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봉도 안 했는데… 딱 5억 초저예산으로 해외 뒤집은 한국 신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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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이은 2년 연속 토론토 초청… 연상호가 개척하는 ‘저예산 미학’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실낙원’이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무대로 나선다. 배급사 CJ ENM은 영화 ‘실낙원’이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고 밝혔다. 이에 연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김현주, 배현성은 다음 달 12일 오전 토론토 현지에 도착해 곧바로 영화제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영화 '실낙원' 공식 예고편 중 일부 장면 / 'CJ ENM Movie' 유튜브
영화 '실낙원' 공식 예고편 중 일부 장면 / 'CJ ENM Movie' 유튜브

‘실낙원’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은 현지 시간으로 다음 달 13일 오후 5시 30분 로열 알렉산드라 극장에서 개최된다. 상영 전 진행되는 레드카펫 행사에는 연 감독과 김현주, 배현성이 나란히 참석해 현지 관객 및 해외 매체들과 첫 인사를 나눈다. 연 감독은 지난해 영화 ‘얼굴’에 이어 올해 ‘실낙원’으로 2년 연속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선택을 받아 한층 더 깊어진 연출 세계를 선보이게 됐다.

북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토론토국제영화제는 매년 전 세계 주요 배급사와 매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반기 최고 화제작들을 미리 확인하는 영화계의 장이다. ‘실낙원’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게 되며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해외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끌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5억 원 저예산으로 완성된 심리 스릴러… ‘실낙원’은 어떤 작품?

영화 ‘실낙원’은 연 감독의 전작 ‘얼굴’과 마찬가지로 제작비가 5억 원밖에 들지 않은 저예산 영화다. 작품은 9년 전 발생한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기묘한 심리 스릴러를 다룬다.

영화 '실낙원' 공식 예고편 / 'CJ ENM Movie' 유튜브
영화 '실낙원' 공식 예고편 / 'CJ ENM Movie' 유튜브

9년 전 참혹한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은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 아들의 모습을 구현해 내고 그 가상 존재와 만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삶을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진짜 아들 류선우가 9년 만에 기적처럼 집으로 돌아온다.

아들의 생존 소식에 세상은 들썩이지만 돌아온 선우의 상태는 소영을 큰 혼란에 빠뜨린다. 온몸을 덮은 흉터,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빛, 무엇보다 소영이 기억하고 있던 순수했던 아들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낯선 모습에 소영은 극심한 불안감을 느낀다. 결국 소영과 돌아온 아들 선우, AI로 생성된 어린 시절의 선우까지 한 집에서 어울리지 않는 기묘하고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소영은 점차 드러나는 아들의 충격적인 실체와 맞닥뜨리며 거센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된다.

‘믿보김’ 김현주부터 ‘스타성’ 배현성까지

‘실낙원’을 이끄는 배우 김현주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이틴 청춘스타를 거쳐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며 연기력과 외모를 고루 갖춘 전천후 배우로 평가받아 왔다. 긴 활동 기간 동안 큰 문제나 구설수 없이 안정적인 행보를 보여온 그는 뛰어난 작품 선구안과 흔들림 없는 연기력으로 팬들과 대중 사이에서 ‘믿고 보는 김현주(믿보김)’라는 별명을 얻었다. 출연한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더라도 작품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경우가 많았으며 선택하는 캐릭터의 스펙트럼 또한 넓고 영리한 배우로 꼽힌다.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김현주 / 'CJ ENM Movie' 유튜브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김현주 / 'CJ ENM Movie' 유튜브

특히 지상파 3사(MBC, KBS, SBS) 모두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97년 하반기 MBC 일요아침드라마 ‘짝’에서 신입 스튜어디스 역으로 시리즈 막판 조연 출연을 한 데 이어 청춘드라마 ‘레디 고’에 윤손하와 함께 주연으로 발탁되며 인지도를 넓혔다. 같은 시기 전설적인 광고로 회자되는 생생우동 CF에서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키며 단숨에 전국구 스타 반열에 올랐다.

