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아이 갖자던 남편, 2년 기다리더니 "1년 내 안 생기면 딩크" 선언

작성일

"2년간 임신 피한 여자 업보" vs "여자가 대체 뭘 잘못했나"

결혼 전 두 사람은 "아이 하나쯤은 낳자"고 했다. 다만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 결혼 후 아내는 "20대에는 아이 생각이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고, 남편은 "빨리 낳자"고 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이제 막 마음을 돌려 임신을 준비하려고 한 아내에게 남편이 말했다. "1년 안에 아이가 안 생기면 딩크로 살겠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결혼 2년 차 부부가 자녀 계획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한 사연이 온라인에서 격론을 불렀다. ‘남편이 2년 지나니 애를 안 갖겠다고 한다’는 제목의 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14일 올라왔다.

글쓴이는 남편과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부부라고 밝혔다. 그는 "결혼 전에는 둘 다 아이 하나쯤은 낳자고 했는데 딱히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며 "결혼 후 내가 ‘20대에는 아이 생각이 없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했는데 그 뒤로 2년이 지났다"라고 적었다. 그는 "2년간 신혼을 보내고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1년 안에 아이가 안 생기면 딩크로 살 생각이라고 한다"며 "자기는 확고하다면서 이 문제가 서로 안 맞으면 언제든 나보고 떠나라고 한다. 미련이 없다더라"고 했다.

글쓴이는 남편이 오히려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몰아세운다고 토로했다. 그는 "난 남편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그 2년이 내가 억지로 우겨서 가진 시간이라며 내가 이기적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혼인신고도 아직 안 했다. 결혼했을 때 내가 하자고 했는데 그때는 청약 때문이라도 나중에 하자더니 이제는 아이 문제 때문에라도 혼인신고를 하기 싫다더라"며 "사기 결혼 아니냐"고 했다.

글쓴이는 댓글에서 임신을 미룬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합의가 안 된 상태였고 2년간 계속 아이 문제로 싸웠다. 남편은 관계도 계속 거절해왔다"며 "그러다 올해 준비하자고 서로 협의한 상황에서 남편이 ‘올해 안에 안 생기면 내년부터는 딩크로 살자’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솔직히 나는 지금도 그렇게 아이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 몸이 변하는 것도 싫었지만 가장 큰 건 남편이 현장직이라 나 혼자 임신·출산·육아에 맞벌이까지 다 해야 하는 게 부담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올해 안에 안 생기면 딩크 부부로 살자고 시전하는 게 어이가 없다"고 했다.

글쓴이는 남편이 딩크 부부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선 "나이 먹고 늦게까지 아이 때문에 돈 걱정하면서 살기 싫다더라.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고 싶다고 한다"고 전했다.

댓글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쪽은 글쓴이에게 책임을 묻는 의견이었다. 한 누리꾼은 "20대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2년 미룬 게 합의가 충분히 안 된 독단이었던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남편의 반응도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고 했다.

글쓴이가 "합의가 안 된 상태였다"고 답하자 이 누리꾼은 "그럼 답이 나왔다. 2년간 완강한 거부로 합의가 아닌 굴복으로 아이를 안 가진 것이고, 거기에서 이미 마음이 떠서 이제는 역으로 남편이 딩크 부부로 살자는 것"이라고 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이 누리꾼은 "자녀 계획이 서로 안 맞아서 벌어진 일인데 왜 남편 탓을 하느냐. 이런 건 결혼 전에 합의했어야 한다"며 "미리 합의도 하지 않고 2년간 임신을 거부한 네가 더 사기 결혼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신을 거부하는 건 여자의 자유라면서 딩크 남편을 욕하는 모순이 문제"라고 했다.

남편의 선택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나이 들어서까지 아이 뒷바라지하기 싫다잖느냐"며 "38세에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대학 갈 때 58세, 40세에 낳으면 60세인데, 입학식 때 환갑을 맞긴 싫은 것 아니겠느냐. 그게 왜 비상식적인 이유냐"고 했다. 또 "완전히 싫다는 것도 아니고 1년간 노력한다는 데는 동의했잖느냐"며 "떠나라는 얘기가 기분 나쁜 거면 네 2년의 업보"라고 한 누리꾼도 있었다.

반면 남편의 태도가 지나치다는 반박도 팽팽하게 맞섰다. 한 누리꾼은 "합의는 두 사람의 의견이 맞아야 하는 것이지 남자가 갖고 싶을 때 여자가 무조건 임신하고 출산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도 "그때도 합의가 안 된 것이고 지금도 합의가 안 되는 것"이라며 "남자가 자기 나이가 많아서 아이를 빨리 갖고 싶다면 여자가 어리단 이유로 2년 있다가 아이를 갖고 싶은 것도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누리꾼은 "2년이면 여자 나이가 이제 서른이 되는 것인데 보편적인 상식에서 크게 이해가 안 가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덜 보편적이고 덜 상식적인 요구를 고집할 사람이 결혼 전에 먼저 얘기를 꺼낼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런 심보의 남자와는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아이를 갖는 게 낫다"고 했다.

아이 문제를 넘어 관계 자체가 이미 끝났다고 본 시각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누가 잘하고 잘못했고를 떠나서 저런 말이 오간 사이면 부부간에 기대할 따뜻한 마음이 없는 상태인 것 같다"고 했다. "원인 제공을 누가 했든 간에 언제든 떠나도 된다는 사람과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느냐"며 결혼생활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한쪽 이야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이건 남자 쪽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