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2년 구형받은 주요 범죄자, 법원 선고 앞두고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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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정보 이용해 300억 부당이득 혐의... 해외 밀항 가능성도

바이오 신약 사업 관련 허위 정보를 유포해 약 3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선고를 앞두고 도주했다. 검찰은 신병 확보를 위해 추적에 나섰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나모씨가 선고기일에 잇따라 나오지 않으며 잠적하자 검찰이 도주로 판단해 뒤를 쫓고 있다고 CBS노컷뉴스가 15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노유경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 나씨에 대한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나씨가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선고를 연기했다.

나씨는 지난 5월 27일 결심공판을 마지막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14일과 21일, 24일 세 차례 선고기일을 잡고 나씨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나씨는 모두 나오지 않았다.

첫 선고기일이었던 지난달 14일 나씨가 출석하지 않자 법원은 곧바로 보석을 취소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나씨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등에 따르면 검찰은 나씨가 도주한 것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나씨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 신병 확보에도 나섰다.

나씨는 2024년 7월 재판에 넘겨진 뒤 법정 구속됐다가 같은 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 인용과 함께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졌으며, 최근 출입국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보석이 취소된 이후로도 한 달 동안 신병 확보가 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며 "오랫동안 도주를 계획하다가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잠적하고 있을 수도 있고, 해외로 밀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구형량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나씨가 도주를 결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결심공판에서 나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0년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와 함께 벌금 750억 원과 추징금 329억1542만 원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자본시장법은 주식·채권 같은 금융투자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시세조종,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부정거래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나씨에게 적용된 부분은 이 가운데 시세조종과 부정거래에 해당한다. 시세조종은 여러 계좌를 동원해 사고팔기를 반복하거나 허위·과장 정보를 흘려 주가가 실제 가치와 다르게 움직이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부정거래는 허위 보도자료 배포처럼 부정한 수단을 써서 투자자를 속이고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이 클수록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부당이득이 50억 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이득액의 3배에서 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 있다. 나씨의 부당이득 규모가 약 300억 원으로 산정된 만큼 검찰이 벌금 750억 원을 구형한 것도 이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횡령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던 사람이 이를 함부로 자기 것처럼 쓰거나 돌려주지 않는 범죄다. 형법에도 횡령죄가 있지만 빼돌린 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경가법이 적용돼 형이 무거워진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나씨는 회삿돈 107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특경가법상 가장 무거운 구간의 처벌 대상이 된다.

법원은 네 차례 미뤄진 나씨의 선고기일을 오는 9월 4일 오전 10시로 다시 지정했다. 나씨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다섯 번째 선고기일에도 나씨가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나씨처럼 재판 도중 잠적할 경우 여러 불이익이 뒤따른다. 우선 나씨가 이미 겪은 것처럼 보석이 취소된다. 보석은 일정한 조건을 걸고 구속 상태를 풀어 주는 제도다.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이 이를 취소하고 다시 구속할 수 있다. 보석 취소 시 앞서 낸 보증금도 전부 또는 일부 몰수될 수 있다.

도주 상태에서도 재판 자체는 진행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 없이 판결을 선고하는 이른바 '궐석재판'을 허용하고 있다. 즉 나씨가 끝까지 나타나지 않더라도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고 형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형이 확정된 뒤 형을 실제로 집행하려면 신병을 확보해야 하므로, 검찰은 지명수배 등을 통해 계속 추적하게 된다.

아울러 도주하면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원은 형을 정할 때 범행의 죄질뿐 아니라 피고인이 재판에 임하는 태도, 반성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한다. 도주한다면 반성의 기미가 없고 죄질이 매우 불량한 것으로 판단돼 원래 형량보다 훨씬 무거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해외 도피를 시도해도 처벌을 피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미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나씨가 정상적인 경로로 출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밀항을 시도할 경우 밀항단속법 위반이라는 별도의 범죄가 추가된다. 검찰은 도피자가 해외로 나간 정황이 확인되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거나 해당 국가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 신병을 넘겨받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처벌을 면하는 것도 아니다. 형사 사건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공소시효가 있지만,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한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도피 기간만큼 형 집행이 미뤄질 뿐 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나씨는 2018년 벤처 투자사 대표 이모씨 등과 함께 바이오 신약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부양해 약 3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바이오 관련 법인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 차명계좌 108개를 이용해 1만541차례 주문을 제출하는 등 시세를 조종해 약 160억 원의 차익을 낸 혐의도 받는다. 회삿돈 107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2019년 10월 금융당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가상의 인물과 시나리오를 만들어 공범들에게 위증을 하도록 종용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함께 재판을 받아 온 벤처 투자사 대표 이씨 등 공범 6명은 지난달 14일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