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9650억달러 IPO 앞두고 투자자들 “중국 AI·정치 리스크” 캐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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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9,650억달러 IPO 앞두고 투자자 견제성 질문 쇄도
중국 AI·트럼프 행정부·데이터센터 반발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

앤트로픽이 올가을 뉴욕증시 상장을 목표로 잠재 투자자들과 사전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저가형 중국 AI 모델,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반발 등 세 가지 쟁점을 놓고 앤트로픽 경영진에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 기업가치 9,650억달러(약 1,367조원, 1달러 1,417원 기준)에 이르는 이번 상장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앤트로픽은 9월 또는 10월 초 데뷔를 목표로 하지만 아직 공모가나 구체적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던지는 세 가지 질문
지난 몇 주간 진행된 사전 미팅에서 투자자들은 앤트로픽 경영진에 공통된 질문을 반복했다. 저렴한 중국산 AI 모델의 인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 반발이 회사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앤트로픽은 중국 경쟁 이슈를 애써 축소하며 자사가 최상위급 모델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를 비롯한 미국 경영진은 대다수 사용자가 그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시스템을 원하며 중국 모델은 서구 최고 모델보다 최소 몇 달씩 뒤처진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논리는 흔들리고 있다. 키미(Kimi) K3와 큐원(Qwen) 3.8 등 중국 모델이 최근 여러 벤치마크에서 서구 선두 모델과의 격차를 상당 부분 좁혔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한때 내세웠던 6~8개월의 기술 우위가 지금은 훨씬 좁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가치가 기술 우위를 전제로 형성된 회사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이런 부정적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앤트로픽은 헬스케어·생물학 분야 응용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논의에 관여한 인물들이 전했다.

초고속 매출 성장과 컴퓨팅 확보 총력전
앤트로픽의 상장 논리를 뒷받침하는 건 압도적인 매출 성장세다. 야후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연환산 매출은 2023년 초 1,000만달러에서 올해 5월 470억달러로 뛰었다. 41개월 만에 약 4,700배로 불어난 수치다. 이 중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약 80억달러를 기여했고 기업용 API 매출이 전체의 80~85%를 차지한다. 연환산 매출 대비 약 20.5배에 이르는 밸류에이션 배수에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물리적 인프라 비용까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이 대표 주관사를 맡아 6월 1일(현지시각) 비공개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고 10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매출을 뒷받침하는 건 세 개 대륙에 걸친 공격적 컴퓨팅 확보 전략이다. 북미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맺은 다년 계약을 통해 트레이니엄(Trainium) 칩과 프로젝트 레이니어(Project Rainier) 클러스터를 확보했고 구글 TPU, 멤피스의 스페이스X 콜로서스(Colossus) 1 시설, AMD 인스팅트(Instinct) GPU,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까지 동원했다. 유럽에서는 앞서 알려진 노르웨이 볼타(Volta)와의 100억달러 규모 컴퓨팅 계약이 있고 메타와는 예비 논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조달 구조도 눈에 띈다. 앤트로픽은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이 조성한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710억달러 규모의 부외(off-balance-sheet) 칩 리스 부채를 쌓았다. 브로드컴이 이 중 약 300억달러 규모 선순위 트랜치에 대해 잔존가치를 보증한다. 같은 방식의 예비 후속 조달도 360억달러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AMD는 최대 5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와 함께 2027년 상반기부터 2기가와트 규모의 인스팅트 MI450 용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스페이스X 콜로서스 임대는 2029년 5월까지 매달 약 12억5,000만달러 규모로 이어진다.
라이벌 구글에 임대료 보증까지 요청
앤트로픽은 컴퓨팅 확보를 위해 경쟁사인 구글에까지 손을 뻗었다. 로이터가 목요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총 1기가와트를 웃도는 규모의 미국 데이터센터 임대 예비 계약을 10여 건 넘게 맺었다. 경영진은 만약 임대료를 내지 못할 경우 구글이 이를 대신 지급하도록 보증해달라고 논의 중이다. 아폴로와 블랙스톤은 특수목적기구를 통해 이와 관련한 사모대출을 공급한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는 여러 영역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직접 경쟁하는 관계다. 그럼에도 구글은 앤트로픽에 최대 4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고 새 시설에 들어갈 일부 칩을 공동 설계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아폴로와 블랙스톤이 앤트로픽이 구글 칩을 임차해 미국 5개 데이터센터에 배치하는 데 필요한 350억달러 규모의 사모대출 패키지를 마감했고 브로드컴이 여기에도 잔존가치 보증을 추가했다고 알려졌다. 앤트로픽은 그동안 컴퓨팅 파워 대부분을 구글 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사업자에 의존해왔지만 자체 시설을 임차해 운영하면 비용과 성능을 더 직접 통제할 수 있고 직접 경쟁하는 기업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말 65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해 기업가치 9,650억달러를 인정받으며 처음으로 오픈AI를 앞질렀다. 며칠 뒤 비공개로 미국 IPO를 신청했다. 앤트로픽은 스페이스X에도 매달 12억5,000만달러를 컴퓨팅 대가로 지불하는데 스페이스X는 경쟁사 xAI를 지원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자금을 주고받는 AI 대형사들의 얽힌 관계가 올해 뉴욕증시행을 앞두고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상장가가 AI업계 밸류에이션의 새 기준 될까
앤트로픽이 정할 공모가와 상장 이후 주가 움직임은 앞으로 주요 AI 개발사들의 몸값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컴퓨팅에 집중된 수조달러 규모의 AI 투자는 수요가 계속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올해 상장한 스페이스X는 상장 후 기업가치가 2조달러를 넘어섰지만 초기 급등분 상당 부분을 이후 반납한 사례로 거론된다. 일부 낙관적인 분석가들은 앤트로픽이 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경쟁사 오픈AI도 자체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앤트로픽이 이번 가을 시장에서 받아낼 평가는 클로드 코드로 대표되는 성장세와 세 가지 위험 요인(중국 경쟁·정치적 긴장·인프라 반발)을 투자자들이 어떻게 저울질했는지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