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방첩요원, 수사대상 지갑서 100만달러 빼돌려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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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FBI 방첩요원, 수사대상 코인지갑서 100만달러 빼돌려 기소
챗GPT에 포르투갈 도피 물었다가 자진신고…92만5000달러 환수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방첩·간첩 수사를 담당하던 전직 감독관급 특수요원이 수사 대상 암호화폐 지갑에서 약 100만달러 상당의 디지털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패트릭 스티븐 야로치(Patrick Steven Yaroch)는 FBI 내부 시스템에 접근해 특정 적대국(adversary nation) 관련 수사 대상자들의 지갑 복구 문구를 알아낸 뒤 이를 자신 명의 지갑으로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스스로 법무부 직원에게 사실을 털어놓았고 이후 자택에서 지갑 복구 문구와 하드웨어 지갑을 넘겼다가 동의를 철회하는 등 혼란스러운 대응을 보였다. 결국 7월 31일(현지시각) 해임과 동시에 체포됐고 절도품 수령 및 주간(州間) 절도품 운송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챗GPT(ChatGPT)에게 거액을 굴리는 법과 유럽 이주 방법을 물어본 대화 기록까지 발견돼 수사에 결정적 증거가 됐다.
내부 시스템으로 얻은 지갑 키, 자신 계좌로 이체
검찰에 따르면 야로치는 FBI 내부 시스템에 접근해 특정 적대국 관련 수사 대상자들의 암호화폐 지갑 시드 문구를 알아냈다. 그는 이를 외운 뒤 자신 명의의 새 지갑을 만들어 자금을 옮겼다고 디크립트(Decrypt)가 보도했다. 코인데스크(CoinDesk)는 이 이체가 최대 12차례에 달했다고 전했고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는 그가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 사이 10차례의 무단 이체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디크립트는 검찰이 절도가 2025년 초부터 2026년 7월 사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은 금액은 약 100만달러 규모로 불어났다.
야로치는 자금 일부를 암호화폐 서비스 수일렌드(Suilend)에 예치해 수익을 올렸다. 프로토스(Protos)에 따르면 그는 FBI 조사에서 이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로 “로고가 물방울 모양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챗GPT에 물었던 “100만달러로 무엇을 할까”
야로치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챗GPT 대화 기록도 핵심 증거가 됐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그는 5월 28일 챗GPT에 “100만달러가 있다면 수익과 수익률을 최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하거나 써야 할지” 물었다. 이 대화 며칠 뒤에는 “약 100만달러를 가진 사람이 미국을 떠나 유럽연합(EU) 국가의 거주자나 시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질문했다. 프로토스는 챗GPT가 포르투갈을 추천했다고 전했고, 코인텔레그래프는 챗GPT가 “칠렌토(Cilento)나 포르투갈 도우(Dão) 지역에서 느린 삶을 사는 전원생활”을 제안했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이후 검색 기록에는 터키를 경유할 때 미국인에게 비자가 필요한지, 그리스에서의 취업 기회와 생활에 관한 이메일 작성 도움 요청 등이 포함돼 있었다. 수사관들은 야로치 부부가 9월 포르투갈 여행을 계획했고 포르투갈 관련 위임장 서류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FBI 요원들이 위임장 서류를 확인했다고 말하자 야로치는 “포르투갈로 자금을 빼돌릴 계획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포르투갈에 갈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아내와 아이는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프로토스와 디크립트가 각각 전했다.
자진 신고 후 체포…92만5000달러 환수
프로토스에 따르면 야로치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속을 갉아먹었다”며 법무부 직원에게 이를 털어놓았다. 디크립트는 7월 28일 오후 그가 시그널(Signal)로 이 직원에게 연락해 만남을 요청했고, FBI 본부에서 만나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무너져내렸다”고 전했다.
이튿날인 7월 29일 야로치는 FBI 본부에 연락해 면담 일정을 잡았고 이 자리에서 자신의 지갑 가치가 “약 100만달러”라고 밝혔다. 같은 날 FBI가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했을 때 그는 지갑 복구 문구를 넘겼지만 약 30분 뒤 동의를 철회했다고 프로토스는 전했다. FBI는 이후 그의 휴대전화를 통해 크라켄(Kraken) 계정에 접근했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이 계정에는 약 18만8570달러가 남아 있었고 이 중 약 16만6000달러는 미국 달러, 약 1만8000달러는 스테이블코인 USDC였으며 나머지는 소액의 비트코인 등이었다. 수사관들은 자택에서 하드웨어 지갑 트레저(Trezor)와 손으로 적은 시드 문구도 확보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야로치가 협조한 끝에 약 92만5000달러가 정부 통제 지갑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그는 며칠간 직무가 정지된 뒤 해임됐고 7월 31일(현지시각) 체포됐다. 관련 법원 서류는 8월 1일(현지시각) 버지니아 동부지방법원에 제출됐다.
방첩 요원의 이중생활…과거 연방 요원 코인 절도 사례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야로치는 최상위 보안 등급인 “탑시크릿(Top Secret)” 인가를 보유했고 워싱턴 FBI 본부 방첩·간첩수사국(Counterintelligence and Espionage Division)에서 감독관급 특수요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특정 적대국을 겨냥한 수사팀에 소속돼 있었고 이전에는 보스턴에서 수년간 같은 적대국을 조사하는 국가안보 부서에서 일했다. 버지니아주 애시번(Ashburn) 거주자인 그는 체포 전 며칠간 직무가 정지됐다가 해임과 동시에 체포됐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이번 사건이 연방 요원이 연루된 암호화폐 절도의 최신 사례라고 짚었다. 2015년 미국 마약단속국(DEA) 소속이었던 칼 M. 포스(Carl M. Force)는 약 7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빼돌린 뒤 유죄를 인정해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미국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소속이었던 숀 W. 브리지스(Shaun W. Bridges)도 약 35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훔쳐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 모두 다크넷 마켓플레이스 실크로드(Silk Road) 수사와 관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