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의대, 의학과 예술 잇는 새 교육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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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의대 최초 ‘의생명 시각화·소통’ 개설…AI 시대 책임 있는 의료 시각언어 인재 양성

복잡한 의생명 정보를 그림과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시각언어로 표현하고 이를 연구와 임상, 환자와의 소통에 활용하는 융합교육이 국내 국립대 의과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원 정규 교과목으로 마련된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송주현 교수는 의과학과 대학원에 ‘의생명 시각화 및 소통’ 관련 교과목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교과목 개설은 의료와 과학,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바이오메디컬 아트(Biomedical Art)’ 분야를 의과학 교육에 본격적으로 접목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바이오메디컬 아트는 의학적 지식과 과학적 정보를 시각적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분야다. 해부학적 구조나 질병의 발생 과정, 의료기술과 연구 결과 등을 그림과 영상, 3D 콘텐츠 등으로 시각화해 연구자와 의료진은 물론 환자와 일반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 의학 지식을 시각언어로 바꾸는 융합교육
의생명과학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료 분야에서 시각화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논문과 연구자료에 담긴 복잡한 의학정보를 텍스트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질병의 발생 과정이나 인체 구조, 치료 원리 등을 정확한 이미지로 표현하면 전문가는 물론 비전문가도 핵심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이오메디컬 아트는 바로 이러한 필요에서 출발한 학문 분야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등 해외 대학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특히 의학과 미술을 결합한 전문교육을 통해 의료정보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해 왔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정규 학위과정이나 체계적인 전문교육을 운영하는 기관이 많지 않아 관련 분야의 교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전남대 의대의 이번 교과목 개설은 이 같은 국내 교육환경의 한계를 보완하고 의과학 분야에서 시각화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사실에 근거해 정확한 정보를 선별하고 이를 효과적인 시각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 15주 과정에 해부학부터 3D까지 담아
이번 교과목은 총 15주 과정으로 운영되며 의생명 시각화의 이론과 실습을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교육에서는 먼저 의과학 시각화의 역사와 이론을 살펴보고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인지와 감성 등을 이해하는 신경미학 분야도 다룬다.
이어 의생명 시각화의 기본이 되는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인체 구조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회화와 드로잉 등 전통적인 표현기법부터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3D 시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습도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의학정보를 다루는 만큼 연구윤리와 정확성에 대한 교육도 커리큘럼에 포함했다.
의료·과학 분야의 이미지는 일반적인 창작물과 달리 작은 오류 하나가 잘못된 의학정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시각적 완성도뿐 아니라 의학적 정확성과 연구윤리를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교육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미래의 의과학자들이 시각정보를 단순한 자료 제작 수단이 아닌 연구와 소통을 위한 핵심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 미술·의학·산업 전문가 한자리에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융합 전문가들도 참여한다.
전남대 미술학과 김제민 교수, 인천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학과 윤관현 교수, 국립암센터 류준선, Studio MID 장동수 대표, 신한대 신동선 교수, 홍익대 박사범 연구교수 등이 공동으로 교육에 참여할 예정이다.
의학과 미술, 바이오메디컬 분야는 물론 실제 콘텐츠 제작 현장까지 아우르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학생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의생명 시각화의 가능성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윤관현 교수는 대한메디컬아티스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류준선 박사는 같은 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기획과 전체 교육과정 운영을 맡은 송주현 교수 역시 대한메디컬아티스트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의학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을 꾸준히 탐색해 왔다.
송 교수는 교육과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Department of Art as Applied to Medicine’ 대학원 과정을 직접 방문해 현지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학문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존스홉킨스대의 관련 교육은 의학과 예술을 접목한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 꼽히는 만큼, 이번 현지 탐방과 교류가 전남대 의생명 시각화 교육과정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AI 시대일수록 사람의 판단과 책임 중요”
이번 교과목 개설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배경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이다.
최근 생성형AI 기술을 활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고품질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의료와 과학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가능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의학적 사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의료정보를 책임 있게 표현하는 문제는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해당 이미지가 의학적으로 정확한지, 환자와 연구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판단하는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송주현 교수는 생성형AI 시대에 오히려 의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시각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의과학자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 교수는 “생성형AI가 몇 초 만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의학적 사실에 근거해 정확하고 책임 있는 시각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의과학자의 역량은 오히려 더 희소하고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학에서 시각화는 텍스트를 보완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고와 소통을 이끌어내는 본질적인 영역”이라며 “AI 이미지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책임 있는 의학적 시각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이번 교육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남대 의대의 이번 교과목 개설은 의과학 교육의 범위를 기존의 연구와 임상 영역에서 시각적 소통 분야까지 확장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의학 지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물론 의료진 간 협업과 환자 교육, 의학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앞으로 의료기술과 AI가 발전할수록 의학정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책임 있게 전달하는 능력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전남대 의대는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의학적 전문성과 예술적 표현능력, 디지털 기술을 함께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국내 의생명 시각화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립대 의과대학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번 교과목이 국내 바이오메디컬 아트 분야의 교육 기반을 넓히고 관련 연구와 산업 발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