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국서 80억 개 팔려… 진라면 꺾고 세계 시장 위협하는 '한국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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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80억개 판매 돌파, 한국식 매운맛이 세계 트렌드로
불닭볶음면 열풍으로 국내 라면 소매 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오뚜기의 진라면을 꺾고 소매 시장 3위에 올라선 데 이어, 2위인 농심 짜파게티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지난 4일 aT 식품산업통계정보가 마켓링크를 인용해 밝힌 소매POS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불닭볶음면 매출액은 503억원으로 진라면(460억원)을 넘어섰다. 분기 기준으로 진라면은 지난해 2분기까지 3위 자리를 지키다가, 3분기 들어 불닭볶음면에 처음 역전당한 뒤 4분기와 올해 1분기까지 순위가 바뀐 채 이어지고 있다. 이 데이터는 편의점과 마트, 할인점 등 오프라인 매장 판매분을 기준으로 한다.
분기 매출액이 500억원을 넘어선 것은 불닭볶음면이 처음이다. 반면 진라면은 2024년 4분기 500억원을 넘긴 이후 4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연간 기준으로는 아직 진라면(1899억원)이 불닭볶음면(1819억원)을 앞선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기별 순위가 뒤집힌 흐름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순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위 짜파게티도 안심할 수 없다. 올해 1분기 짜파게티 매출액(523억원)과 불닭볶음면의 차이는 2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해 1분기 두 브랜드 격차가 140억원 가까이 났던 것과 비교하면 추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연간 기준 격차도 2023년 692억원에서 지난해 369억원으로 줄었다.
불닭볶음면의 성장은 소비 형태도 바꿔놓았다. 봉지라면 대신 컵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라면 소매 시장의 컵라면 매출 비중은 2020년 35.4%에서 지난해 44.1%로, 올해 4월엔 44.8%까지 커졌다. 특히 국물라면보다 비빔라면 형태 컵라면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5년간 매출 증가 폭은 비빔라면이 83%로, 용기 국물라면(31.5%)의 두 배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등 즉석 소비 채널에서 불닭볶음면 같은 비빔라면 컵라면 수요가 늘고 있다"며 "국물을 버리는 번거로움이 없어 예전엔 여름에만 몰리던 판매가 이제 계절과 무관하게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품절 대란까지 일으킨 해외 흥행
불닭볶음면의 진짜 위력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확인된다. 2012년 출시 당시만 해도 "너무 매워서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이 제품은, 이제 100여 개국에 수출되며 누적 판매량 80억 개를 넘어섰다. 2023년 50억 개였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70억 개로, 올해 상반기에만 10억 개가 더 팔리며 80억 개를 돌파했다.

해외 흥행의 시작은 유튜브였다. 별다른 광고 없이 외국인들이 매운맛에 도전하는 '파이어 누들 챌린지' 영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낳았다. 여기에 지역별 맞춤 전략이 더해졌다. 미국에서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채널 입점을 늘렸고, 태국에서는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마라 맛을 접목한 '마라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중국에서는 까르보·크림치즈 등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군을 확대했다.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미국 법인 삼양아메리카의 매출은 2023년 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억1900만 달러로 2년 만에 8배 넘게 뛰었고, 현재 월마트·코스트코·타깃·아마존 등 미국 내 약 3만 개 매장에 입점한 것으로 파악된다. 코스트코의 경우 서부 지역 입점을 마치고 중부·동부로 판매망을 확대하는 중이다. 한편 그간 히스패닉계나 아시아계 이민자 중심으로 소비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덜 매운 까르보나라불닭을 중심으로 주류 소비층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인기가 지나쳐 지난해 미국에서는 품절 대란이 벌어졌고, 뉴욕타임스가 이를 별도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해외 수출 물량이 우선 배정되면서 일부 편의점에서 재고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라면 넘어 '한국식 매운맛' 자체가 브랜드로
불닭의 인기는 이제 라면을 넘어 소스류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동남아 대형마트의 아시아 식품 코너에는 불닭볶음면 옆에 불닭소스가 나란히 진열돼 있는데, 라면으로 한국식 매운맛을 접한 소비자들이 치킨이나 볶음밥, 감자튀김 등에 응용하기 위해 소스 제품을 따로 찾고 있어서다. 삼양식품은 불닭소스, 까르보불닭소스, 비건 불닭소스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이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성장은 회사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조7141억원으로 전년 대비 37.2% 늘었고,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1조3747억원으로 42.9% 증가했다. 이는 이미 전년도 연간 해외 매출(1조3359억원)을 넘어선 수치로, 업계에서는 올해 해외 매출만으로 2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양식품의 면 스낵 제품 중 내수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13.5%에 불과하고, 전체 제품 수출 비중은 84%를 넘어섰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식품사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렸지만, 삼양식품은 국내 가격을 유지하면서 해외 매출 확대로 수익성을 키우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올해 2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예상치)는 7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 영업이익은 1773억원으로 47.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4% 증가한 3조904억원, 영업이익은 40.0% 늘어난 7338억원으로 예상됐다.
전체 라면 소매 시장의 지난해 매출을 브랜드가 아닌 제조사별로 살펴보면 농심이 1조3585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오뚜기(5167억원), 삼양식품(2962억원), hy(1218억원), 팔도(876억원) 순이었다. 올해 1분기는 1위인 농심이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한 3437억원이었으며, 같은 기간 오뚜기는 1289억원, 삼양식품은 835억원으로 각각 0.9%, 22.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