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청률 18%' 찍었던 11년 전 레전드 한국 드라마. 외국인들도 홀딱 반했다

작성일

10년 지난 ‘그녀는 예뻤다’, 멕시코 지상파 리메이크… 중남미 시장 공략

방영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 최고 히트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던 MBC ‘그녀는 예뻤다’(2015)가 뛰어난 작품성과 독창적인 서사를 해외에서도 정식으로 인정받아 또 한 번의 리메이크 결실을 맺었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1회 방송 중 일부 장면 / '옛드' 유튜브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1회 방송 중 일부 장면 / '옛드' 유튜브

지난 12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그녀는 예뻤다’를 원작으로 한 멕시코 리메이크작 ‘쿠안도 푸이 보니타(Cuando fui bonita)’가 오는 28일 현지 지상파 채널인 카날5(Canal 5)를 통해 첫 방송을 확정 지었다.

이로써 ‘그녀는 예뻤다’는 과거 중국, 일본, 튀르키예 등에서 리메이크된 데 이어 중남미 시장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게 됐다. 이번 사례는 산업적·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10년 전에 제작된 라이브러리 작품이 글로벌 신흥 시장에서 현지화돼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K콘텐츠 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는 이미 흥행이 마무리된 콘텐츠라 할지라도, 원작의 IP 주도권을 견고히 유지한 상태에서 현지 제작 및 유통을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입증해 냈기 때문이다.

유튜브 '옛드'

이번 멕시코 진출 사례는 K드라마 IP의 해외 확장 전략이 기존 방영권 판매나 단일 지역 리메이크 수준을 넘어 한 단계 고도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 산업은 꾸준히 글로벌 리메이크 시장을 두드려 왔다. ‘시그널’과 ‘보이스’가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리메이크되며 장르물의 경쟁력을 입증했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필리핀에서, ‘일타스캔들’은 태국에서, ‘나의 아저씨’는 중국에서 각각 현지 정서에 맞게 재해석돼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히트작 ‘SKY 캐슬’의 미국 리메이크가 추진되는 등 전통적인 콘텐츠 선진국은 물론, 멕시코와 인도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까지 진출 범위를 거침없이 확대해 나가는 양상이다.

‘그녀는 예뻤다’의 원천 IP를 보유한 MBC 측 역시 이번 멕시코 리메이크에 대해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MBC 관계자는 “이번 멕시코 리메이크는 하나의 우수한 드라마 IP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라이브러리 IP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글로벌 플랫폼 및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적극 활용하여 글로벌 IP 사업 역량을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출연 배우 고준희와 황정음 / '옛드' 유튜브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출연 배우 고준희와 황정음 / '옛드' 유튜브

그렇다면 10년이라는 시간과 언어·문화적 장벽을 넘어 멕시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는 예뻤다’의 원천적인 매력과 서사적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2015년 방영 당시 신드롬을 일으킨 ‘그녀는 예뻤다’는 한때 출중한 외모와 완벽한 스펙을 가졌던 여주인공이 사춘기 시절의 역변을 거치며 엑스트라 같은 삶을 살아가다, 15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돈다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나이를 먹고 세상을 알아가며 현실의 벽에 치이고 지쳐갈수록 사람들은 “그래, 난 이 정도면 됐어”라고 쉽게 포기하거나 지레 주저앉아 스스로와 타협하곤 한다. 자신을 인생의 주인공이 아닌 ‘조연’ 혹은 ‘엑스트라’라 여겼던, 그래서 첫사랑 앞에서도 당당히 나서지 못했던 여주인공 김혜진. 드라마는 그럼에도 자신을 알아봐 주는, 나아가 이제는 스스로를 세상에 알리고 싶게 만드는 첫사랑을 다시 만남으로써 그가 마침내 인생의 당당한 주연으로 성장해 나가는 상큼발랄한 로맨스를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현대인들을 향해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얼마나 당신 인생의 주인공처럼 살고 있나요?” 바로 이 시의성 있고 보편적인 메시지가 시공간을 초월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여전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역변녀 김혜진 vs 환골탈태 지성준… 입체적 서사와 케미스트리

드라마의 흥행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에 있었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출연 배우 황정음 / '옛드' 유튜브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출연 배우 황정음 / '옛드' 유튜브

배우 황정음이 연기한 김혜진은 학창 시절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완벽녀’였다. 학교마다 하나씩 꼭 있던, 전교에서 제일 예쁜데 집안도 부자이고 공부까지 잘하며 온갖 대회 상을 휩쓰는 와중에 성격마저 심하게 좋아 얄미워할 수조차 없던 아이가 바로 혜진이었다.

