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 갔지만 성매매 아냐” 축구협회 주장에…'심판 성접대' 감사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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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심판 성접대 의혹 관련 JTBC 보도

대한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접대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이미 14년 전 관련 정황을 파악하고도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JTBC는 지난 10일 당시 감사에 관여했던 축구협회 전 간부와 감사원 고위 인사의 육성 증언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쳐 든 불은 악마 응원단 자료 사진 / 뉴스1
대한축구협회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쳐 든 불은 악마 응원단 자료 사진 / 뉴스1

2012년 감사 때도 있었던 '심판 접대' 흔적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2년 말 설립 이래 처음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체육 관련 예산의 비효율 집행과 연간 수백억원대 보조금 횡령 의혹을 바로잡겠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축구협회 등 각종 체육단체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축구협회 심판국이 법인카드로 외국인 심판들에게 마사지 업소에서 접대를 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감사원은 심판국 직원들에게 마사지 업소 카드 결제 내역을 따져 물었고, 직원들도 외국인 심판들을 위해 사용한 비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당시 축구협회 간부였던 A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 이야기를 감사원한테도 했다. 우리 마사지 샵에 애(심판)들 데리고 간 적은 있다. 왜 그러냐면, 너네(심판)들이 장기적으로 비행기 타고 와서 피곤하다 해서…"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축구협회는 '성매매는 아니었다'는 논리로 감사원의 추궁을 넘겼고, 감사원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A씨는 "다 마사지로 되어 있잖아. 그러면 그 나머지에 그 안에서 애들이 OO을 하든지 그건 모르잖아"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감사원 고위 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사 무마를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심판 접대 관련 내용은 최종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빠졌고, 당시 감사원은 마사지 업소에서 훈련비를 유용한 축구협회 직원 1명을 적발했다는 내용만 발표했다.

지난 6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의 모습 / 뉴스1
지난 6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의 모습 / 뉴스1

"국격 떨어져서" 감사 대상서 뺐다는 감사원 고위 인사

JTBC 취재진은 당시 축구협회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들여다봤던 감사원 고위 인사 B씨에게도 관련 의혹을 직접 물었다. B씨는 2012년 감사 당시 심판 접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성접대가 아닌 룸살롱 접대로 알고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B씨는 "룸살롱 등(에서) 심판을 접대했다. 그리고 심판 접대뿐만 아니라 법인카드를 좀 무분별하게 많이 썼다. 성접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감사에서 심판 접대 부분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감사원에서 볼 때는 위법사항이 아니고. 근데 그런 데를 심판을 접대하고 국격 떨어지게… 이게 나가면 쪽팔리잖아요. 쪽팔리니까 '앞으로는 못하게 하겠다' 그래서…"라고 설명했다. 오래된 관행이라는 점도 감사 제외 이유로 들었다. B씨는 "다른 나라, OO도 접대하고 OO도 접대하고 다 접대하는데, 한국만 접대한다고 공개를 하는 것보다는…"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축구협회 간부 A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시인했다. 다만 이 연락이 감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감사를 무마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B씨는 애초 감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도 밝혔다. 축구협회가 한 유력 정치인의 정치자금을 법인카드로 대주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법인카드 방만 사용 실태를 파악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감사원의 목적은 그런 것을 까발려 가지고 하는 게 아니고 예방하는… 문화체육부하고 공단에다가 '축구협회에 편중된 자금을 다변화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JTBC News

15년 만에 드러난 진실, 처벌은 안갯속

2016년 문체부 조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심판 성접대 내용이 담겼지만, 정작 보도자료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다. 성 비위 문제라 민감해 제외했다는 게 당시 설명이다. 이후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관련자 징계도 흐지부지됐다.

문체부의 2016년 감사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2011~2012년 월드컵·올림픽 예선전 3경기와 평가전 4경기 등 총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등 10여 명에게 접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이 커지자 축구협회는 지난 8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14년 전 이미 심판 접대와 법인카드 사용 사실을 파악하고도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당시 고위 인사의 증언까지 나오면서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올린 사과문 / 대한축구협회 공식 인스타그램
대한축구협회가 올린 사과문 / 대한축구협회 공식 인스타그램

경찰은 관련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검토하도록 하겠다. 아직 착수하지 않았다"며 "소추 요건이나 이런 걸 검토할 필요가 있을 듯한데,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사건이 15년 전 발생한 일인 만큼 성매매 알선 등 혐의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수사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오래전 벌어진 일이라 증거 보존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수사 실익을 낮추는 요인이다.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시점부터 적용되는 만큼, 접대가 언제까지 이어졌는지에 따라 수사 가능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