며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아직 확정되지 않은 1심 판결로, Suno는 상급심에 항소할 수 있다.
6곡에서 확인된 “기억” 현상
GEMA는 2025년 1월 뮌헨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뮌헨 지방법원 42민사부가 맡았고, 엘케 슈바거(Elke Schwager) 판사가 재판장을 맡았다. GEMA는 독일 내 회원 약 9만5000명과 전 세계 200만 명이 넘는 권리자를 대표한다고 밝혔다. 소송의 근거가 된 곡은 “아템로스 두르히 디 나흐트”, “대디 쿨(Daddy Cool)”, “라스푸틴”, “빅 인 재팬(Big in Japan)”, “포에버 영(Forever Young)”, “맘보 No. 5(Mambo No. 5)” 등 6곡이다.
GEMA 법률팀은 각 곡의 원곡 가사와 음악 스타일, 제목만 Suno 프롬프트 창에 입력했다. 멜로디·화성·리듬·편곡에 대한 구체적 지시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Suno는 원곡의 핵심 요소를 그대로 담은 결과물을 내놓았고, 재판부는 곡의 복잡성과 길이를 감안하면 우연의 일치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현상을 AI 연구에서 “기억(memorization)”이라 부르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모델이 학습 과정에서 일반적 패턴만 익히는 게 아니라 훈련 데이터의 구체적 내용을 파라미터 안에 저장해뒀다가 출력물로 다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뮌헨 지방법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여섯 곡은 독일 내 서버에 저장된 v3.5·v4 모델 안에 “재현 가능한 형태로”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uno는 “모델은 곡을 저장하는 게 아니라 수학적으로 학습한 패턴과 일반화된 특징만 갖고 있으며, 출력물의 유사성은 사용자의 프롬프트와 통계적 상관관계의 결과”라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책임은 사용자가 아니라 Suno에 있다
재판부가 주목한 또 다른 지점은 책임 소재다. Suno는 사용자가 직접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의도적 개입”이 있었던 만큼 모델과 결과물 사이의 인과관계가 끊어졌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GEMA가 사용한 프롬프트는 “단순하고 개방적(simple and open-ended)”이었을 뿐이고, 실제로는 Suno가 모델을 운영하고 학습 데이터로 쓸 곡을 선정했으며 아키텍처와 기억 현상에 대한 책임도 Suno에 있다고 봤다. 즉 출력물을 “실질적으로 결정”한 주체는 Suno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음악 생성을 위해 생성기를 제공하는 행위 자체만으로 이미 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단이 상급심에서도 유지된다면 다른 AI 음악 서비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Suno는 독일 저작권법상 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 예외 조항도 방어 논리로 들었다. 자동화된 콘텐츠 분석을 일정 조건에서 허용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예외가 법원이 확인한 수준의 기억 현상까지는 포괄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국 공정이용 방어도 통하지 않았다
법원은 저작권관리단체에 적용되는 특별 관할 규정을 근거로 미국에서 이뤄진 학습 행위에 대해서도 재판권을 행사했다. 이 부분에는 미국법을 적용했는데 결과 역시 Suno에 불리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미국의 바르츠(Bartz), 캐드리(Kadrey) 판례를 구분했다. 두 미국 판례에서는 학습 데이터가 출력물을 통해 사용자에게 실질적으로 노출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었고, 그래서 미국 법원은 AI 학습을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으로 보고 공정이용을 인정했다. 반면 Suno의 경우 단순한 입력만으로도 원곡과 “실질적으로 유사한(substantially similar)” 결과물이 나왔다는 차이가 있다고 봤다. 미국 연방최고법원의 워홀(Warhol) 판결이 제시한 공정이용 판단 요소 전부가 Suno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저작권 업계에서는 앤트로픽 사례도 함께 언급된다. Variety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저작자들에게 저작권 합의금 15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담당 판사는 학습 자체는 공정이용이지만 학습 자료를 불법으로 확보한 것은 별개 문제라고 봤다. Suno를 둘러싼 유튜브 관련 의혹도 비슷한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스트림리핑 의혹과 커진 소송전
재판부 보도자료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Suno가 “스트림리핑(stream-ripping)” 기법으로 유튜브에서 음원을 추출했고, 다운로드를 막기 위한 기술적 보호장치인 유튜브의 “롤링 사이퍼(Rolling Cipher)”를 우회했다는 내용이다. Variety에 따르면 최근 404 Media가 Suno 내부 데이터 유출 관련 보도에서 Suno가 유튜브 자료를 불법으로 긁어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이는 데이터를 학습에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넘어, 기술적 보호장치를 무력화한 행위 자체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번 판결은 뮌헨 지방법원 42민사부가 2025년 11월 챗GPT의 독일어 가사 사용을 두고 오픈AI에 패소 판결을 내린 데 이어 GEMA가 거둔 또 다른 승리다. GEMA 최고경영자 토비아스 홀츠뮐러(Tobias Holzmüller)는 “도난당한 지적재산 위에 세워진 AI 모델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재판부가 오늘 분명히 했다”며 “AI 서비스 제공자는 회원들의 작품을 무료로 가져다 쓰는 대신 라이선스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GEMA 법률고문 카이 벨프(Kai Welp)는 “학습이 어디서 이뤄지든 뮌헨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면서도 “저작권법이 불리한 국가로 회사들이 옮겨가는 것을 막으려면 유럽 입법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uno는 판결에 반발했다. 회사 측은 “우리는 누구나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돕겠다는 믿음으로 Suno를 만들었다”며 “처음부터 기존 곡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곡을 만들도록 모델을 학습시켰고, 그에 맞는 보호장치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우리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과 이용 방식, 미국법 적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며 항소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Suno를 둘러싼 소송전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는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소니뮤직을 대신해 2024년 6월 Suno와 경쟁사 유도(Udio)를 상대로 “대규모 침해”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워너뮤직그룹은 2025년 11월 Suno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합의했고, 이 과정에서 워너의 음악 이벤트 플랫폼 송킥(Songkick)도 Suno에 인수됐다. 반면 유니버설뮤직그룹과 소니뮤직은 여전히 Suno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가고 있고, 유도는 유니버설·워너와는 합의했지만 소니뮤직과는 계속 다투고 있다. 덴마크 저작권관리단체 코다(Koda)도 별도로 Suno에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Suno는 최근 4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54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회사는 지난 2월 기준 유료 구독자 200만 명을 넘겼고 연간 매출 3억 달러 규모를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18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Suno와 유도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