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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에너지시설 공습 임박설에 시장 '촉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주말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뛰고 글로벌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공습이 현실화하면 세계 원유 공급망의 핵심인 이란 석유·가스 시설이 직접 타격을 받게 된다. 유가 상승과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맞물리며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CBS 방송은 1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에너지 시설을 상대로 지금까지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공습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번 주말 사이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최종 개시 명령을 내리지는 않은 상태라고 CBS는 전했다.
주목할 대목은 작전 시점을 놓고 금융시장 개장 시간이 변수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CBS는 미국 측이 공습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3일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작전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종료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새 공습을 지시했으며, 작전이 주말에 시작돼 며칠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적 진전이 있으면 공격 계획이 바뀔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 같은 우려는 그간 미·이란 충돌이 시장에 남긴 궤적에서 비롯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양측 무력 충돌이 격화할 때마다 유가는 급등하고 주가는 밀리는 흐름이 반복됐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달 공습 재개 당시 한때 배럴당 83달러를 넘어섰고, S&P500 지수는 반도체주 약세까지 겹치며 상승세가 꺾였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위협하자 지난달 29일 브렌트유는 하루 7.9% 뛴 배럴당 90.74달러에 마감했고,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6% 올랐다고 CNBC가 보도했다. WSJ은 유가 불안이 미국과 유럽, 영국의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며 채권 강세 심리가 급격히 꺾였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공격이 미뤄지거나 협상 기대가 살아나면 유가가 빠르게 내리고 증시가 반등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하순 사흘 연속 공습을 자제하자 브렌트유는 100달러선을 넘봤다가 6% 넘게 하락해 90달러 안팎으로 되돌아왔다.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 이미 50% 안팎 오른 상태로, 시장에서는 이번 주말 공습이 강행되면 유가가 다시 100달러선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RBC캐피털마켓의 원자재 전략 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는 CNBC를 통해 전쟁을 촉발한 핵 대치가 조만간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신중론을 폈다.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유가 변수다. 블룸버그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이 몇 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일부 선박은 탐지를 피하려 위치 신호를 끈 채 운항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을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시간 낭비"라거나 투입 시점에 "전혀 근접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필요성을 낮춰 언급해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앞서 이란에 지상군을 보낼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국이 특수작전 병력과 의무 인력 등을 중동에 추가 배치했다고 전했으나,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최근 의회에서 지상전이 다음 수순이 될지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개전 이후 전투는 대부분 공중에서 이뤄져 왔다.
이란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일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파키스탄 측과 잇따라 통화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어떤 공격에도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의 '모험주의적 행동'에 경고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이란 전시군사령부를 이끄는 알리 압돌라히 사령관은 성명에서 미국이 역내 전면전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란 측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을 감행할 경우 역내 미군 관련 시설과 이스라엘 주요 기반시설을 겨냥해 보복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외교 국면에서 즉각적인 진전이 있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을 멈추고 협상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협상 진전을 이유로 이란 에너지 시설 공습을 보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