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인데 역주행 미쳤다…갑자기 넷플릭스 톱10 등극한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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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참패 후 넷플릭스서 역주행, 뒤늦은 성공의 '이 작품'

넷플릭스에 조용히 역주행을 기록 중인 한국 영화 한 편이 있다.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스틸컷. / 디스테이션 제공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스틸컷. / 디스테이션 제공

바로 14일 오후 기준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영화' 순위에서 8위에 오른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에 대한 소식이다. 2022년 12월 개봉한 '크리스마스 캐럴'은 개봉 당시 극장가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넷플릭스 공개 이후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상위권에 재진입하며 이례적인 역주행 흐름을 만들고 있다.

극장 흥행 부진, OTT에서 뒤늦게 터진 이유

'크리스마스 캐럴'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러닝타임 130분, 장르는 드라마와 액션으로 분류된다. 개봉 당시에는 어둡고 파격적인 수위 탓에 대중적 관객층을 넓히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크리스마스라는 따뜻한 소재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달리, 실제 내용은 소년원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비극을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극장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작품이 OTT 플랫폼으로 무대를 옮기며 새롭게 평가받는 사례는 종종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 역시 넷플릭스 공개 이후 시청자들의 재평가가 이어지며 뒤늦게 순위권에 진입했다. 극장 개봉 시점과 OTT 역주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차가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 소비 방식의 차이가 작품 재조명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주연 박진영. ‘크리스마스 캐럴’ 스틸컷. / 디스테이션 제공
주연 박진영. ‘크리스마스 캐럴’ 스틸컷. / 디스테이션 제공

감독과 주요 출연진은 누구?

연출은 김성수 감독이 맡았다. 김성수 감독은 드라마 '구해줘', 영화 '야수', '지놈 하저드' 등을 연출한 이력이 있다. 원작은 주원규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주연은 그룹 갓세븐 출신 박진영이 맡았다. 박진영은 극 중 1인 2역을 소화하며 발달장애를 가진 쌍둥이 동생 주월우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소년원에 자진 입소하는 형 주일우를 동시에 연기했다. 김영민은 소년원 상담교사 조순우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아이들을 감싸주는 듯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김동휘는 죽은 월우의 친구이자 비밀을 쥔 소년원생 손환 역을, 송건희는 소년원 내 실세 패거리의 일진이자 월우의 죽음과 깊게 연관된 문자훈 역을 연기했다. 허동원은 '미친개'로 불리는 폭력적이고 부패한 교도관 한희상 역을 맡았다.

크리스마스 아침 발견된 시신에서 이야기 시작

본격적인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아침, 시체 안치실에서 시작한다. 일우는 물탱크 안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 쌍둥이 동생 월우를 마주한다. 온몸에 멍 자국이 가득했지만 경찰과 주변 어른들은 사건을 단순 사고사로 조기 종결하려 한다.

‘크리스마스 캐럴’ 스틸컷. / 디스테이션 제공
‘크리스마스 캐럴’ 스틸컷. / 디스테이션 제공

동생이 마지막 통화에서 남긴 비명과 희미한 단서를 통해, 일우는 동생을 괴롭히던 문자훈 패거리와 소년원이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직감한다. 그는 스스로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입소한다. 약육강식의 법칙만 작용하는 소년원 안에서 일우는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범을 찾기 위해 폭력에 폭력으로 맞선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동생을 둘러싼 어둡고 추악한 진실과 어른들의 비리가 드러난다.

