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종전' 언급했지만...북한군 수상한 조짐 보여 '경고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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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제안vs군사적 현실…남북 간 신뢰 구축의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며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힌 가운데, 북한군 수 명이 최근 동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제시된 직후 실제 접경지역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 수 명은 이번 주 동부전선에서 MDL을 침범했다. 우리 군은 정해진 작전 수행 절차에 따라 경고방송을 실시한 뒤 경고사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북한군은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우리 군의 경고사격 이후 북쪽으로 돌아갔으며, 이후 별다른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응해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실시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북한군의 MDL 침범이 모두 17차례 확인됐지만, 올해는 이번 사례가 발생하기 전까지 북한군의 MDL 침범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6.8.15/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6.8.15/뉴스1

MDL은 무엇인가…남북 군사분계선의 의미

MDL은 ‘Military Demarcation Line’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군사분계선’을 뜻한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선으로, 6·25전쟁 당시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가 멈춘 지점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흔히 ‘휴전선’이라고 부르는 선이 바로 MDL이다.

MDL은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가르는 사실상의 군사적 경계선이다. 다만 정전협정은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평화협정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중단하기 위한 협정이기 때문에, MDL 자체가 남북한 사이의 법적 국경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MDL을 중심으로 남북 각각 2㎞씩 병력을 물리기로 하면서 만들어진 공간이 ‘비무장지대(DMZ)’다. 따라서 MDL은 DMZ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선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DMZ 안에는 원칙적으로 군사시설과 병력의 주둔이 제한되지만, 실제로는 남북이 각각 감시초소와 철책 등을 운영하며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MDL을 기준으로 상대방의 군사력이 넘어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때문에 북한군이 MDL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면 단순한 국경선 침범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남북이 정전 상태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측 병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MDL에 접근하면 경고방송 등을 통해 북쪽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실제로 MDL을 넘어오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경고사격 등을 실시한다. 이는 우발적인 충돌을 막으면서도 군사분계선을 지키기 위한 통상적인 대응 절차다.

특히 MDL 일대는 지형과 시야 확보 문제 때문에 순찰이나 지뢰 제거, 철책·도로 건설 등의 작업 과정에서 병력이 선을 넘는 사례가 발생해왔다. 실제로 북한군은 최근 몇 년간 MDL 인근에서 불모지 조성 등의 작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북한군이 MDL을 넘었다’는 표현은 단순히 남북 사이의 경계선을 잠시 넘어왔다는 뜻을 넘어, 정전협정에 따라 유지되고 있는 군사적 경계에 북한군 병력이 실제로 진입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모습. / 뉴스1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모습. / 뉴스1

“아주 오래된 전쟁 끝내자” 제안한 이 대통령

북한군의 MDL 침범이 알려진 가운데 이 대통령은 하루 앞선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간 적대와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대화를 북한에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혔다.

이어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반도는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적 충돌을 멈춘 상태지만 평화협정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를 통해 현재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보다 안정적인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힌 데 이어 올해는 이를 남북관계의 변화로 연결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정책의 세 축은 ‘포용적 평화 공존’, ‘안정적 평화 공존’, ‘책임 있는 평화 공존’이다.

포용적 평화 공존은 남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대결과 적대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남북이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을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남북이 함께 마주 앉는 것은 “양보가 아닌 공존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적 평화 공존은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 가능성을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 대통령은 “긴장과 갈등을 통제할 제도, 위기와 확전 방지를 위한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남북 간 신뢰를 쌓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포착된 과거 뉴스 화면 /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포착된 과거 뉴스 화면 / 뉴스1

종전·평화 언급 직후 접경지역에서는 긴장

이 같은 정부의 대북 구상이 나온 직후 북한군의 MDL 침범 사실이 확인되면서 남북관계의 현실적인 긴장 상황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MDL은 남북한 군사력을 분리하는 사실상의 경계선이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MDL에 접근하거나 침범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경고방송을 실시하고, 실제 MDL을 넘어오면 경고사격을 통해 북쪽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도 북한군이 MDL을 넘은 뒤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북쪽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추가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광복절을 계기로 정부가 남북 간 대화와 종전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이번 사건은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고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는 것이 향후 남북관계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안정적 평화 공존을 위해 위기와 확전을 막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실제 접경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중요해졌다.

지난해 17차례 침범…올해는 처음

북한군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기조 아래 MDL 일대에서 각종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MDL 주변의 수풀을 제거하고 지면을 평탄하게 만드는 불모지 조성 작업 등에 북한군 병력이 투입됐고, 작업 과정에서 MDL을 넘어 남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지난해 확인된 북한군의 MDL 침범은 모두 17차례였다.

올해 들어서는 이번 사건 전까지 북한군의 MDL 침범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우리 군의 경고사격도 없었다.

북한군이 지난해 말까지 MDL 인접 지역의 불모지 조성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이 올해 침범 횟수가 줄어든 이유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모지 조성 작업이 대부분 끝나면서 북한군 병력이 MDL 바로 앞까지 이동할 필요성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후 북한군은 불모지로 만든 지역에 전술도로를 개설하고 철책을 설치하는 작업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들은 불모지 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MDL에서 떨어진 후방 지역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