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비행기 안에서 제공하는 와인이 정말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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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와인 대회'서 5개 부문 수상... 3만5000피트 상공서도 통했다

3만5000피트 상공에서 승무원이 따라준 와인 한 잔이 지상에서 마실 때보다 유독 밍밍하게 느껴진 경험이 있다면? 착각이 아니다. 순항 고도의 여객기 객실은 습도가 10~20%까지 떨어져 웬만한 사막보다 건조하고, 기압은 지상보다 낮아 승객의 미각과 후각이 동시에 둔해진다. 이 탓에 사람이 맛을 감지하는 능력은 지상보다 약 30%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와인이라도 하늘에서는 산미가 유독 도드라지고 향은 옅어져, 지상에서 훌륭했던 한 병이 '맹맹한 술'로 변하기 십상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그래서 항공사가 일등석·비즈니스석에 어떤 와인을 실을지는 단순히 값비싼 병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고도의 악조건 속에서도 향과 균형이 살아남는 와인을 찾아내야 한다. 세계 주요 항공사가 해마다 자존심을 걸고 기내 와인 경연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대한항공이 이런 경연에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프리미엄 비즈니스 여행 매거진 '글로벌 트래블러(Global Traveler)'가 주최한 '와인즈 온 더 윙(Wines on the Wing) 2026'에서 총 5개 부문을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 1위 1개, 2위 2개, 3위 2개다.

'와인즈 온 더 윙'은 세계 주요 항공사의 상위 클래스 기내 와인을 대상으로 최고의 와인 리스트를 가리는 대회다.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국제 와인 전문가들이 어느 항공사의 와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맛만 보고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올해는 지난 2월 기준 세계 주요 항공사의 기내 와인을 놓고 총 20개 부문 수상작을 선정했다.

이 대회의 무게는 역대 수상 항공사 면면에서 드러난다. 지난해에는 스위스국제항공과 에어타히티누이가 일등석·비즈니스석 부문 정상에 올랐고, 카타르항공과 스타럭스항공도 부문별 상을 나눠 가졌다. 세계 항공사들이 촘촘히 겨루는 무대라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이 가운데 '최우수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 와인 리스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러 국가와 스타일의 와인을 고르게 담고, 기내 환경과 기내식에 맞춘 구성을 선보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프란시스 X. 갤러거 글로벌 트래블러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는 "대한항공은 '최우수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 와인 리스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하늘 위에서도 뛰어난 와인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갤러거 발행인은 "이번 수상은 최고의 기내 와인을 제공하기 위한 대한항공의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했다.

일등석 와인 리스트는 '최우수 퍼스트 클래스 기내 와인 리스트' 부문 2위에 올랐다. 비즈니스석에서 내놓는 화이트 와인 '장 마르크 브로카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몽 드 밀리외 2023'은 '최우수 비즈니스 클래스 화이트 와인' 부문 2위를 받았다. 프랑스 부르고뉴 샤블리 지역의 단일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으로, 산뜻한 산도가 특징이다.

일등석 샴페인 '크룩 그랑 뀌베 172 에디션'은 '최우수 퍼스트 클래스 스파클링 와인'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압이 낮은 기내에서는 기포가 유리잔 벽에 달라붙어 지상만큼 곱게 올라오지 못하고 향도 빨리 흩어져, 샴페인이야말로 고도에서 제 맛을 지키기 까다로운 술로 꼽힌다. 일등석 화이트 와인 '레반틴 힐 에스테이트 샤르도네 2020'도 '최우수 퍼스트 클래스 화이트 와인' 부문 3위를 차지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야라 밸리의 프리미엄 와이너리 제품이다.

톰 개넌 글로벌 트래블러 와인 디렉터는 "대한항공의 기내 와인은 세계 주요 도시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도 만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개넌 디렉터는 "이번 수상은 대한항공이 기내 와인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같은 날 글로벌 트래블러의 자매 매체이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행 플랫폼 '트라지 트래블(Trazee Travel)'이 주관한 '더 트라지스(The Trazees) 2026'에서 '아시아 최고의 항공사'로도 선정됐다. 젊은 글로벌 여행객들의 투표로 뽑힌 상이다.

대한항공 보잉777-300ER 항공기 /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보잉777-300ER 항공기 / 대한항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