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비행기 표 끊을 필요 없네… 해외여행 접고 여행객들 몰려간 '뜻밖의 국내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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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지역축제 방문객 역대 최다
제철 과일 사고 야간 공연 즐기는 체류형 축제 인기

고물가에 부담스러운 여름 휴가 대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지역축제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복숭아·포도 같은 제철 과일을 사면서 하루를 보내는 '체류형 축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26 보령머드축제 둘째 날인 25일 주말을 맞은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머드엑스포광장에 마련된 축제장에서 외국인 등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뉴스1
2026 보령머드축제 둘째 날인 25일 주말을 맞은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머드엑스포광장에 마련된 축제장에서 외국인 등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뉴스1

지역축제 방문객, 통계 집계 후 역대 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지역축제 방문객은 1431만명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2018년(1157만명) 대비 23.7% 늘어난 수치이자, 201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축제 기간 일평균 방문객 수도 평시보다 54.7% 많아, 총방문객 수와 일평균 방문객 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방문객의 절반 이상은 지역 밖에서 찾아왔다. 지난해 방문객 구성은 외지인 798만명(55.8%), 현지인 622만명(43.5%), 외국인 10만9000명(0.8%)으로 집계됐다. 외지인 비중은 2018년 54.5%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때 52%대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 55.8%까지 다시 올라섰다. 외국인 방문객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3만4000명(0.3%)에서 2022년 0.1%까지 떨어졌던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0.8%로 상승했다. 외국인 방문객은 지난해 10만9000명으로 전년(10만2000명)보다 늘며 2년 연속 10만명을 넘어섰다.

162만명 몰린 보령머드축제…폭염 속에도 여전한 흥행

전국구 축제 흥행의 대표 사례로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9일까지 열린 제29회 보령머드축제가 꼽힌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악조건 속에서도 총 162만6486명이 방문해, 지난해(169만359명)보다는 3.7% 줄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대표 여름 축제로서의 위상을 지켰다. 오히려 눈에 띄는 대목은 유료 체험존 입장객이다. 지난해 4만5061명에서 올해 4만5321명으로 소폭이지만 오히려 늘었고, 입장료를 일부 인상한 영향으로 체험존 수입금은 4억5000만원에서 5억9000만원으로 약 30% 증가했다. 방문객 수는 다소 줄었어도, 실제 지갑을 여는 유료 체험 콘텐츠의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된 셈이다.

올해 축제는 극심한 더위 속에서도 방문객 편의에 공을 들인 점이 눈에 띈다. 체험존에 초대형 텐트를 설치하고 주요 동선에 총 320m 길이의 그늘막을 조성했으며, 중앙 동선에는 미스트 장치 20개를 운영했다. 관광객과 축제 근로자에게는 얼음물 3만병을 나눠주고 살수차 2대를 상시 운영했으며, 머드관과 컨벤션관에 마련한 무더위쉼터는 총 4만여명이 이용했다. 대규모 공연을 기다리는 관람객을 위해 별도의 그늘막 대기공간을 조성한 것도 올해 처음 시도된 조치다. 보령머드축제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글로벌축제'로 새롭게 선정돼 연 8억원씩 3년간 총 24억원을 지원받게 됐는데, 이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콘텐츠도 한층 늘어났다.

"복숭아 사러 왔다가 하루 종일 논다"…체류형 축제로 진화

방문객이 몰리는 배경에는 축제 자체가 '반나절 구경거리'에서 '하루 종일 즐기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세종 조치원복숭아축제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열린 이 축제는 방문객 12만명 유치와 복숭아 1만7000상자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는데, 실제로 폐막 전날까지 누적 방문객이 7만8000여명에 달하며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준비한 복숭아가 완판되기도 했다. 세종시는 이번 축제에서 형식적인 개회식을 전면 폐지하고, 헬기 탑승 체험과 대규모 물놀이 시설을 새로 도입했다. 야간 프로그램인 '피치비어나잇'에 지역 대표 먹거리인 조치원파닭을 연계해 운영 시간을 밤 11시까지 늘리는 등, '복숭아를 사러 왔다가 하루를 즐기고 가는' 체류형 축제로 방향을 잡았다.

2025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 / 한국관광공사 제공.
2025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 /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북 옥천군의 '향수옥천 포도·복숭아축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열린 이 축제에는 7만4325명이 방문해 지난해(7만644명)보다 5.2% 늘었고, 농특산물 판매액은 현장 판매 7억1400만원과 온라인 판매 2억2500만원을 합쳐 총 9억3900만원으로 전년(7억9300만원)보다 18.3%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 지역 축제 소비 경향 분석에 따르면, 야간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한 체류형 축제일수록 외지 방문객의 현지 지출액과 체류 시간이 2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객은 늘었는데…1인당 소비는 오히려 줄어

다만 방문객 증가가 곧바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축제 기간 총 소비금액은 2022년 4887억원을 정점으로 3년 연속 줄어, 2023년 4779억원, 2024년 4403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4639억원으로 소폭 반등했다. 여전히 2022년 수준에는 못 미친다. 1인당 평균 소비금액도 2022년 3만9128원에서 지난해 3만2415원으로 17% 줄었는데, 특히 전체 방문객의 96%를 차지하는 외지인의 1인당 소비금액이 2022년 6만6077원에서 5만3951원으로 18%가량 감소한 게 두드러졌다. 즉 더 많은 사람이 지역축제를 찾고 있지만, 개개인이 지갑을 여는 규모는 오히려 작아지고 있는 셈이다. 나라살림연구소의 한 객원연구원은 축제 개수 자체가 무분별하게 늘어난 것이 질적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논산 딸기 축제. / 뉴스1
지난해 열린 논산 딸기 축제. / 뉴스1

이런 흐름은 결국 고물가 시대에 지역축제가 저렴한 여행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여름 성수기 숙박비와 교통비가 부담스러운 휴가철, 인근 지역의 당일치기 축제를 찾아 제철 과일도 사고 야간 공연도 즐기는 식으로 여행 패턴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다만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방문객 수 늘리기에만 집중하기보다,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콘텐츠를 고민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