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알고 보니 주가폭락 테스트 없이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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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검토했다” 이억원 발언은 거짓말?

금융위원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기 전 위험을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제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경제가 3일 인터넷판으로 단독 보도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의원) 의원실이 이날 금융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금융위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에 앞서 자체적으로도 외부 기관을 통해서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매체는 전했다.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8.00포인트(p)(5.12%) 내린 6257.45,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7.59포인트(p)(2.44%) 오른 737.35로 마감했다. / 뉴스1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8.00포인트(p)(5.12%) 내린 6257.45,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7.59포인트(p)(2.44%) 오른 737.35로 마감했다. / 뉴스1

스트레스 테스트란 주가 급락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미리 가정해 특정 금융 상품이나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취약점을 점검하는 분석 기법이다. 은행 건전성 평가나 새로운 금융 상품 도입 전 위험을 가늠할 때 널리 쓰인다. 예컨대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루 만에 급락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때 해당 상품에서 손실이 얼마나 불어나는지를 사전에 계산해 보는 방식이다.

매체는 이번 확인 결과가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국회 발언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수석대변인이 상품 도입 배경과 리스크 분석 과정을 따져 묻자 "다 검토를 거쳐서 냈다"고 답하며 자료 제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금융위가 이날 박 수석대변인 측에 낸 자료는 2024년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성과 요인 분석' 보고서와 레버리지 배율별 리밸런싱 규모, 지난 3월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종목별 시가총액·거래대금 통계가 전부였다고 한국경제는 전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 등을 가정한 구체적인 충격 시나리오는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원금 손실 위험을 경고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 ETF는 정해진 수익률 배율을 맞추기 위해 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리밸런싱을 거치는데, 주가 변동성이 클수록 이 과정에서 손실이 쌓인다. 금융위는 "단일종목 상품은 일반적인 레버리지 ETF보다 변동성이 훨씬 커 손실 위험이 높고, 리밸런싱 과정에서 주가 급등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지나치게 잦은 매매가 거래 비용 상승 및 판단 오류로 이어져 개인투자자의 성과를 악화시킨다"며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의 특성을 명확히 인지해야 하고, 불필요한 잦은 매매를 억제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도 정작 고위험 상품의 취약성은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한국경제는 전했다.

이 문제는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파장과 관련해 국정조사 추진과 함께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대여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일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단독으로 국정조사 촉구와 발의가 가능하다"며 "단일종목 ETF가 누구의 아이디어고, 어떤 목적으로 도입됐는지 철저히 조사해 우리나라 국장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매입한 정황 등 이번 사태에 대해 정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국내 증시 변동성 심화에는 정치적 목적의 제도 도입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레버리지 ETF 도입을 주도했다고 보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해임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1월 김 실장의 언급 이후 4개월 만에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온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 해임뿐 아니라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코스피·코스닥 주식시장 대란의 책임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과 그 여파,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주식시장 과열 조장 의혹, 기업 초과이윤 배분 논란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 정부발 악재, 지난 1년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동향과 적절성, 금융감독 당국과 경제정책 부서 역할의 적정성 등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안의 중대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부와 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대응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며 "국민이 우려하고 일부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정쟁화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지혜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나 특검을 말하는 것은 선거와 결부한 정치공세로 보인다"고 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에서 국정조사를 말하는데, 이게 국정조사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다만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고, 정부도 굉장히 노력하고 정무위나 정책위 단위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직권남용과 강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