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크레이머, 양자공포로 비트코인 매도…가격 1.6%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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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크레이머, IBM CEO 경고 듣고 비트코인 전량 매도 선언
정작 비트코인은 1.6% 오르며 ‘인버스 크레이머’ 밈만 재점화

CNBC 진행자 짐 크레이머(Jim Cramer)가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전량 매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는 가격 차트가 아니라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 암호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공포가 이유다. 크레이머는 지난 7월 30일(현지시각) CNBC에 출연한 IBM 최고경영자(CEO) 아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에게 양자컴퓨터가 자신의 코인을 훔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크리슈나가 “3~4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그 시점이 되면 상당히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답하자 크레이머는 곧바로 매도를 결심했다. 그는 방송에서 “아빈드 크리슈나는 양자와 비트코인을 정확히 안다. 나는 내 것을 팔겠다”고 말하며 이더리움 상황은 “더 나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작 비트코인은 그날 오히려 약 1.6% 올랐고, 크립토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인버스 크레이머(inverse Cramer)” 밈이 다시 번졌다.
크리슈나의 경고, “3~4년 뒤 파라노이드 돼야 한다”
이번 발언은 크레이머가 크리슈나와 나눈 인터뷰에서 나왔다. 크리슈나는 IBM의 양자컴퓨팅 진전을 근거로 “3~4년 안에 상용화 수준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레이머는 이 발언을 듣자마자 “3, 4년이 언제 오는지 아느냐. 내일이나 마찬가지”라며 즉각 반응했다.
다만 크레이머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지갑 주소를 공개한 적이 없고, 어떤 블록체인 분석업체도 그의 보유량이나 매도 내역을 추적한 적이 없다. 즉 이번 선언이 실제 매도로 이어졌는지조차 외부에서는 검증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해당 클립은 X(옛 트위터)에서 8만9000회, 유튜브에서 9000회 넘게 재생되며 빠르게 퍼졌다.

비트코인 700만개, 정말 위험한가
크레이머의 공포에는 실제 기술적 근거가 있다. 비트코인은 타원곡선전자서명알고리즘(ECDSA)과 secp256k1 곡선으로 소유권을 증명하는데,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돌리면 이미 공개된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역산해낼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 골자다. 다만 위험은 모든 비트코인에 균등하지 않다. 공개키가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주소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반복 사용된 옛 주소나 거래 전송과 승인 사이의 짧은 시간대에 노출된 주소가 이론적 위험이 크다.
연구자들은 전체 비트코인 물량의 약 30%, 대략 600만~700만 개가 이런 노출 범주에 속한다고 추정한다. 코인베이스(Coinbase)의 양자컴퓨팅 자문위원회도 비슷하게 약 700만 비트코인이 노출된 공개키나 주소 재사용을 통해 궁극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지난 3월(현지시각) 구글 퀀텀 AI(Google Quantum AI)가 발표한 논문은 비트코인 암호를 깨는 데 필요한 물리적 큐비트를 약 50만 개로, 기존 추정치보다 약 20배 낮췄다. 현재 상용 양자컴퓨터는 수백~수천 큐비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 IBM은 7월 30일(현지시각) 시카고대학과 함께 논리 큐비트 70개와 새 오류정정 기법으로, 고전 컴퓨터가 사실상 재현 못 할 연산을 약 15분 만에 처리하고 정답임을 검증하는 시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 결과가 곧바로 타원곡선 암호 해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표본 추출 회로 연산과 실제 암호 해독은 전혀 다른 난이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시간표도 크게 엇갈린다. 크리슈나는 3~4년을, 벤처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는 2~5년을 제시했지만, 블록스트림(Blockstream) CEO 애덤 백(Adam Back)은 암호를 깰 수 있는 양자컴퓨터 등장 시점을 “20~40년,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다. 보다 보수적인 연구자들은 2030년대나 2040년대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크리슈나는 별도로 IBM의 양자 사업이 2028~2029년쯔음 매출과 이익에 의미 있는 규모로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양자내성 서명 방식인 SLH-DSA를 표준화했고, 코인베이스 자문위원회는 6월 11일(현지시각) 업계가 단일 방식 합의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양자내성 암호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버스 크레이머’ 밈과 화려한 전적
크립토 커뮤니티가 이번 소식에 웃는 이유는 크레이머의 과거 판단 때문이다. 그는 2022년 12월(현지시각) 비트코인이 1만6800달러 선이던 시절 모든 크립토를 매도했고 “백만 년 안에도 다시 손대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3년간 비트코인 가격은 400% 넘게 뛰었다. 2024년 1월(현지시각)에는 태도를 바꿔 비트코인을 “기술적 경이”이자 “여기에 계속 남을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반복 때문에 “인버스 크레이머” 트레이드는 하나의 밈이자 실제 상품으로도 만들어졌다. 자산운용사 터틀 캐피탈(Tuttle Capital)은 2023년 인버스 크레이머 트래커 ETF(SJIM)를 만들어 그의 추천과 반대로 베팅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 매슈 터틀(Matthew Tuttle)은 “TV 종목 추천을 따르는 것, 특히 짐 크레이머를 따르는 것의 위험과 책임 부재를 지적하려고 이 상품을 만들었다. 그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ETF는 자산 200만 달러 수준에 그치며 2024년 2월(현지시각) 조기 청산됐다.
AI발 해킹이 키운 위기감
크레이머의 발언이 나온 시점은 크립토 업계가 이미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었다. AI가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콜드카드(Coldcard) 하드웨어 지갑 해킹으로 피해액이 1억 달러를 넘었고, 일부 집계는 1억2000만 달러에 근접한다고 본다. 이 사건 전에도 별도의 디파이(DeFi) 해킹·익스플로잇이 누적 3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냈다. 하드웨어 지갑 제조사 레저(Ledger)는 콜드카드 침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며, AI 기반 취약점 발견이 앞으로 지갑 제조사들의 감사·방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변곡점이라고 지적했다.
프라이버시 중심 프로토콜 지캐시(ZEC)는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꼽힌다. 자체 암호체계에서 취약점을 찾기 위해 최신 AI를 활용했고, 실제로 문제를 발견해 패치했다. ZEC 가격은 이후 한 차례 하락했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례가 다른 프로토콜들도 양자·AI 위협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레이머의 판단이 옳을지는 몰라도, 그가 다시 한번 바닥에서 매도한 인물로 기록될지는 시간이 답해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