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호텔, 밤에 관광”…폭염이 바꾼 외국인의 서울 여행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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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해 '호텔→쇼핑→야경'···서울 여름 관광 패턴 완전히 바뀌었다
밤 30도 열대야에도 위험…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전한 야간관광은?
여름철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하루가 달라지고 있다. 아침부터 경복궁과 북촌, 명동을 차례로 걷던 전통적인 관광 일정 대신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에는 호텔이나 쇼핑몰, 박물관처럼 냉방이 되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해가 진 뒤 야외 관광을 시작하는 방식이 새로운 여름 여행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여름을 처음 경험한 외국인이 예상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높은 기온만이 아니다. 습도가 높아 땀이 쉽게 마르지 않는 데다 도심의 건물과 아스팔트가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까지 내뿜기 때문에, 몇 시간씩 야외 관광지를 걸어 다니는 일정은 생각보다 큰 체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8월 초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9도에 이르면서 역대 최고기온인 39.6도에 근접할 정도의 강한 폭염을 겪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밤에도 기온이 30도 아래로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으며, 시민과 관광객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냉방시설을 갖춘 실내 공간을 찾았다.

오전 관광 뒤 호텔로 돌아가는 여름 일정
폭염이 심한 날에는 오전 일찍 야외 관광지를 방문한 뒤 점심 무렵 숙소나 실내 공간으로 이동하고, 늦은 오후부터 다시 관광을 시작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일정 중간에 호텔로 돌아가 샤워하거나 쉬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루 종일 야외활동을 이어가다 온열질환으로 남은 여행 일정을 포기하는 것보다 안전하다.
경복궁과 창덕궁, 북촌한옥마을처럼 그늘이 제한적인 장소는 오전에 둘러보고, 기온이 오르는 시간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지하상가, 복합쇼핑몰을 이용한 뒤 저녁에 청계천이나 한강, 동대문 일대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여행 동선을 나눌 수 있다.
서울은 지하철역과 연결된 대형 쇼핑몰이나 지하상가가 많아 더운 시간에도 이동과 식사, 쇼핑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기 쉽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화장품 매장과 백화점, 전통시장 일부도 저녁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모든 쇼핑을 낮에 끝내야 할 이유가 크지 않다.
다만 현재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시간대별 이동을 분석해 “낮에는 호텔에 머물고 밤에 관광하는 사람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공식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의 일정 조정 경험담과 폭염 속 현장 모습은 변화를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이를 모든 외국인 관광객의 공통된 여행 방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도 야간관광 콘텐츠 확대
서울의 관광정책도 낮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를 저녁과 밤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외국인 관광객이 저녁과 밤까지 서울을 즐길 수 있도록 야간관광 콘텐츠를 확대하고, 관광명소 인근의 미식과 쇼핑, 문화시설 및 지역 상권을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야간관광에 대한 수요는 기존 행사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 드론라이트쇼는 2025년 약 28만 명의 관람객을 모았으며, DDP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행사 ‘서울라이트 DDP’는 같은 해 연간 192만 명이 방문했다. 두 행사의 전체 관람객이 모두 외국인은 아니지만, 해가 진 뒤에도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콘텐츠가 서울의 주요 관광 자원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보여준다.
한강공원과 청계천, 광화문광장, DDP, 남산 일대는 낮과 밤의 모습이 크게 다른 장소다. 낮에는 건축물과 자연경관이 중심이지만, 밤에는 조명과 야경, 공연, 야시장과 주변 음식점이 결합하면서 별도의 관광 코스가 만들어진다.
특히 한강은 잠시 사진만 찍고 떠나는 장소에서 공연과 축제, 수상 체험을 함께 즐기는 체류형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6년 서울스프링페스티벌 참가자 706만 명 가운데 약 117만 명이 외국인이었으며, 여의도공원에서 운영되는 계류식 가스기구 ‘서울달’의 외국인 탑승객 비율도 2025년 40.2%에서 2026년 상반기 43.6%로 높아졌다.
이 수치가 폭염 때문에 외국인의 야간활동이 늘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외국인이 서울의 야외 체험형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서울시 역시 체류 시간을 밤까지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흐름은 확인할 수 있다.
폭염에도 서울을 찾는 외국인은 늘었다
무더위가 관광객의 발길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823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3% 증가했으며, 외국인이 서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은 5조6172억 원으로 56.8% 늘어 방문객과 소비액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 분야에서는 쇼핑이 전체 외국인 카드 결제액의 46.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의료·웰니스가 24.4%, 식음료가 13.1%, 숙박이 10.7%로 뒤를 이었다. 명동과 동대문, 강남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외국인 소비는 홍대와 성수처럼 한국인의 일상과 지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상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구조는 폭염 속 관광 일정과도 잘 맞는다. 가장 더운 시간에는 쇼핑몰과 피부관리 시설, 카페, 전시 공간처럼 냉방이 되는 장소를 이용하고, 기온이 내려간 뒤 야외 관광과 식사, 야경 감상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하루를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야간관광은 햇빛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폭염이 심한 날에는 해가 진 뒤에도 안심할 수 없다. 기상청이 1912년부터 2024년까지 장기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1910년대와 비교해 2020년대 전국의 폭염일수는 7.7일에서 16.9일로 2.2배 늘었고, 열대야일수는 6.7일에서 28일로 4.2배 증가했다.
특히 도시 지역은 건물과 도로에 축적된 열 때문에 비도시 지역보다 밤 최저기온이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강하다. 2026년 8월 폭염 당시에도 서울 일부 지역의 밤 기온이 30도 안팎에 머문 만큼, 야간관광을 선택하더라도 물을 자주 마시고 장시간 걷는 일정을 줄이며 냉방이 되는 실내 휴식 공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어지럼증이나 두통, 메스꺼움, 지나치게 많은 땀과 심한 피로가 나타난다면 관광을 계속하기보다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야 하며, 의식이 흐려지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서울의 관광 시간표가 늦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의 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한 대안인 동시에 낮과는 다른 도시를 경험하는 시간이다. 청계천을 따라 걷거나 한강에서 야경을 보고, 늦게까지 영업하는 식당과 쇼핑 공간을 이용하는 일정은 정해진 시간에 문을 닫는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보다 서울의 실제 생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낮에는 호텔, 밤에는 관광’이라는 표현은 현재의 여름 여행 변화를 압축해 보여주는 말이지, 외국인 관광객 전체의 행동을 입증한 통계적 결론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서울의 폭염이 여행자에게 기존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기보다 시간과 동선을 유연하게 조정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서울 역시 관광객이 저녁과 밤까지 머무를 수 있는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여름 서울 여행에서 더 많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더운 시간을 피하면서 여행을 끝까지 즐기는 일이다. 오전에는 고궁을 보고, 오후에는 실내에서 쉬고, 해가 진 뒤 한강과 도심의 야경을 즐기는 일정은 이제 단순한 편법이 아니라 폭염 시대에 맞춰 등장한 새로운 서울 여행 방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