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송금비용 6%대인데 브릭스는 CBDC로 즉시결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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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RBI, 브릭스 CBDC·UPI 연동 논의 공식 확인
연 86억 달러 송금 수수료 부담 속 2026 브릭스 정상회의 앞두고 탈달러 행보 가속

인도 송금비용 6%대인데 브릭스는 CBDC로 즉시결제 모색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인도 송금비용 6%대인데 브릭스는 CBDC로 즉시결제 모색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이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실시간 결제망을 서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도준비은행(RBI) 산제이 말호트라(Sanjay Malhotra) 총재는 뭄바이에서 열린 FICCI-IBA 연례 은행 콘퍼런스(FIBAC)에서 화요일(현지시각) 이 논의를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그는 국경간 송금이 인도의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처럼 즉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이 매년 여는 정상회의체이며, 인도는 2026년 정상회의 주최국이다. 이번 논의는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루피를 국제화하려는 인도의 오랜 목표와도 맞물려 있다.

배경: 세계 최대 송금 수취국의 셈법

인도는 2025 회계연도에 해외에서 1,354억 6,000만 달러(약 192조 원, 1달러 1,417원 기준)의 송금을 받았다. RBI 국제수지 데이터 기준 역대 최고치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2위인 멕시코의 680억 달러보다 거의 두 배 많은 규모다. 인도 총 경상거래 흐름의 10% 이상이 이 같은 개인 송금이다.

세계은행 송금비용 데이터베이스(2025년 3분기 기준)에 따르면 국경간 송금 비용은 평균 송금액의 6.36%에 달한다. G20과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 10.c는 2030년까지 이를 3%로 낮추자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비용은 목표치의 두 배를 넘는다. 이 비율대로면 인도 해외 동포들은 매년 약 86억 달러를 수수료와 환전 비용으로만 지불하는 셈이라고 테크타임스(techtimes)는 분석했다.

말호트라 총재가 UPI를 비교 기준으로 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는 “국경간 결제는 우리 모두, 브릭스를 포함해 관심 있는 분야다. 특히 소액 거래의 비용을 줄이고 속도를 높일 여지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UPI를 보라, 즉시 처리된다. 왜 해외 송금은 몇 시간,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말했다고 인도 매체 비즈니스 스탠다드(Business Standard)가 전했다. UPI는 2026년 7월 한 달간 236억 6,000만 건, 약 3,140억 달러(약 445조 원, 1달러 1,417원 기준)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다. 인도 결제청(NPCI) 데이터 기준 월간 최고치다. ACI 월드와이드(ACI Worldwide) 집계로는 인도가 전 세계 실시간 결제 거래량의 49%를 차지한다.

핵심: 두 갈래 트랙, 결제망 연동과 CBDC 정산 / AI 생성 이미지
핵심: 두 갈래 트랙, 결제망 연동과 CBDC 정산 / AI 생성 이미지

핵심: 두 갈래 트랙, 결제망 연동과 CBDC 정산

말호트라 총재는 브릭스 회원국들이 전담 결제 태스크포스를 통해 두 가지 트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각국의 실시간 결제망(FPS)을 서로 연결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CBDC를 직접적인 정산 계층으로 쓰는 방식이다. 그는 “다양한 방안과 선택지가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논의 단계일 뿐이다. CBDC와 실시간 결제망 연동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결제망 연동 방식은 이미 검증된 사례가 있다. 인도와 싱가포르는 2023년 2월 UPI와 페이나우(PayNow)를 연결해 양국 간 즉시 이체를 시작했다. 각국 결제 인프라가 합의된 인터페이스와 실시간 환전 메커니즘으로 연결되고, 중앙은행 간에는 하루 단위로 순액 정산이 이뤄지는 구조다. 별도의 분산원장이 필요하지 않다. 인도는 2026년 7월(현지시각) 스페인과도 UPI-비줌(Bizum) 연동을 위한 기술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의 픽스(Pix), 러시아의 신속결제시스템, 중국의 결제 인프라, 인도의 UPI에 더해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 등 새로 합류한 회원국들의 결제망까지 다자간으로 묶으려면 훨씬 복잡한 조율이 필요하다. 11개 이상의 통화쌍을 아우르는 환전 체계와 거래 확정성을 인정하는 법적 프레임워크가 뒤따라야 한다.

관전 포인트: mBridge가 보여준 거버넌스 딜레마

CBDC를 직접 정산 계층으로 쓰는 방식은 중개기관 없이 중앙은행 간 즉시 정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어떤 거래를 허용할지 결정하는 다자간 거버넌스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결제망 연동 방식과 다르다.

중국·홍콩·태국·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를 연결하는 다자간 CBDC 플랫폼 엠브리지(mBridge)는 누적 거래 규모가 약 555억 달러에 달해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은 2024년 이 프로젝트에서 탈퇴했다. 해당 플랫폼이 제재 대상 거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후 신장 관련 거래가 실제로 확인되며 이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테크타임스는 전했다.

전망: 루피 국제화와 남은 과제

RBI는 올해 초 인도 정부에 CBDC 연계 방안을 2026년 브릭스 정상회의 의제로 올릴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가 이번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만큼 디지털 루피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루피의 국경간 거래 비중을 늘리려는 목표가 논의 배경에 깔려 있다.

말호트라 총재는 논의가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구체적인 변화가 나오기까지는 여러 차례의 협상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인도가 국내에서 쌓은 UPI 같은 대규모 결제 인프라를 국경 밖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브릭스 결제 개편 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경간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표준화하려는 민간 결제망들의 움직임과 맞물려, 각국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결제 인프라 개편 경쟁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