김현주를 본격적인 주연급 배우로 각인시킨 작품은 1998년 SBS 드라마 ‘사랑해 사랑해’였다. 배우 김지호의 여동생으로 출연한 그는 당대 최고 CF퀸이었던 김지호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며 차세대 스타로 성장했다. 이어 1998년 MBC 일요아침드라마 ‘사랑밖엔 난 몰라’에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2년간 활약했고 두 작품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그해 MBC와 SBS 연기대상에서 동시에 여자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는 지상파 3사 연기대상을 통틀어 최초로 2개 방송사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한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이후 1999년 ‘마지막 전쟁’, ‘햇빛 속으로’ 등 인기 드라마의 주연을 잇달아 맡았다. 배우 차태현과 호흡을 맞춘 청춘드라마 ‘햇빛 속으로’에서는 특유의 상큼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며 명실상부한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연기 활동 외에도 라디오 ‘김현주의 FM데이트’ DJ 및 TV 프로그램 ‘일요일은 즐거워’, ‘섹션TV 연예통신’ MC 등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약하며 다재다능함을 과시했다.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배현성 / 'CJ ENM Movie' 유튜브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배현성 / 'CJ ENM Movie' 유튜브

아들 류선우 역으로 김현주와 호흡을 맞춘 배우 배현성은 2018년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데뷔한 신예다. 이후 대표작인 ‘연애 플레이리스트’, ‘슬기로운 의사생활’, ‘조립식 가족’, ‘우리들의 블루스’ 등에서 대중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다수의 팬층을 확보했다. 특히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 당시 본인이 연기한 정현 캐릭터에 대해 "과묵하면서도 생각이 많고 내면이 단단한 점이 실제 자신과 닮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실낙원’에서는 서늘하고 비밀스러운 눈빛을 지닌 인물로 변신해 김현주와 팽팽한 연기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2억 저예산의 신화 ‘얼굴’의 성공, ‘실낙원’으로 이어지는 연상호의 연출관

‘실낙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연 감독이 바로 전작 ‘얼굴’을 통해 보여준 놀라운 성과 때문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얼굴’은 손꼽히는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입소문을 타고 흥행 성공을 이뤄낸 바 있다.

영화 '실낙원' 예고편 속 배우 배현성 / 'CJ ENM Movie' 유튜브
영화 '실낙원' 예고편 속 배우 배현성 / 'CJ ENM Movie' 유튜브

영화 ‘얼굴’은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 분)의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이 40년 전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이 발견된 후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정민이 연기한 임동환은 시각장애 전각 장인인 아버지 임영규의 곁에서 여러 일을 보조하는 아들이다. 동환이 아버지에게서 들어온 어머니에 대한 정보는 40년 전 갓난아기였던 자신과 아버지를 두고 사라졌다는 것이 전부였으며 어머니의 이름조차 경찰로부터 어머니가 백골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알게 된다. 경찰에게서 타살 가능성을 듣게 된 데다 갑자기 나타난 이모들에게서 어머니에 대한 험담을 듣게 된 동환은 어머니의 은폐된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유튜브 'CJ ENM Movie'

권해효가 연기한 임영규는 선천적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도장을 파는 전각 명인이 돼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젊은 시절 백주상 사장의 배려로 청계천에서 도장 노점을 시작한 그는 백 사장의 공장에서 일하던 정영희를 만나 결혼하고 아들 동환을 얻었다.

영화 '실낙원' 연출 연상호 감독 / 'CJ ENM Movie' 유튜브
영화 '실낙원' 연출 연상호 감독 / 'CJ ENM Movie' 유튜브

개봉 당시 ‘얼굴’은 한국 평론가와 관객들로부터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연 배우 박정민의 밀도 높은 연기력이 가장 많은 호평을 얻었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연 감독의 초기작인 ‘사이비’나 ‘돼지의 왕’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하고 어두운 스타일이 반영돼 관객에 따라 약간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받은 점은 독보적인 가성비와 연출 감각이었다. 감독의 이름값으로 제작진을 저렴하게 섭외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단 2억 원이라는 극단적인 저예산으로 수십억 원이 투입된 상업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고품질의 화면을 완성해 영화계에 큰 놀라움을 줬다. 당시 연 감독은 촬영 씬을 최대한 줄이고 한정된 세트 공간을 효율적으로 교차 활용하는 연출 방식을 통해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완벽히 지워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첫선을 보이는 영화 ‘실낙원’은 현지 일정을 마친 뒤 오는 10월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