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 사상 최대 실적에도 공장은 멈췄다…노조 파업 4주째 ‘성장 발목’ 우려
작성일
- 상반기 매출 2430억·영업익 1208억…영업이익 36.7% 증가
- 테스트 소켓이 성장 견인…해외 매출 비중 압도적
- 7월 2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호실적 지속 여부에 생산 안정성 변수
- 에코델타시티 2000억 신공장까지…성장 기회 살릴 노사 해법 필요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기자] 부산 대표 반도체 부품기업 리노공업[058470]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생산 현장에서는 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이 4주째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 호조를 실적으로 연결하고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야 할 시점에 노사 갈등 장기화가 향후 성장 흐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노공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 2430억 원, 영업이익 120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2%, 영업이익은 36.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06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5억 원보다 50.9% 늘었다.
올해 1분기부터 성장 흐름은 뚜렷했다. 리노공업은 1분기 매출 997억7100만 원, 영업이익 473억100만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2%, 35.4% 증가했다.
실적 상승의 중심에는 반도체 테스트 소켓이 있다.
올해 상반기 테스트 소켓 매출은 해외 1571억 원을 포함해 총 166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68.5%를 차지했다.
AI와 고성능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라 반도체의 성능과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테스트 부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리노공업의 주력 사업도 수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역시 올해 반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리노공업은 사업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보다 26.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시장 자료를 제시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리노공업은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문제는 생산 현장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리노공업지회는 지난 7월 2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성과급 지급 방식 등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 성장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기여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문제와 노동환경 개선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지급 방식이 고정적인 비용 부담을 크게 확대할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부분파업 당시에는 생산 차질에 따른 하루 손실액이 약 20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도 제기됐다. 다만 무기한 총파업 이후 실제 누적 생산 손실 규모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노사 간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입장 차는 교섭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예년과 다르다.
회사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동시에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에 들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리노공업은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총 20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미음산단 본사를 확장 이전하는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신공장은 기존 공장보다 약 두 배 규모로 조성되며, 회사는 분산된 생산라인을 통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늘어나는 반도체 검사 부품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약 200명의 신규 고용도 예정돼 있다.
이 같은 투자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단순히 올해 상반기 실적이 얼마나 좋았느냐가 아니다.
현재의 높은 성장률을 하반기와 내년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반도체 부품 산업은 고객사의 제품 개발과 양산 일정에 맞춘 기술 대응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성능 검사에 사용되는 부품인 만큼 고객사의 신제품 개발과 생산 일정에 맞춘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AI 반도체와 고성능 제품 확대에 따른 고사양 테스트 소켓 수요 증가가 리노공업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요가 살아 있고 주문 확대 가능성이 있는 시기일수록 생산 현장의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파업이 장기화한다고 해서 곧바로 고객사 이탈이나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글로벌 고객사를 상대로 하는 제조기업에서 생산 차질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 역시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리노공업은 지금 ‘실적 부진’을 걱정하는 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새로운 공장을 짓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 갈등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가 됐다.
노조가 요구하는 합리적인 성과 보상과 근로환경 개선은 교섭 테이블에서 논의돼야 한다. 회사 역시 최대 실적에 걸맞은 노사 소통과 생산 현장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리노공업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숫자로 보여줬다.
여기에 2000억 원 규모의 신공장과 확대되는 AI·고성능 반도체 시장까지 성장 조건도 갖춰지고 있다.
이제 관건은 좋은 실적을 놓고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 성장세를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느냐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리노공업의 다음 성적표는 결국 생산 현장의 안정과 노사 간 해법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