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타고 한국 온 빌 게이츠…한국 기업들이 촉각 세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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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총리·정기선 회장 등 정·재계 주요 인사와 연쇄 회동
AI 전력 수요 급증 속 테라파워 SMR 협력 확대 여부에 관심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1년 만에 한국을 찾아 소형모듈원전(SMR)을 중심으로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협력 논의에 나선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차세대 원전 기업 테라파워 창업자인 게이츠 이사장은 13일 오후 9시 20분께 전용기를 타고 김포공항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도착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만의 방한이다.
이번 일정에서는 정부와 국회, 재계 주요 인사들과 연쇄 회동이 예정돼 있다. 핵심 의제는 SMR을 비롯한 차세대 에너지 분야 협력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14일 한성숙 국무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이번 면담은 게이츠 이사장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식 국회의장과의 비공개 면담도 추진되고 있으며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이어진다. 게이츠 이사장은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만나 SMR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HD현대·SK와 협력 확대…테라파워 사업도 본격화
HD현대와 테라파워의 협력 관계는 이미 여러 단계로 확대돼 있다. HD현대는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 진출했고 2024년에는 테라파워가 추진하는 첫 나트륨 원자로에 들어가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3월에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협약도 맺었다. 올해 5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핵심 설비인 원자로 인클로저 시스템(RES)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협력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과의 접촉 가능성도 거론된다. SK그룹은 테라파워의 주요 주주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공동으로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게이츠 이사장과 SK그룹 경영진의 회동이 성사되면 SMR과 AI 등 첨단 산업 분야 협력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SK그룹은 이번 방한 일정과 의제, 배석자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한은 테라파워가 차세대 원전 사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낸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테라파워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와이오밍주 케머러 1호기 건설 허가를 획득했다.
상업 규모 차세대 원전이 미국에서 건설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연구개발 중심이던 사업이 실제 건설 단계로 넘어가면서 관련 기업들의 공급망 참여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핵심 설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한국수력원자력도 올해 1월 테라파워 지분 4000만 달러어치를 인수했다. 한화로 약 600억원 규모다.
AI 전력 수요 커지자 다시 주목받는 SMR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4세대 원자로 ‘나트륨’은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의 차세대 원전이다. 에너지 저장 기능을 결합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전원으로도 평가받는다.
SMR을 둘러싼 관심은 AI 확산과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4년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로 늘어날 전망이다. 6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규모다.
한국 정부도 SMR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SMR 특별법’을 토대로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창원과 부산, 경주 등에 SMR 제작지원센터를 구축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해 방한 당시에도 AI 시대의 전력 문제와 SMR의 역할을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나 AI와 반도체 산업이 끌어올리는 전력 수요에 SMR이 유효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도 잇달아 만나 나트륨 원자로 공급망 구축과 사업화 전략을 논의했다.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게이츠 이사장은 이번 방한에서도 SMR을 중심으로 정부와 재계 인사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