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러시아 철수 선언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기부자 개인정보 넘겨 테러기소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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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러시아 철수 후에도 700달러 우크라 기부자 정보 러시아에 제공
유리 벨렌키 테러자금 기소 증거로 쓰여…EU 개인정보법 위반 논란도

바이낸스가 러시아 정부에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암호화폐 기부자의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로이터 보도가 8월 17일(현지시각) 나왔다. 이 정보는 러시아 IT 전문가 유리 벨렌키(Yuri Belenkiy)를 테러자금 지원 혐의로 기소하는 핵심 증거로 쓰였다. 바이낸스는 2023년 9월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수사기관에 정보를 넘긴 시점은 그 이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가 검토한 사법 문서에 따르면 벨렌키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3월 사이 700달러 이상의 암호화폐를 우크라이나군과 관련 조직에 보낸 것으로 지목됐다. 그는 지난해 9월 구금돼 현재 러시아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700달러 기부, 어떻게 테러자금 기소로 이어졌나
벨렌키(49)는 크렘린을 비판하며 해외로 망명한 아르카디 바브첸코(Arkady Babchenko)의 호소를 접한 뒤 기부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바브첸코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위한 의료장비 구입 자금을 모으겠다며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공개했었다. 러시아 수사위원회(Investigative Committee)는 벨렌키가 이 호소에 응해 우크라이나군과, 한때 아조우 여단(Azov Brigade)·아조우 연대(Azov Regiment)로 불렸던 조직과 연계된 단체에 자금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조직을 테러단체로 지정해 놓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최근 몇 년간 일부 러시아 국민이 암호화폐 플랫폼을 통해 러시아 당국이 극단주의·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단체에 자금을 보냈다가 기소된 사례가 수십 건에 이른다고 집계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건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벨렌키 사건은 이런 흐름 속에서 바이낸스라는 글로벌 거래소가 실제로 어떤 정보를 얼마나 넘겼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드문 사례로 꼽힌다.

바이낸스가 넘긴 개인정보, 어떤 경로로 전달됐나
로이터가 검토한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바이낸스에 벨렌키의 거래 내역을 요청했고, 바이낸스는 그가 바브첸코가 공개한 지갑 주소로 자금을 보낸 사실을 확인해주는 데이터 파일을 회신했다. 여기에는 벨렌키의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여권번호는 물론 러시아 여권과 불가리아 거주허가증 사본까지 포함됐다. 수사관들은 벨렌키의 거래 내역 요청에 대해 “case@binanceholdings.ru”라는 주소로부터 두 차례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낸스 웹사이트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법 집행기관에 이 주소로 요청을 보내라고 안내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현행 법 집행 협조 가이드라인은 형사 수사에서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기 전 유효한 법원 명령이나 경찰 명령, 영장을 요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어떤 바이낸스 법인이 러시아 측 요청을 처리했는지, 어떤 국가의 법이 이 정보 제공을 규율했는지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철수했는데 왜 정보를 넘겼나”…EU법 위반 논란
암호화폐 규제 자문 로펌 스텔라 컨설팅(Stellar Consulting)의 설립자 마이크 비스트로프(Mike Bystrov)는 로이터에 바이낸스가 러시아를 떠난 이상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었으며, 오히려 EU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공이 금지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는 러시아를 개인정보를 적절히 보호하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벨렌키가 유럽연합 거주자로 계정을 등록했다면 러시아로의 정보 이전에 엄격한 안전장치가 필요했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로이터는 벨렌키가 불가리아 거주자로 계정을 등록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이 같은 해석에 반박했다. 바이낸스 대변인은 로이터에 “다른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적용 가능한 법률·개인정보·규제 요건에 따라 전 세계 법 집행기관의 합법적인 정보 요청에 협조한다”며 “그 결정은 오직 관련 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에는 “바이낸스는 어떤 관할권의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지 않으며, 혐의를 결정하거나 정부가 법적 절차에서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결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바이낸스는 어떤 법률이 이번 정보 제공을 요구했거나 허용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2023년 9월 러시아 사업을 커멕스(CommEX)에 매각하며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이후 매출을 공유하거나 지분을 되사들이는 옵션이 없다고 밝혔고, 고객 이전과 러시아 서비스 종료에 최대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커멕스는 바이낸스의 러시아 사업을 인수한 뒤 결국 운영을 중단했고, 애초 예정된 전환 작업도 불확실해진 상태다. 벨렌키의 변호인과 러시아 당국은 바이낸스의 역할에 대한 로이터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EU 제재 확대 속 바이낸스의 대러 거래 추가 제한
이번 보도는 바이낸스가 러시아와 연계된 암호화폐 플랫폼과의 거래에 새로운 제한을 받게 된 시점에 나왔다. 바이낸스는 EU의 최신 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 연계 암호화폐 플랫폼과의 거래 처리를 중단할 예정이다. 1차 제한은 8월 13일(현지시각)부터 시행됐고, 추가 제한은 8월 23일(현지시각)로 예정돼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글로벌 거래소가 이미 철수한 국가에서도 과거 고객 데이터를 근거로 수사기관과 계속 접촉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데이터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벨렌키 사건 문서를 확보한 인권 지원단체 퍼스트 디파트먼트(The First Department)는 러시아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피고인을 지원하는 단체로, 벨렌키의 친척으로부터 문서를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단체가 어떻게 문서를 확보했는지는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