그러나 인생의 반전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잘나가던 아빠의 출판사가 망하며 부(富)를 잃었고,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우수한 성적마저 잃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아빠의 외모 유전자가 사춘기 시절 뒤늦게 발현되면서 찬란했던 미모마저 잃고 말았다. 청춘의 한복판에 선 그에게 남은 것은 학자금 대출금과 초라한 스펙의 취업장수생이라는 신분뿐이었다. 주인공 같던 인생에서 엑스트라 인생으로 전락한 그의 당면 목표는 그저 탄탄한 회사에 입사해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15년 전 헤어진 초등학교 시절 단짝이자 첫사랑 ‘뚱땡이’ 지성준에게서 연락이 오면서 그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장 아름답던 시절의 자신만을 기억하고 있을 성준 앞에 도저히 나설 자신이 없었던 혜진은 결국 9등신 미녀인 절친 하리에게 대타를 부탁한다. “오늘 딱 하루, 걔 앞에서 네가 김혜진이 돼줘.” 첫사랑 앞에 선 뜻밖의 거짓말, “나는 진짜지만 철저히 가짜가 돼야만 하는” 기묘한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출연 배우 박서준 / '옛드' 유튜브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출연 배우 박서준 / '옛드' 유튜브

반면, 배우 박서준이 연기한 남주인공 지성준은 ‘환골탈태’라는 단어 그 자체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현재는 남성 패션지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늘씬하고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지만 사춘기 전까지만 해도 외모와 성격 모두 찌질함의 극치였다. 또래보다 키는 10cm 작고 몸무게는 10kg 더 나갔으며 여자애들과 눈도 못 맞추고 발표도 못 할 만큼 소심했던 아이였다.

소심했던 성준과 인기걸이었던 혜진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단짝이 됐고 성준이 어머니를 여의는 큰 슬픔을 겪을 때 혜진은 그의 빈자리를 채워준 유일한 구원자였다. 갑작스러운 미국 이민으로 헤어진 후 성준은 언어 장벽과 외모로 인한 놀림 속에서 악착같이 공부와 그림에 매달렸다. 1등을 해야만 사람들이 다가와 주고 친구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성준은 파슨스 디자인스쿨 수석 졸업 후 글로벌 패션 매거진 ‘더 모스트’ 뉴욕 본사 수석 에디터를 거쳐 한국판 발행사인 ‘진성 매거진’의 최연소 부편집장으로 파격 스카우트돼 15년 만에 귀국한다. 일에 관해서는 독단적이고 타협 없는 완벽주의자이자 워커홀릭으로, 강렬한 집중력과 까칠한 말본새 덕에 ‘지랄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지만 독한 겉모습과 달리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가장 행복하고 슬펐던 시간을 함께해 준 첫사랑 혜진에 대한 그리움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 외에도 고준희, 최시원 등 매력적인 유망 배우들이 합세하여 다채로운 사각 관계와 유쾌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해 냈다.

시청률 18%·디지털 조회수 1800만 회… 숫자로 입증된 전설적 흥행

‘그녀는 예뻤다’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IP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방영 당시 기록했던 압도적인 흥행 성과가 존재한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출연 배우 고준희 / '옛드' 유튜브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출연 배우 고준희 / '옛드' 유튜브

2015년 본방송 방영 당시 작품은 TV 본방 시청률은 물론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폭발적인 화제성을 기록했다. 네이버TV 단일 플랫폼 조회수만 무려 1800만 회를 돌파했으며 채널 구독자 수 역시 2만 명을 넘어서는 등 당시로서는 독보적인 디지털 팬덤을 형성했다.

방송 시청률 수치 또한 놀라웠다. 최고 시청률은 13회 방송분에서 전국 18%, 수도권 19.8%를 기록, 전체 평균 시청률 13.3%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대작 사극이었던 ‘기황후’ 이후 MBC 주중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성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