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실험이 일군 곡성, 워케이션 도시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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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쉬며 지역과 연결되는 체류형 모델…생활인구 확대의 새로운 길 제시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여행객이 잠시 들렀다 떠나는 지역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정 기간 머물며 일하고, 지역주민과 교류하는 도시로의 변화가 전남 곡성에서 진행되고 있다.
곡성군이 추진하는 워케이션 정책이 청년들의 작은 지역살이 실험에서 출발해 기업과 직장인까지 불러들이는 체류형 지역정책으로 발전하면서 ‘생활인구’ 확대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곡성군
곡성군이 추진하는 워케이션 정책이 청년들의 작은 지역살이 실험에서 출발해 기업과 직장인까지 불러들이는 체류형 지역정책으로 발전하면서 ‘생활인구’ 확대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곡성군

곡성군이 추진하는 워케이션 정책이 청년들의 작은 지역살이 실험에서 출발해 기업과 직장인까지 불러들이는 체류형 지역정책으로 발전하면서 ‘생활인구’ 확대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곡성의 워케이션은 처음부터 대규모 시설이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진 사업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했던 청년들의 자발적인 활동에서 출발했고, 이를 행정이 정책으로 연결하면서 지금의 워케이션 기반을 갖추게 됐다.

단순한 관광객 유치가 아니라 ‘사람이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역경제와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곡성군의 구상이다.

◆ 청년들의 지역살이 실험에서 시작된 워케이션

곡성군의 워케이션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2019년 시작된 청년 프로그램 ‘청춘작당’을 빼놓을 수 없다.

청춘작당은 도시 청년들이 일정 기간 곡성에서 생활하며 지역을 직접 경험하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체험형 프로그램과 달리 청년들이 지역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의 자원과 문제를 직접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 가운데 일부는 곡성에 정착해 청년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했다.

곡성군은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 경험은 관광 중심의 지역정책에서 벗어나 ‘일하면서 머무는 지역’을 만들자는 고민으로 이어졌고, 2022년 워케이션 시범사업으로 구체화됐다.

첫 무대는 심청이야기마을이었다. 한옥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섬진강을 비롯한 자연환경 속에서 참가자들은 낮에는 업무를 수행하고 퇴근 후에는 지역의 문화와 농촌생활을 경험했다.

이는 곡성을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일정 기간 생활하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하는 첫 실험이었다.

◆ 234개 기업·1,500명 참여…체류 방식이 달라졌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곡성을 찾은 기업은 현재까지 234곳에 이르며, 참여 임직원도 1,500명에 달한다.

곡성군은 참여 인원 자체의 규모보다 이들이 곡성을 찾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과거 곡성은 대표적인 관광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방문객이 집중되는 관광형 지역의 성격이 강했다.

특히 5월 세계장미축제 기간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리지만 축제가 끝나면 방문객이 감소하는 계절적 한계도 있었다.

워케이션은 이 같은 관광 패턴에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과 직장인들이 특정 축제 기간에만 곡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무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지역 식당과 카페를 찾고 관광·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지역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내 소비가 발생하고, 지역의 다양한 공간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기회도 늘어난다.

곡성군은 이러한 흐름이 관광객 숫자만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생활인구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 개인과 기업 모두 잡는다…‘투 트랙’ 전략 가동

곡성군은 워케이션을 지속 가능한 지역정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개인형과 기업형을 동시에 아우르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형 워케이션의 중심에는 ‘심청러스틱타운’이 있다.

심청러스틱타운은 개인 여행객을 비롯해 프리랜서와 디지털노마드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과 휴식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체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옥의 정취와 섬진강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업무와 휴식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어 곡성에서 새로운 일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업형 워케이션 거점은 ‘삼기러스틱타운’이 맡는다.

폐교된 삼기중학교를 활용해 조성된 삼기러스틱타운은 지난 7월 워케이션센터 선포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디지털 공유오피스와 업무공간, 장기체류가 가능한 숙소,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춘 복합형 공간으로 조성돼 기업 연수와 워크숍, 팀빌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업의 ESG 사회공헌활동과 지역 체험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된 요소다.

기업 구성원들이 단순히 지역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마을과 주민을 직접 만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 한국동서발전 참여…지역과 기업의 상생 모델 제시

삼기러스틱타운의 기업형 워케이션 모델은 이미 첫 사례를 만들어냈다.

한국동서발전㈜이 첫 입주기업으로 참여해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함께하는 새로운 체류 모델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곡성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마을 환경정화 활동을 비롯해 경로당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와 재충전 효과를 높이면서 동시에 ESG 활동을 실천할 수 있고, 지역은 기업과 외부 인력의 체류를 통해 새로운 소비와 교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곡성군은 앞으로 워케이션을 관광정책 하나의 사업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청년정책, 문화, 농촌체험, 지역경제 활성화 등과 연결해 정책 효과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람이 찾아오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일정 기간 머물고, 지역을 경험하고, 주민과 관계를 형성하며, 나아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특히 청년들의 지역살이 경험과 워케이션을 연계해 새로운 인구 유입 경로를 만들고, 기업형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 기업과 지역사회 간의 지속적인 관계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곡성의 워케이션은 처음부터 큰 규모로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고민했던 청년들의 작은 실험에서 출발했다”며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이 곡성을 직접 경험하고 머무를 수 있는 체류형 정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워케이션과 관광, 문화, 농촌체험, 청년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람이 찾아오고 머무르며 다시 찾는 곡성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청년들의 작은 지역살이 실험에서 시작된 곡성의 워케이션은 이제 기업과 개인을 아우르는 체류형 정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만들기 어려운 시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며 지역과 관계를 맺었는가’로 지역정책의 기준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곡성군이 만들어가는 워케이션은 지역을 잠시 소비하는 관광에서 지역과 함께 생활하는 체류로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의 작은 도전에서 출발한 실험이 생활인구 확대라는 정책으로 성장한 가운데, 곡성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워케이션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