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SE, T+1 정산 없애고 토큰화 증권 즉시 체결 플랫폼 추진한다
작성일
NYSE, 토큰화 증권 온체인 정산 플랫폼 구축에 가속
세큐리타이즈와 MOU 체결, DTCC 30여개 기관 실거래 테스트 참여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토큰화 증권을 온체인에서 거래하고 정산하는 자체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회사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가 지난 1월 19일(현지시각) 처음 공개한 이 프로젝트는 NYSE의 기존 주문 체결 엔진 ‘필러(Pillar)’에 블록체인 기반 후속 처리 시스템을 결합하는 구상이다. 목표는 24시간 거래, 즉시 온체인 정산, 달러 표시 주문, 스테이블코인 결제, 다중 블록체인 지원까지 다섯 가지다. NYSE 사장 린 마틴(Lynn Martin)은 8월 10일(현지시각) 서울에서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 이 계획의 진행 상황을 직접 언급했다. 마틴은 NYSE가 지난 7월 미국 예탁결제청산회사(DTCC) 산하 DTC(Depository Trust Company)의 토큰화 파일럿에 참여했다고 확인했다.
T+1을 깨는 “즉시 체결” 구상
현재 미국 주식 거래는 체결 후 하루가 지난 T+1 방식으로 정산된다. NYSE가 구상하는 플랫폼은 이를 완전히 건너뛴다. 거래 체결과 소유권 이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원자적(atomic) 정산을 목표로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장치가 스테이블코인 결제다. 투자자가 기존 은행망을 거쳐 달러를 이동시키는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곧바로 포지션에 자금을 댈 수 있게 된다. 은행은 주말에 문을 닫지만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움직인다. NYSE가 내세우는 ‘24시간 거래’가 현실적으로 작동하려면 이 스테이블코인 기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플랫폼은 기존에 발행된 증권을 토큰화한 버전과 처음부터 블록체인 네이티브로 발행되는 디지털 증권을 모두 다룰 수 있게 설계됐다.

서울에서 확인한 “전환점”—DTC 파일럿의 실체
마틴은 서울 세미나에서 NYSE가 DTC의 7월 토큰화 파일럿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DTCC에 따르면 7월 15일(현지시각) 진행된 이 실거래 테스트에는 NYSE를 포함해 30여개 금융·디지털자산 기업이 참여했다. 참여 명단에는 블랙록, 골드만삭스, JP모간, 나스닥, 서클,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 시타델 증권, 뱅가드 등이 이름을 올렸다.
테스트는 DTC에 예탁된 증권을 토큰화된 형태로 전환해 실제 거래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식 동시지급인도(DvP), 국채·리포 거래, 증권 대차, 담보 설정, 주식 이전, 중앙청산기관 마진 처리 등 다양한 후속 업무가 시험대에 올랐다. 거래는 DTCC의 프라이빗 베수(Besu) 네트워크와 퍼블릭 캔턴(Canton) 네트워크 양쪽에서 모두 처리됐다. DTCC는 올해 10월 정식 토큰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마틴은 이날 “전통금융과 디파이(DeFi) 사이의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세큐리타이즈, “첫 디지털 이전대행사”로 합류
NYSE는 지난 3월 세큐리타이즈(Securitize)와 협약을 맺었고, 8월 8일(현지시각)에는 양해각서(MOU) 체결 사실을 공개하며 세큐리타이즈를 신규 플랫폼의 첫 디지털 이전대행사(transfer agent)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세큐리타이즈는 앞서 블랙록의 토큰화 투자펀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회사다.
NYSE는 모든 기능을 자체 구축하지 않고 여러 업체가 역할을 나눠 맡는 모듈형 생태계를 짜고 있다. NYSE는 주문 체결과 시장 구조를 담당하고, 세큐리타이즈는 토큰 발행과 이전대행 업무를 맡는다. 실제 정산을 처리할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세큐리타이즈 마켓츠(Securitize Markets)는 관련 요건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브로커딜러 역할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과제—규제 승인과 DTCC의 자리
NYSE는 지난 4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규정 신고서를 제출해 토큰화된 형태의 적격 증권이 DTC 파일럿 기간 중 거래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토큰화 주식이 일반 주식과 동일한 티커·CUSIP, 동일한 권리를 가질 경우 같은 주문장에서 함께 거래될 수 있다. 다만 주문 우선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적격 증권에는 러셀1000 구성 종목과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포함된다.
DTC 파일럿에서 거래되는 증권은 여전히 T+1 방식으로 정산된다. 반면 NYSE가 별도로 준비 중인 디지털 거래소는 규제 승인을 전제로 즉시 정산과 24시간·7일 거래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 파일럿은 2025년 12월 SEC 실무진이 발급한 노액션 레터(no-action letter)를 근거로 DTC가 3년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된 프로그램이다. NYSE는 토큰화 상품 거래를 시작하기 전 회원사에 최소 30일 전 통지해야 한다.
풀리지 않은 문제도 있다. DTCC는 현재 미국 증시의 중앙청산기관 역할을 맡고 있는데, NYSE가 실시간으로 온체인 정산을 처리하게 되면 후속 처리 과정에서 DTCC의 위치가 복잡해진다. 8월 초 기준 NYSE 플랫폼의 정식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나스닥 역시 자체적으로 토큰화 거래 방식을 검토하고 있어 두 거래소 간 경쟁 구도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