작품은 '가장 거룩해야 할 날, 소외된 자들에게 찾아온 가장 비극적인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표방한다.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방치한 약자들의 비극과 소년원이라는 밀폐된 공간 속 폭력의 순환을 직설적으로 고발하는 구조다. 사회적 시스템에서 구원받지 못한 소년들이 서로를 파괴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진짜 악마는 누구이며 진정한 구원이란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유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배경에는 미화 없는 날것의 폭력과 자극적 소재가 자리한다. 김성수 감독은 이를 두고 멋있는 액션이 아닌 폭력신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중반부 팬티 차림의 인물들이 좁은 목욕탕 안에서 유혈이 낭자하게 싸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캐럴’ 스틸. / 디스테이션 제공
‘크리스마스 캐럴’ 스틸. / 디스테이션 제공

발달장애인인 동생 월우가 당했던 가학적인 착취, 소년원 내부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성범죄와 가스라이팅 묘사도 직관적이고 묵직하게 다뤄진다. 러닝타임 내내 폭언과 비속어가 쉼 없이 쏟아지고, 약자가 철저히 짓밟히는 현실이 담겨 시청자에게 강한 정서적 불편함과 압박감을 유발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작자 주원규 작가는 누구인가

원작 소설을 쓴 주 작가는 한국 문학계와 대중문화계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소설가이자 현직 개신교 목사이며, 동시에 TV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방송 작가로도 활동한다.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구약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장편소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강남 클럽 카르텔, 청소년 범죄, 가출 청소년, 성매매, 부패한 종교계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고발하는 사회파 스토리텔러로 알려져 있다. 실제 강남 클럽이나 밑바닥 현장에 위장 취업하거나 침투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방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원규 작가. / 주원규 작가 페이스북
주원규 작가. / 주원규 작가 페이스북

'크리스마스 캐럴' 역시 이 같은 작가의 세계관이 그대로 이어진 작품이다. 소년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회 시스템의 사각지대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구조를 다뤘다는 점에서, 개봉 당시 평단의 관심을 받았던 지점과 뒤늦게 넷플릭스에서 재조명받는 지점이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봉 3년가량이 지난 시점에 순위권 재진입이 이뤄진 만큼, 콘텐츠의 완성도와 별개로 발견되는 시점의 차이가 흥행 곡선에 영향을 준 사례로 꼽힌다.

‘크리스마스 캐럴’ 포스터. / 디스테이션 제공
‘크리스마스 캐럴’ 포스터. / 디스테이션 제공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이야기꾼...주원규 대표작 '3편'

주 작가는 소설 원작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극본 작업에 참여하며 영상 콘텐츠 제작 전반에 관여해왔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넷플릭스 역주행을 계기로 그의 다른 영상화 작품들도 함께 조명받고 있다. 아래는 주 작가가 원작을 제공했거나 직접 각본 집필에 참여한 대표작 3편이다.

  1. tvN 드라마 '아르곤' (2017)

구분은 TV 드라마, 공동 각본 집필이다. 출연진은 김주혁, 천우희 등이다.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오직 팩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려는 탐사보도팀 아르곤의 이야기를 다룬 언론 드라마다. 주 작가가 공동 대본 집필로 참여해 탄탄하고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언론과 저널리즘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방영 당시에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1.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2019)

구분은 TV 드라마, 원작 소설 제공 및 기획 참여다. 출연진은 이민기, 이유영 등이다. 주 작가의 소설 '반인간선언'을 원작으로 기획, 제작된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아버지의 의문사와 사라진 남편을 찾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는 여자와 형사의 추적극을 그렸다. 정치와 미스터리, 가족사가 얽힌 구조로 소설 원작의 서사를 드라마 문법으로 풀어냈다.

주원규, 박누리 극본의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 디즈니+ 제공
주원규, 박누리 극본의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 디즈니+ 제공
  1.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 (2024)

구분은 OTT 시리즈, 드라마 극본 집필이다. 출연진은 조우진, 지창욱, 하윤경, 김형서(비비) 등이다. 강남의 화려한 밤 무대 뒤편에서 벌어지는 마약, 경찰과 검찰의 카르텔, 사라진 클럽 에이스를 쫓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액션 스릴러다. 주 작가가 자신의 저서 '메이드 인 강남' 등 실제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대본을 집필해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세계관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뚜렷하다. 언론, 소년원, 정치, 유흥가 카르텔까지 소재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사회 시스템의 사각지대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 거짓, 부패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서사를 구축하는 주 작가 특유의 작업 방식이 소설과 드라마, 영화 전반에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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