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티법 상원 표결 확정, 60표 벽에 통과는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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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클래리티법 상원 표결 확정, 통과 확률은 30%대에 그쳐
민주당 7표 확보가 관문…번스타인 “실패시 비트코인 추가 하락” 경고

클래리티법 상원 표결 확정, 60표 벽에 통과는 안갯속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클래리티법 상원 표결 확정, 60표 벽에 통과는 안갯속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제 틀을 새로 짜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 정식명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이 상원 표결 무대에 오른다. 존 튠(John Thune) 상원 원내대표는 8월 3일(현지시각) 하원 법안 H.R. 3633이 8월 휴회 전 상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표결 확정이 곧 통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법안이 실제 발효되려면 필리버스터를 넘는 60표, 즉 공화당 표에 더해 민주당 의원 약 7명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이 셈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연내 법안 통과 확률이 31%까지 떨어졌고, 갤럭시 리서치는 30%로 집계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법안이 좌초하면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이 한 차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표결은 잡혔지만 시계는 빠듯하다

튠 원내대표의 확인 시점까지도 클래리티법은 상원 공식 본회의 일정표에 오르지 않았고 토론종결(클로처) 동의안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였다. 암호화폐 분석가 테드 필로스(Ted Pillows)의 분석에 따르면 상원 지도부가 8월 6일(현지시각) 수요일까지 클로처를 제출할 경우 본회의 표결이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는 8월 8일(현지시각) 금요일이다. 8월 7일이 상원의 실질적 마지막 근무일이고, 8월 10일이 사실상 처리 시한으로 꼽힌다.

튠 원내대표가 통과 보장이 없는데도 표결을 밀어붙이는 이유 중 하나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다.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면 공식 기록이 남아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민주당 의원들을 중간선거 국면 이전에 공개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압박이 실제 표 계산을 바꾸는 건 아니다.

SEC·CFTC 관할권을 새로 나누는 법안 / AI 생성 이미지
SEC·CFTC 관할권을 새로 나누는 법안 / AI 생성 이미지

SEC·CFTC 관할권을 새로 나누는 법안

클래리티법의 핵심은 규제기관 간 관할권 재분배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계약과 토큰화된 증권에 대한 감독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다. 반면 상품거래위원회(CFTC)는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에 대한 전면적 규제 권한을 새로 갖게 된다. CFTC가 지금까지 파생상품 관할권은 있었지만 현물시장 사기 단속 권한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권한 확대다.

7월 20일(현지시각) 기준 전체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2조 2,800억 달러였다. 이 중 비트코인이 1조 2,900억 달러로 시장 점유율(도미넌스) 약 56%를 차지했고, 스테이블코인은 약 3,050억 달러 규모였다. 나머지 6,800억 달러가 이번 법안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구간이다. 증권인지 상품인지 법적 분류가 여전히 모호한 토큰들과 그 거래소, 마켓메이커, 발행사들이 새로운 등록·준법 의무를 지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이미 상품으로 분류돼 파생상품 시장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접근권까지 갖춘 만큼 이번 법안으로 지위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권 반발과 트럼프 가족 윤리 논란

법안 처리를 가로막는 쟁점은 크게 세 갈래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5월 14일(현지시각) 15대 9로 자체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전원과 민주당의 루벤 갈레고(Ruben Gallego), 앤절라 알소브룩스(Angela Alsobrooks) 의원이 찬성했지만 두 사람 모두 본회의 지지 여부는 추가 협상을 봐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CFTC의 디지털상품 현물시장 관할권을 다루는 상원 농업위원회는 1월(현지시각)에 별도 법안을 승인했다.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은 7월 22일(현지시각) 두 위원회 법안을 통합한 단일 초안을 공개했지만 조율해야 할 간극은 아직 남아 있다.

상업적으로 가장 민감한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보상 문제다. 은행위원회 초안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에 대한 수익(이자) 지급을 금지하고, 이런 수익을 지급하는 플랫폼을 은행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야 하는 사실상의 예금기관으로 취급한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 조항이 소비자 보호보다는 기존 은행권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반박한다.

윤리 규정은 정치적으로 더 폭발력이 큰 걸림돌이다. 여러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연방 공직자와 그 가족의 암호화폐 거래에 더 엄격한 제한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암호화폐 관련 활동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요구다. 최신 초안에는 고위 공직자의 디지털자산 발행·후원을 2029년까지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담겼지만 백악관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다. 톰 틸리스(Thom Tillis) 상원의원은 윤리 조항 합의에 대해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백악관은 주(州) 검찰총장이 연방정부가 윤리법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초당적 절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틸리스 의원과 갈레고 의원 간 수주간 협상의 결과물이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암호화폐 관련 거래로 1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지적하며 법안이 이런 이해충돌을 방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루미스 의원은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패하면 시장은, 통과하면 산업은

번스타인은 지난 월요일 보고서에서 상원이 법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업계의 즉각적인 반사적 반응”이 나타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이 한 차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번스타인은 전술적으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사이 시장이 저점을 찍고 다시 힘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번스타인은 상원이 실패하더라도 SEC와 CFTC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규제 정비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SEC 폴 애킨스(Paul Atkins) 위원장이 2025년 7월 처음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SEC·CFTC 합동 실무 이니셔티브로 확대된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를 통해 토큰 분류 체계나 탈중앙화금융(DeFi) 규칙에 관한 해석지침이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폴리마켓에서 클래리티법의 연내 통과 확률은 31%로, 일주일 새 7%포인트, 한 달 새 9%포인트 떨어졌고 이 예측에 약 370만 달러가 걸려 있다. 갤럭시디지털은 지난 6월 26일(현지시각) 통과 확률을 50%로 낮추며 상원이 8월 휴회 전 시간에 쫓기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코인베이스,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등은 여전히 현재 초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협상 결과에 따라 시장 반응은 크게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