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美 하원 AI 지출 88% 독식…클로드 7배 밀려
작성일
1년간 美 하원 AI 지출 11만 달러 중 88%가 챗GPT, 클로드는 7배 격차
민주당 의원실 지출이 공화당의 3배, AI 규제 논의 속 쏠림 현상 뚜렷

미국 하원의 AI 도구 지출 데이터를 보면 오픈AI의 챗GPT가 거의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BC가 하원 지출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25년 4월 1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1년간 하원 의원실·위원회·기관 계정이 특정 AI 벤더에 지출한 금액은 최소 11만 3740달러였다. 이 중 챗GPT가 10만 580달러로 전체 거래 798건을 차지해 금액 기준 약 88%, 거래 건수 기준 약 96%를 휩쓸었다. 오픈AI의 최대 경쟁자인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37건, 1만 3160달러로 멀찍이 뒤처진 2위에 그쳤다.
이 수치는 하원 회계 기록에 벤더명이 명시된 유료 구매만 집계한 것이라 실제 의회 전체의 AI 활용 규모를 온전히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하원 의원실의 최소 6분의 1, 실제로는 더 많은 곳이 이미 AI 도구를 업무에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픈AI·앤트로픽·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워싱턴 정치권 영향력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의회가 AI를 어떻게 구매·규제할지 결정하는 시점에 나온 데이터라 더 주목된다.
숫자로 본 오픈AI의 독주
CNBC가 확인한 총 지출 11만 3740달러 가운데 챗GPT가 차지한 비중은 압도적이다. 거래 건수로는 798건 대 37건으로 20배 이상 차이가 났고, 금액으로도 10만 580달러 대 1만 3160달러로 7배 이상 벌어졌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CNBC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격차는 단순한 제품 선호를 넘어 상원 규정과도 맞물려 있다. 상원은 공식 업무에 클로드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상원의 공개 지출 보고서는 하원과 달리 소프트웨어 벤더명을 특정하지 않아 챗GPT 구독 여부조차 추적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 분석은 하원에 한정된 그림이지만, 그 안에서도 챗GPT의 우위는 뚜렷했다.

의회 보좌진은 챗GPT를 이렇게 쓴다
노스다코타주 공화당 소속 줄리 페도르차크(Julie Fedorchak) 하원의원은 하루 12건이 넘는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보좌진이 몇 시간씩 메모 작성에 매달리던 관행을 챗GPT로 바꿨다고 밝혔다. 그는 챗GPT를 활용해 자신이 다뤄온 법안과 유권자·외부 단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브리핑 메모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매주 수십 시간의 보좌진 업무시간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 보좌진 AI 활용을 돕는 비영리단체 POPVOX 파운데이션의 최고경영자 마시 해리스(Marci Harris)는 다른 의원실들도 보고서·법안 요약, 소셜미디어 게시글 초안 작성, 유권자 응대, 법안 분석, 청문회 자료 검토, 정책 연구 정리 등에 AI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보좌진은 원래도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는데, AI가 그 부담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며 로비스트와 유권자들도 AI로 더 길고 더 자주, 더 상세한 자료를 의원실에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지니아주 민주당 소속 제임스 워킨쇼(James Walkinshaw) 하원의원은 연구부터 소셜미디어, 뉴스레터까지 AI 도움을 받지만, 모든 사실은 반드시 사람이 재확인해야 하며 결정도 사람이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보장국이나 국세청과 관련해 유권자를 대신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같은 판단은 “AI가 아니라 인간의 결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3배 더 썼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의원실의 AI 구매액은 5만 4165달러로 공화당 의원실의 1만 5782달러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챗GPT 구매가 확인된 곳은 민주당 44개 의원실, 공화당 27개 의원실이었고, 클로드 구매가 확인된 곳은 민주당 5개, 공화당 1개 의원실이었다.
이 결과는 다소 아이러니한 정치적 풍경을 보여준다. AI가 노동자·개인정보·시민권·선거·기업 권력에 미칠 위험을 경고해온 쪽은 주로 민주당 진영이었는데, 실제 눈에 보이는 AI 지출을 주도한 쪽도 민주당이라는 점이다.
데이터의 한계와 오픈AI의 선점 효과
이번 집계는 무료 계정 사용이나 더 큰 소프트웨어 계약에 묶여 들어간 AI 기능,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 같은 사례를 포착하지 못한다. 해리스는 하원의 코파일럿 도입 규모가 공개 기록에 잡히는 챗GPT 구매보다 더 큰 공식 AI 지출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실은 회계 담당자가 구독을 대신 결제한 뒤 환급받는 방식을 쓰는데, 이런 경우 기록에는 환급 내역만 남고 실제 구매한 도구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픈AI가 앞서 나가게 된 배경에는 초기 도입 경험이 있다. 하원 최고행정관(CAO) 산하 혁신 조직인 하원 디지털서비스(House Digital Service)는 AI 실무그룹을 꾸려 초당적 보좌진 그룹에 챗GPT 플러스 라이선스 40개를 배포한 바 있다. CAO의 최고홍보책임자 사만다 카터(Samantha Carter)는 하원의 접근 방식이 “특정 벤더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하원은 업무용으로 쓸 수 있는 도구를 제한하고 민감 정보 입력을 경계하는 더 엄격한 AI 사용 지침을 마련했지만, 그 시점에 이미 챗GPT는 의회 내 대표 AI 제품으로 자리 잡은 뒤였다.
브레넌센터 저스티스의 마야 콘버그(Maya Kornberg) 수석연구원은 저서 ‘스턱(Stuck)’에서 의원들이 예전보다 줄어든 보좌 인력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인력은 줄고 정보량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AI 도구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의회가 AI 산업의 규제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만큼, 이번 지출 데이터는 정책 결정권자들이 실제로 어떤 도구에 얼마나 익숙해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초기 단서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