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생맥 한 잔도 힘들어지겠네… 생맥주 가격, 내년부터 오를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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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 정상화로 호프집 원가 부담 급증, 메뉴 가격 인상 불가피

정부가 7년간 유지해온 생맥주 주세 20% 할인 혜택을 올해 말로 끝내기로 하면서 생맥주 한 잔 가격이 내년부터 오를 전망이다.

생맥주 자료사진. / Luis Henrique Vale Lima-shutterstock.com
생맥주 자료사진. / Luis Henrique Vale Lima-shutterstock.com

생맥주 주세 20% 할인 혜택이 7년 만에 종료된다. 정부가 올해 말로 끝내기로 하면서 내년부터 생맥주 한 잔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4일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올해 12월 31일 종료 예정이던 생맥주 주세율 한시 경감제도가 추가로 연장되지 않는다. 정부는 세제 감면을 통해 달성하려던 정책 목표가 이미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세금이 얼마나 오르나

현재 별도의 추출장치를 쓰는 8ℓ 이상 대용량 용기에 담긴 생맥주는 1㎘당 70만8,56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일반 맥주(1㎘당 88만5,700원)보다 20% 낮은 세율이다.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혜택이 사라지면서 내년부터는 생맥주에도 일반 맥주와 똑같은 88만5,700원의 세금이 매겨진다. 정부는 내년부터 생맥주 주세율을 현행 일반 맥주 대비 80% 수준에서 100%로 정상화할 방침이다.

늘어나는 세금은 1㎘당 17만7,140원, 비율로는 약 25%다. 통상 판매되는 500㎖ 한 잔으로 환산하면 주세만 88.6원 늘어난다. 여기에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까지 더하면 한 잔당 약 115원, 부가가치세 영향까지 반영하면 최종적으로 약 127원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왜 생맥주만 세금을 깎아줬나

생맥주에만 20% 할인이 붙었던 데는 배경이 있다. 2020년 이전에는 맥주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 적용됐다.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합한 출고가격이 높을수록 세금도 커지는 구조였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이 방식에서는 생맥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대용량 용기인 케그를 회수해 재사용하기 때문에 캔이나 병에 담긴 맥주보다 포장·용기 비용이 적게 들었고, 그만큼 출고가격과 과세표준이 낮아 세 부담도 작았다.

그런데 2020년 맥주 과세 방식이 가격이 아닌 출고량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포장 방식이나 출고가격과 상관없이 같은 양의 맥주에는 동일한 세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라, 재사용 용기로 원가를 낮췄던 생맥주의 장점이 세액 계산에서는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정부는 생맥주의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완화하고 골목상권을 지원하기 위해 경감제도를 도입했다.

흥미로운 점은 종량세 전환 당시 정부가 밝혔던 전망이다. 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면 생맥주 가격은 오르고, 대신 수제맥주 가격은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실제로 이번 경감제도는 그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한 보완 장치였던 셈이다.

7년간 세 차례 연장됐지만 결국 종료

경감제도는 애초 2021년 말까지 2년만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주류 제조업체와 음식점·주점 등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 말까지 한 차례 연장됐다. 이어 정부는 2024년 세제개편 당시 외식업계 부담 완화와 소비자 가격 안정을 이유로 적용기한을 2026년 말까지 다시 2년 연장한 바 있다. 이렇게 202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어진 생맥주 주세 20% 경감 혜택이 올해를 끝으로 7년 만에 막을 내리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는 연장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는 술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1~3월) 주류 관련 지출은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으며, 10분기 연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가격 인상 압박 커질 것" 우려

제도 종료 소식에 주류·외식업계는 곧바로 우려를 나타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주세 감면 혜택마저 사라지면 출고가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생맥주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호프집과 음식점의 원가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세금 인상분이 그대로 술값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생맥주 한 잔의 세 부담 증가분은 100원대에 불과하지만, 음식점 메뉴 가격은 보통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호프집이나 주점에서는 실제 판매가격이 세금 인상분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차료, 식재료비 등이 이미 오른 상황에서 세 부담까지 겹치면, 업소들이 가격 인상 요인으로 한꺼번에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생맥주 주세 경감 종료는 정부가 이번에 손질한 비과세·감면 제도 가운데 하나다. 재정경제부는 조세지출의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비과세·감면 제도를 전면 재검토했다며, 지원 목적을 달성했거나 활용도가 낮은 제도는 종료하고 정책 효율성이 높은 분야는 재정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으로 종료 20건, 재정전환 17건, 재설계 64건 등 모두 115건의 조세지출 제도가 정비된다. 같은 맥락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적용되던 개별소비세 감면과 고용유지 중소기업 대상 과세특례도 함께 종료된다.

세법개정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어서, 실제 시행 여부와 세부 내용은 입법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