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찬홈 북상 중... “제발 한국으로 태풍 와달라” 말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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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폭염에 갈라진 논밭... 태풍마저 외면 중
한반도 비껴가는 태풍... 대체 언제쯤 해갈되나

"차라리 태풍이라도 불어달라." 폭염에 지친 이들 사이에서 나오는 하소연이다. 낮 기온이 40도를 넘나든 영남권의 경우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 하지만 비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북상 중인 태풍은 한반도와 먼 바다를 지날 것으로 전망돼서다.
기상청이 9일 오전 4시 30분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제15호 태풍 찬홈(CHAN-HOM)은 이날 오전 3시 일본 도쿄 동남동쪽 약 1150㎞ 부근 해상에 자리했다. 현재 중심기압은 994hPa, 최대풍속은 초속 21m(시속 76㎞)다. 강도는 '1'이며 강풍반경은 약 280㎞다. 태풍은 시속 16㎞의 속도로 남서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은 찬홈이 이날 오후부터 방향을 북쪽으로 틀면서 세력이 조금 더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오후 3시에는 도쿄 동남동쪽 약 1090㎞ 부근 해상에 위치하겠으며, 중심기압 990hPa, 최대풍속 초속 24m(시속 86㎞)로 예상된다.
월요일인 10일 오전 3시에는 도쿄 동쪽 약 990㎞ 부근 해상까지 이동하면서 강도가 '2'로 발달할 전망이다. 이 시점 중심기압은 985hPa, 최대풍속은 초속 27m(시속 97㎞)까지 오르고, 강풍반경은 약 320㎞로 넓어진다. 폭풍반경은 약 50㎞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도 강도 2를 유지하면서 도쿄 동쪽 약 860㎞ 부근 해상을 지나겠다. 최대풍속은 초속 27m로 예상되며, 북북서 방향으로 시속 17㎞의 속도로 이동한다.
화요일인 11일 오전 3시에는 도쿄 동북동쪽 약 600㎞ 부근 해상까지 접근한다. 이 시점에도 중심기압 985hPa, 최대풍속 초속 27m의 강도 2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속도는 시속 27㎞로 빨라진다.

주목할 점은 찬홈이 일본을 향해 곧바로 서진하지 않고 도쿄에서 상당히 떨어진 태평양 해상을 따라 북상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와도 거리가 멀어 현재 예상 진로만 놓고 보면 국내를 직접 통과하는 경로는 아니다. 이후 찬홈은 빠르게 약화한다. 수요일인 12일 오전 3시에는 도쿄 북서쪽 약 290㎞ 부근 해상에서 최대풍속 초속 15m(시속 54㎞) 수준의 열대저압부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찬홈이 앞으로 72시간 이내에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 진로에는 변동 가능성이 남아 있다. 기상청이 제시한 70% 확률반경은 9일 오후 40㎞에서 10일 오전 80㎞, 10일 오후 110㎞, 11일 오전 130㎞로 넓어지고, 12일 오전에는 190㎞까지 확대된다. 찬홈은 앞으로 이동 방향을 여러 차례 바꿀 것으로 예상돼 현재 위치만으로 향후 영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태풍이 일본 동쪽 해상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실제 진로와 이동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가 발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15호 태풍 찬홈은 라오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나무의 한 종류를 뜻한다.
찬홈뿐 아니다. 앞서 북상한 제13호 태풍 돌핀은 중국 상하이 남쪽으로 향했고, 찬홈 역시 일본 동쪽 먼바다를 지나면서 한반도와는 무관한 경로를 그리고 있다. 올해 뜨거워진 북태평양에서 태풍이 계속 생겨나고 있지만 한반도로 방향을 잡은 태풍은 아직 없다. 지난해까지 두 해 동안에도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한 번도 없었다.
태풍이 오지 않는 사이 폭염은 이어진다. 기상청은 이달 중순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1~35도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별다른 비 소식도 없다. 폭염을 만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8월 하순까지 세력을 유지하며 버티는 경우가 많고, 그 뒤에야 가을장마로도 불리는 2차 우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뭄에 시달리는 농민이 ‘오죽하면 이럴까’ 하는 심정으로 태풍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런 여름은 32년 전에도 있었다. 가뭄이 기승을 부려 기우제까지 열렸던 1994년의 일이다. 그해 7월 말 태풍 월트가 남해안을 지나며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렸다. 뒤이어 태풍 브랜던과 더그가 잇따라 올라오면서 지긋지긋한 가뭄이 해갈됐다. 세 태풍 모두 세력이 강하지 않아 큰 피해 없이 땅을 적셔주고 지나간 '효자 태풍'이었다.
전문가들은 태풍이 아예 오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태풍이 한반도 강수량의 상당 부분을 채우는 데다 뜨거워진 바다를 지나며 식혀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태풍이 오지 않으면 그만큼 폭염이 더 오래 이어지거나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난급 폭염을 피하기 위해 태풍을 기다리는 상황. 이번 여름이 마주한 기후변화의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