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19금 수위 '문제작'인데… 20년 만에 재개봉 확정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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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4K로 돌아온 거장 베르톨루치의 대표적 문제작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2003년작 영화 '몽상가들(The Dreamers)'이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오는 12일 국내 극장에서 재개봉한다.

영화 '몽상가들' 공식 스틸컷 / 찬란
영화 '몽상가들' 공식 스틸컷 / 찬란

개봉 당시 파격적인 전신 노출과 성적 연출로 극심한 논란을 불렀던 작품은 20여 년이 지난 현재 자극적 이슈를 넘어 청춘의 순수와 미성숙한 모순을 정면으로 다룬 수작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1968년 파리 혁명, 영화라는 언어로 만든 밀폐된 공간

'몽상가들'의 시대적 배경은 프랑스 전역이 기존 체제에 맞서 거친 시위를 이어가던 1968년 파리의 봄이다. 당시 프랑스 문화부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설립자인 앙리 랑글루아를 강제로 해임하자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누벨바그 거장들과 관객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 저항 운동은 훗날 사회 전체를 뒤흔든 '68 혁명'의 문화적 도화선이 됐다.

영화 '몽상가들' 스틸컷 / 찬란
영화 '몽상가들' 스틸컷 / 찬란

시위 현장의 한복판에서 미국인 유학생 매튜(마이클 피트)는 쌍둥이 남매 이사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 가렐)를 만난다. 영화라는 공통의 열정으로 묶인 세 사람은 부모가 여행으로 비운 아파트 안에서 함께 생활하며 외부의 도덕적·사회적 규범과 완전히 차단된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구축한다.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전 영화의 명장면을 온몸으로 재현하고 대사를 맞히는 퀴즈 놀이에 몰두한다. 외부 세상의 거친 소음과 달리 방 안에서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유일한 언어로 기능한다. 현실을 영화라는 렌즈로만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세 사람 사이의 우정과 연정, 가족이라는 정형화된 관계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진다.

금기시된 연출의 도발, 외부와 차단된 '방 안 모순'

작품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대중과 평단의 시선은 파격적인 노출과 성적 수위에 쏠렸다. 이사벨과 테오, 매튜 사이에서 형성되는 성적 친밀감과 거침없는 연출은 미국 개봉 당시 최고 수위 등급인 NC-17(청소년 관람 불가) 지정을 불렀다. 한동안 작품 뒤에는 본질적 메시지 대신 '수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영화 '몽상가들' 포스터 / 찬란
영화 '몽상가들' 포스터 / 찬란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 재조명된 작품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닫힌 방문' 그 자체다. 거리를 메운 학생들이 경찰과 대치하며 목숨을 걸고 싸우는 동안 거창한 언어로 혁명과 이념을 논하던 세 청춘은 정작 세상의 격변으로부터 아파트 깊숙한 곳으로 도피했다.

이들은 기성세대의 억압에서 벗어난 완벽한 자유를 부르짖으면서도 부모가 남겨 둔 유복한 집과 물질적 유산에 철저히 안주했다. 무거운 현실에는 발을 디디려 하지 않는 모순을 보였다. 이 유아적인 판타지는 시위대가 던진 돌멩이 하나가 아파트 창문을 깨부수고 들어오면서 비로소 균열을 맞이한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청춘의 반짝임과 함께 그들이 지닌 본질적인 미성숙함과 자기기만을 정직하게 포착했다.

극단적 평단 반응과 고전 영화 향한 오마주

2003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평단은 극단으로 갈렸다. 미국의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시각적 미학에 만점인 별 4개를 부여하며 극찬한 반면 일부 평론가들은 1968년의 정치적 민중 항쟁을 단지 탐미적인 배경으로 소비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반된 평가는 역설적으로 작품의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계기가 됐다.

영화 '몽상가들' 공식 포스터 / 찬란
영화 '몽상가들' 공식 포스터 / 찬란

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부터 장 뤽 고다르의 누벨바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전 영화를 인용한다. 특히 고다르 감독의 '국외자들' 속 루브르 박물관 질주 장면을 아파트 밖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신은 영화를 향한 맹목적 애정을 보여주는 대표적 명장면이다. 세 청년에게 영화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로 그려진다.

영화 '몽상가들' 티저 포스터 / 찬란
영화 '몽상가들' 티저 포스터 / 찬란

세 명의 신예 배우가 뿜어낸 독보적인 에너지 역시 작품을 유지시킨 축이다. 배우 에바 그린은 작품을 통해 충격적인 스크린 데뷔를 마쳤다. 순수함과 도발적 매력이 공존하는 이사벨 역을 소화하며 세계적인 신성으로 부상했다. 관망하는 이방인에서 점차 남매의 분위기에 빠져드는 매튜 역의 마이클 피트, 열정적인 혁명을 외치면서도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테오 역의 루이 가렐 역시 불안정한 청춘의 에너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