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질로·리퀴도 지분 인수…토큰화 자산 담보 활용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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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질로·리퀴도에 지분 투자…XRPL 자본시장 스택 완성 추진
유휴 토큰화 자산 담보화 겨냥…투자금액·지분율은 비공개

리플(Ripple)이 영국 소재 핀테크 기업 질로(Zilo)와 리퀴도(Licuido)에 지분을 투자했다. 두 회사와 기존에 맺고 있던 상업적 파트너십을 지분 관계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리플은 8월 3일(현지시각) 이 같은 투자를 발표하면서 XRP 레저(XRPL) 위에 발행부터 결제까지 아우르는 기관용 자본시장 인프라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리플은 이번 투자가 토큰화 자산이 발행된 뒤 그대로 방치되는 문제, 즉 담보로 활용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토큰을 찍어내는 일은 쉽지만 이를 기존 자산과 동등한 신뢰도로 금융에 활용하는 단계는 아직 미완성이라는 게 리플의 진단이다.
질로와 리퀴도가 채우는 두 조각
질로는 규정된 소유권 등록, 즉 트랜스퍼 에이전시(transfer agency)와 펀드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펀드 지분이 온체인으로 옮겨갈 때 누가 무엇을 소유하는지 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을 유지하는 역할이다. 대출기관이 토큰화된 펀드 지분을 담보로 신용을 제공하려면 먼저 이런 소유권 등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리플의 설명이다. 질로의 고객 명단에는 씨티,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스테이트스트리트 등이 포함돼 있어, 리플은 이번 지분 투자로 기존 커스터디·트랜스퍼 에이전시 인프라와 곧바로 연결되는 통로를 확보했다.
질로는 8월 3일(현지시각) 리플과의 파트너십에 맞춰 디지털 자산과 트랜스퍼 에이전시 기능을 통합한 플랫폼을 새로 선보였다. 기존 펀드 단위와 토큰화 자산을 한 플랫폼에서 발행·결제·대금 처리·조정·보고까지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질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필 고핀(Phil Goffin)은 이번 투자가 기관들이 기존 운영 통제 체계를 포기하지 않고도 디지털 시장 기능을 추가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회사 측 계획일 뿐, 실제 도입 성과나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된 수치는 아니다.
리퀴도는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 규제 틀 아래에서 발행·유통·체결을 담당하는 플랫폼이다. 리퀴도 마켓스 리미티드(Licuido Markets Limited)는 FCA 인가를 받은 사페노 파트너스(Sapeno Partners LLP)의 지정대리인 자격으로 영업하고 있어, 리퀴도 자체가 독립적으로 FCA 인가를 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크립토뉴스(crypto.news)는 짚었다. 리퀴도는 펀드 지분 같은 전통 금융자산을 디지털 담보로 옮겨 온체인 즉시결제(atomic settlement)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

“발행은 되는데 활용이 안 된다”…아비바 펀드가 증명한 문제
리플이 강조하는 문제는 명확하다. 담보가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결제는 필요 이상으로 오래 걸리며, 기관들은 토큰화된 자산에서 유동성을 끌어낼 안정적인 경로가 없다는 것이다. 질로와 리퀴도 투자는 이 세 가지 공백을 XRPL 위에서 동시에 메우려는 시도다.
실제 가동 사례도 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Aviva Investors)의 미국달러 유동성펀드(USD Liquidity Fund) 토큰화 지분 클래스는 7월 29일(현지시각) XRPL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이 공개 블록체인 위에서 승인한 첫 토큰화 펀드 구조라는 설명이다. BNY멜론(BNY Mellon)이 펀드의 기초자산을 계속 보관하고, 코마이누(Komainu)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를 맡았으며, 리퀴도가 토큰화 인프라를 제공했다. 이 펀드는 앞서 2월 발표된 아비바와 리플의 파트너십에서 출발했다.
리플 사장 모니카 롱(Monica Long)은 8월 4일(현지시각) 금융기관들이 “은행 파일럿에서 실제 운영(production)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롱 사장은 “지난 1년간 스위치가 켜진 것 같은 전환을 목격했다. 머니마켓펀드나 유동성펀드 같은 토큰화 자산을 발행하는 데서, 그것을 실제로 활용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며 “기관 자본시장은 온체인으로, 24시간 연중무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롱 사장은 이런 흐름을 하루 전 발표된 질로·리퀴도 투자와 연결지어 설명했다.
다만 크립토뉴스는 아비바 사례가 일부 기관 프로젝트가 실제 운영 단계에 들어섰다는 근거는 되지만,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전반이 이 전환을 완료했다는 근거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리플은 자사의 자본시장 스택을 실제로 이용하는 기관 수나, 이를 통해 결제된 토큰화 펀드 거래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프랭클린템플턴·영국 정부까지…확장하는 리플의 그림
리플의 기관 인프라 확장은 이번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2025년 9월에는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 DBS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프랭클린템플턴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sgBENJI를 DBS 디지털 거래소에 RLUSD와 함께 상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sgBENJI를 레포(repo) 담보로 활용하는 경로도 함께 제시됐다.
XRPL에서는 거래가 3~5초 안에 결제된다. 리플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RLUSD는 인도결제동시(delivery-versus-payment) 거래의 현금 다리 역할을 맡아, 자산 이전과 대금 지급이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에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질로가 소유권 기록을, 리퀴도가 발행과 담보 유동성을, RLUSD가 현금 결제를 담당하는 3단 구조가 완성되는 셈이다. 리플 트레이딩·마켓 부문 수석부사장(SVP) 나이젤 카쿠(Nigel Khakoo)는 공식 보도자료에서 “질로와 리퀴도는 이 같은 전환을 계속 확장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역량, 즉 규제받는 디지털 트랜스퍼 에이전시 인프라와 발행·담보 유동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리플은 영국 정부가 향후 12개월간 실사용 가능한 토큰화 도매금융시장 사례를 구축하기 위해 꾸린 태스크포스에도 참여하고 있다. 서클(Circle), 코인베이스, 블랙록,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과 함께 54개 기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고, 첫 목표는 토큰화 레포 시장이다. 리플에 따르면 XRPL은 2012년 이후 누적 40억 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고, 120개의 독립 검증자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기관금융 기능 개선을 겨냥한 프로토콜 업그레이드 xrpld 3.3.0은 이번 발표 이후 며칠 안에 배포될 예정이었다.
지분 규모는 비공개…아직 검증 안 된 확장성
두 회사에 대한 투자 금액이나 취득한 지분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크립토뉴스는 리플이 투자 금액, 지분율, 실행 시점, 투자자들에게 기대되는 수익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플은 토큰화 펀드 지분을 발행 직후부터 대출·차입·마진거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이는 아직 의도된 운영 모델일 뿐이다. RLUSD가 질로나 리퀴도를 통해 실제로 대규모 토큰화 펀드 결제를 처리하고 있다는 거래 총액도 공개된 적이 없고, 담보 거래에 이 통합 시스템을 활용 중인 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질로·리퀴도 스택의 실질적 시험대는 아비바 펀드처럼 이미 발행된 토큰화 펀드 지분들이 앞으로 얼마나 폭넓게 담보로 대출되고 실제 유동성을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발행 단계는 이미 여러 사례로 증명됐지만, 그 이후의 활용 단계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