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와서 가장 돈 많이 쓰는 곳 1위, 뜻밖의 '이곳'이었다

작성일

K-뷰티 특수는 서울로, 관광객은 지방으로… 엇갈린 '외국인 특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국내 카드 소비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그 온기가 지방 골목상권까지는 좀처럼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와 K-콘텐츠 열풍을 타고 서울로 몰리는 의료관광객과, 순수 관광 목적으로 지방을 찾는 여행객 사이에 소비 구조 자체가 갈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일 계속되던 폭염이 살짝 강도를 낮춘 9일 경복궁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관람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연일 계속되던 폭염이 살짝 강도를 낮춘 9일 경복궁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관람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해외카드 매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가맹점의 해외카드 총매출액은 2023년 1월 대비 9.6배로 불어났다. 전체 소상공인 카드 매출에서 해외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2%에서 1.2%로 6배 뛰었다. 방한 관광객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0만9919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1.3% 늘었고, 이들의 카드 소비액은 1조2348억원에서 2조544억원으로 66.4% 급증했다.

'K-글로우' 특수, 서울로만 몰린다

수치를 뜯어보면 서울 쏠림 뒤에는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의료관광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5월 외국인의 국내 의료 소비액은 94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9% 늘었고, 소비 건수도 132만건에서 222만건으로 68.6% 증가했다. 지난해 의료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은 약 200만명으로 전년(117만명)보다 73.8% 급증했는데, 이는 4년 연속 70%대 성장세다. 과거 코 성형·쌍꺼풀 수술 같은 침습적 시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레이저 치료와 피부 리프팅, 보톡스 등 회복이 빠른 비침습적 시술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의료 소비액 중 피부과 비중은 54.5%로 절반을 넘었고, 성형외과(23.9%)까지 합치면 미용 관련 진료가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런 특수가 서울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BC카드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방한 외국인 카드 소비 분석'을 보면, 전체 의료 이용액의 92.8%가 서울 한 곳에서 발생했다. 서울의 의료 이용액이 91.8% 급증하는 동안 부산(27.4%), 인천(27.5%), 경기(21.7%), 제주(13.1%)의 증가 폭은 서울에 크게 못 미쳤다. 이번 KCD 조사에서 서울의 해외카드 매출 가운데 피부과가 40%, 성형외과가 14%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팝과 K-드라마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서울 체류 중 피부 관리나 체형 관리로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부산·제주는 '관광 특수'…의료 쏠림은 이제 시작 단계

반면 부산과 제주에서는 다른 결의 소비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최근 1년간 매출 증가율은 부산(60.0%)과 제주(53.1%)가 서울(36.4%)을 앞질렀는데, 이 지역에서는 외식업과 유통업이 소비를 견인했다. 부산의 경우 올해 5월까지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9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난 게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헤어제품을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헤어제품을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 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부산에서도 의료관광 성장세 자체는 가파르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의료관광객은 7만5879명으로 전년보다 151.5% 급증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284% 이상 늘었다. 다만 진료과별로 보면 피부과가 67%, 성형외과가 6.5%로 미용 관련 수요가 70%를 웃돌아, 서울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시술' 중심의 소비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2026 부산의료관광 활성화 기본계획'에 24억원을 투입해 치료 중심의 고부가가치 의료관광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관광은 늘었는데 왜 우리 가게는 그대로일까"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상권 간 양극화로 이어진다. 이번 KCD 조사에서 해외카드 매출 상위 1% 매장이 전체 매출의 66%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 명동·강남 등 관광특구 매장의 월평균 해외카드 매출(348만원)은 골목상권 매장(29만9000원)의 약 12배에 달했다. 관광객 수가 아무리 늘어도,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매장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는 뜻이다.

씀씀이의 성격도 업종마다 갈린다. 서비스업의 외국인 객단가는 16만6000원으로 내국인(4만7000원)의 3.5배에 달했지만, 외식업에서는 외국인 3만3000원, 내국인 2만8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미용·의료가 관광 중의 '특별 소비'로 소비되는 반면, 식사는 여행지에서도 여전히 일상적인 지출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K-뷰티발(發) 의료관광 붐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그 온기가 골목상권까지 퍼지려면 지방 관광지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유도할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광객 숫자만 늘리는 유치 전략을 넘어, 실제 지출이 지역 상권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