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공주 군입대' 두고 한국 네티즌들이 뜬금없이 논쟁 벌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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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도 군대 가야” vs “처우 격차부터 없애라”
덴마크가 여성까지 징병 대상에 포함한 확대 징병제를 3일(현지시각) 시행했다.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이사벨라 공주(19)가 이날 신병으로 입대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남성만 병역을 지는 현행 제도와 여성 징병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덴마크의 새 징집병 약 1600명은 이날부터 전국 14곳에서 11개월로 늘어난 의무복무를 시작했다. 덴마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압박에 대응해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면서 복무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11개월로 연장하고, 만 18세 이상 여성에게도 징병 대상을 넓혔다. 여성 징병은 추첨 방식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됐다. 새 징집병은 5개월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6개월 동안 실제 작전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5000명 수준인 연간 징집병 규모는 2033년까지 7500명으로 늘어난다.

이날 입대한 신병 가운데는 프레데리크 10세 국왕과 호주 출신 메리 왕비의 둘째 딸인 이사벨라 공주도 포함됐다. 이사벨라 공주는 슬라겔세의 안트보르스코우 병영에 도착해 근위 후사르 연대 소속으로 11개월간 복무한다. 덴마크 매체에 따르면 일반 징집병은 매달 약 9000크로네(약 190만 원)의 급여와 하루 277크로네의 비과세 식대를 받지만 이사벨라 공주는 이를 모두 사양하고 왕실 지원으로 복무 기간을 보내기로 했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오빠 크리스티안 왕세자도 같은 병영에서 징집병으로 복무를 마쳤다.
덴마크는 이달 말 그린란드에 사상 처음으로 징집병을 배치할 준비도 하고 있다. 징집병 100여 명으로 구성된 중대 규모 부대가 1개월간 파견돼 직업 군인이 맡아온 임무를 넘겨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치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거듭 드러내는 가운데 이뤄지는 조치다.
이 같은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분단국가인 한국도 여성을 징집해야 한다", "군 미필자는 공직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라"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또한 "출산과 육아가 이미 사회적 기여인데 군 복무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남성만 병역을 지는 현행 제도를 둘러싼 갈등,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 우려가 논쟁의 배경에 깔려 있다.

병역자원 감소는 통계로 확인된다. 핵심 징집 대상인 20세 남성 인구는 2020년 33만여 명에서 지난해 22만여 명으로 줄었고, 2040년에는 14만여 명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23년 국방개혁법에서 상비병력 50만 명이라는 목표 수치 자체를 삭제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현역 35만 명에 민간인력 15만 명을 더해 전체 50만 명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인구 구조상 현역 자원만으로 소요를 채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 온라인에서는 여성 징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특히 거셌다. 한 누리꾼은 "18세 이상 남녀 모두 신체검사 후 의무복무를 시켜야 한다"고 적었다. "국가안보에 남녀는 없다. 오직 국민만 존재한다", "휴전 중인 대한민국에 필요한 제도"라는 반응도 잇따랐다. 병력 부족을 근거로 든 댓글도 있었다. "인구절벽으로 병사도 부사관도 소위도 모자란다. 이스라엘은 외국인 영주권자까지 복무시키는데 여성이 군대에 안 갈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성만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불만도 표출됐다. "군 미필자는 공직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라. 의무는 안 하면서 권리만 누리려는 것"이라는 댓글에 여러 누리꾼이 호응했다. 정치인과 고위층의 병역을 겨냥한 비판도 이어졌다. "힘 있고 돈 있는 자들만 그 짧은 기간도 군대에 안 간다"거나 "군 미필자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될 수 없게 법을 만들라"는 취지였다.
반론도 나왔다. 스스로 여성이자 군 근무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여성 징병에 찬성한다면서도 "여성이 복무하는 순간 보이지 않던 벽이 무너지는 까닭에 오히려 주변 남성들이 여성 군 복무에 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출산과 생리를 군 복무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 "지금도 자원입대한 여군이 성폭력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징병만 외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덴마크의 성별 임금 격차가 한국보다 훨씬 작다는 점을 들어 의무만 앞세울 게 아니라 처우 격차부터 봐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여성 징병제 도입은 법적·현실적 문턱이 높다. 헌법재판소는 남성만을 징병검사 대상으로 정한 병역법에 대해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최근 결정에서는 양성징병제 도입이나 모병제 전환은 출산율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등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입법 사안이라는 입장을 냈다. 징병제를 운영하는 70여 개국 가운데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는 이스라엘 등 극소수이며 이스라엘도 남녀의 복무 기간과 병역거부 사유를 다르게 규정하고 여성의 전투 부대 근무는 이례적이라는 것이 헌재가 인용한 현실이다. 병무청장도 국회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