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창업자 “KPI도 야근도 없다”…996 중국서 정반대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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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창업자 리앙 웬펑 “회사에 KPI 없고 야근도 없다”
근무시간 절반은 자유배정...600억 달러 기업가치에도 유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창업자 리앙 웬펑(Liang Wenfeng)이 회사에 핵심성과지표(KPI)도, 야근 문화도 없다고 밝혔다. 텐센트 테크놀로지(Tencent Technology)가 입수해 정리한 직원들과의 약 4시간짜리 대담에서 나온 발언이다. 리앙은 “우리는 보통 야근을 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연구에는 여유로운 환경이 필요하고, 회사가 매우 집중된 소수의 일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딥시크는 지난 2025년 1월 대중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약 1억73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현재 기업가치는 600억 달러(약 80조 원)로 평가받는 AI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고 부유한 AI 창업자로 꼽히는 리앙의 이번 발언은 중국 기술업계의 상징인 ‘996 문화’와 정반대에 서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형식적 업무는 하루의 절반뿐
리앙은 대담에서 딥시크 직원들에게 월별 성과 목표조차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무도 그들을 관리하지 않는다. KPI도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신 직원 업무시간의 절반 정도만 회사가 정한 일로 채워지고, 나머지 절반은 각자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도록 열어둔다.
“우리는 ‘형식적인 업무’가 직원 시간의 절반을 넘지 않길 바란다. 남은 절반은 배정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리앙은 말했다. 그는 딥시크에 엄격한 위계 구조나 지켜야 할 규칙집, 문서화된 목표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사실상 조직이 없다. 비전에 의해 움직이고 비전으로 조직된다”며 “그 비전조차 문서로 쓰여 있지 않다. 우리는 아무것도 글로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3년 만에 600억 달러 기업으로
딥시크는 지난 2023년 7월 항저우에서 설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크립토브리핑(cryptobriefing.com)에 따르면 초기에는 리앙이 운영하던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의 자금으로 회사 운영 전체를 충당했다. 이후 2025년 기준 직원 규모는 약 160명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수천 명 규모인 오픈AI(OpenAI)와 비교하면 크게 적은 인원이다. 딥시크는 오픈소스 개발 방식과 상대적으로 낮은 학습 비용에 크게 의존하며 적은 인력으로도 경쟁력 있는 AI 모델 성능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앙의 개인 재산은 379억 달러 규모로 전해지며, 그는 “우리는 그저 매우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자신을 낮췄지만, 그의 경영 방식만큼은 평범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996 문화와는 정반대
리앙의 발언은 중국 기술업계에서 오랜 자부심처럼 여겨지는 ‘996’ 근무 문화와 대비를 이룬다.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방식으로, 2021년 불법으로 규정됐지만 여전히 일부 기술기업 문화로 남아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JD닷컴 등 중국 대형 기술기업들은 그동안 996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내세운 바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잭 마(Jack Ma)는 2019년 쓴 글에서 996을 “큰 축복”이라 표현하며 강행군을 회사 성장의 필수 요소로 그렸다.
이런 흐름은 중국 밖에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벤처펀드 20VC의 창업자 해리 스테빙스(Harry Stebbings)는 지난해 링크드인에 “지금 이기려면 주 7일 근무 속도가 필요하다. 실수할 여지가 없다”며 “독일의 어느 회사가 아니라 세계 최고와 경쟁하는 것”이라고 썼다.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의 파트너 마틴 미뇽(Martin Mignot)도 “9시부터 5시까지는 잊어라, 996이 새로운 스타트업 표준”이라고 같은 플랫폼에 남겼다. 이런 가운데서도 여유로운 조직 문화를 택한 딥시크가 업계 최전선에 올라선 셈이다.
효율 경영이 남긴 파장
딥시크가 지난해 1월 공개한 R1 모델은 출시 직후 시장에 충격을 줬다. AI 관련 종목을 보유한 기존 기술주들이 타격을 입었고, 투자자들은 경쟁 구도를 다시 계산해야 했다. 반대편에서는 딥시크를 소재로 한 솔라나(Solana) 기반 밈코인들이 투기적으로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크립토브리핑은 딥시크가 토큰이나 블록체인 제품과는 아무런 공식적 연관이 없다고 짚으면서도, 이런 밈코인 열풍이 딥시크의 실제 기업가치와는 무관한 투기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딥시크의 사례는 경쟁력 있는 AI를 만드는 데 반드시 대규모 인력과 막대한 컴퓨팅 비용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리앙 특유의 자율적 조직 운영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