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널리시스, ICE의 TRM랩스 단독계약 9,466만 달러 두고 정부에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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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널리시스, TRM랩스행 ICE 9,466만 달러 계약에 소송 제기
경쟁입찰 없는 단독선정 문제삼아 9월 2일 연방법원 심리 예정

체이널리시스, ICE의 TRM랩스 단독계약 9,466만 달러 두고 정부에 소송 제기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체이널리시스, ICE의 TRM랩스 단독계약 9,466만 달러 두고 정부에 소송 제기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정부 대상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체이널리시스 거번먼트 솔루션스(Chainalysis Government Solutions)는 7월 27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청구법원(US Court of Federal Claims)에 소장을 제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경쟁입찰 없이 경쟁사 TRM랩스(TRM Labs)에 약 9,466만 달러(약 1,339억 원, 1달러 1,415원 기준) 규모의 단독계약을 준 결정을 문제 삼은 소송이다. 계약은 2026년 7월 1일부터 2027년 6월 30일까지 1년간 국토안보수사국(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 산하 태스크포스에 포렌식 소프트웨어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체이널리시스는 ICE의 결정이 “자의적이고 부당하며 불합리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타임라인…8월 말 서류전 거쳐 9월 2일 심리

소장은 코트리스너(CourtListener)의 리캡(RECAP) 아카이브를 통해 일요일 공개됐다. 다만 소장 전문은 봉인 상태다. 체이널리시스의 기밀·독점 정보와 영업비밀이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7월 31일(현지시각) 소장 봉인을 허가했다.

TRM랩스는 7월 28일(현지시각) 이번 소송에 정부 측 참가인(intervenor)으로 합류해 계약을 방어하는 입장에 섰다. 이후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된다. 정부와 TRM랩스는 8월 21일(현지시각)까지 반박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체이널리시스는 8월 26일(현지시각)까지 답변서를 내야 한다. 8월 31일(현지시각) 최종 답변과 9월 1일(현지시각) 공동 부록 제출을 거쳐, 9월 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내셔널 코트 빌딩(National Courts Building)에서 구두 심리가 열린다. 정부 측은 9월 10일(현지시각)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공개된 법원 서류만으로는 체이널리시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구제를 요구하는지, 정확히 어떤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계약 내용과 두 회사의 경쟁구도 / AI 생성 이미지
계약 내용과 두 회사의 경쟁구도 / AI 생성 이미지

계약 내용과 두 회사의 경쟁구도

이번 계약은 국토안보부·ICE 산하 국토안보수사국의 국가조정센터 사이버교란센터(Cyber Disruption Center)를 지원하는 분석 서비스로 명시돼 있다. ICE는 지난 6월(현지시각) 단일 사업자로부터 서비스를 확보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관심 기업에 6월 11일(현지시각)까지 역량 확인서(capability statement)를 제출하도록 했다. 계약이 요구하는 역량은 암호화폐 거래 추적, 블록체인 분석, 공개출처정보(OSINT) 수집, 자산 회수 지원, 범죄 네트워크 지도화 등 다섯 가지다.

체이널리시스도 이 통지에 맞춰 역량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최종적으로 TRM랩스가 단독 선정됐다. 체이널리시스는 이 과정에서 통상적인 경쟁 절차가 생략됐다고 주장하며, ICE가 정당한 근거 없이 단일 업체를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 기업 전문 변호사 아리엘 기브너(Ariel Givner)는 자신의 X 계정에 “이 두 회사 모두 정부기관이 암호화폐를 추적할 때 쓰는 블록체인 분석 도구를 판다. 이제 이들은 누가 정부 사업을 가져갈지를 놓고 법정에서 싸우고 있다”고 이번 소송을 설명했다.

정부의 블록체인 감시 예산, 왜 커지나

체이널리시스와 TRM랩스 모두 정부기관이 제재 대상이나 범죄 조직과 연관된 지갑을 추적하고 암호화폐 자산을 동결하는 데 쓰는 분석 도구를 공급한다. 체이널리시스의 연방정부 사업은 2015년 FBI가 데이터 소프트웨어 대가로 9,000달러 규모 계약을 맺은 데서 시작됐고, 이후 마약단속국(DEA)과 국세청(IRS) 등으로 거래 범위가 크게 늘었다.

ICE의 감시기술 지출 자체도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이민자 인권단체 미헨테(Mijente)와 법률·연구단체 저스트 퓨처스 로(Just Futures Law), 서베일런스 레지스턴스 랩(Surveillance Resistance Lab)이 공동으로 낸 보고서에 따르면, ICE가 계약을 맺은 감시기술 업체 11곳의 합산 지급액은 2025년 3억1,000만 달러로 두 배 늘었고, 2026년에는 5억1,300만 달러까지 뛰었다. 2013년만 해도 5,000만 달러 미만이었던 관련 예산이 최근 2년 새 급격히 커졌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단속 전반에 850억 달러(약 120조 원, 1달러 1,415원 기준)를 투입하기로 한 상태로, 팔란티어(Palantir)와 앤듀릴(Anduril)이 감시기술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에 대해 팔란티어 측은 데이터를 직접 수집·저장하거나 감시를 수행하지 않으며 이민 정책 결정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처음이 아닌 크립토업계의 대정부 소송

암호화폐 업계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건 처음이 아니다. 다만 이전 소송은 대부분 SEC·IRS·FDIC 같은 규제기관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결이 다르다. 2024년 코인베이스(Coinbase)는 규정 제정 방식을 문제 삼아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암호화폐 은행 규제 관련 문서를 얻기 위해 FDIC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컨센시스(Consensys) 역시 SEC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고, 블록체인 협회(Blockchain Association)와 디파이 교육 펀드(DeFi Education Fund)는 IRS의 디파이 브로커 신고 규정에 반발했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체이널리시스와 TRM랩스 두 회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인정할 경우 ICE는 단일 사업자 방식을 재검토하거나 계약을 다시 경쟁입찰에 부쳐야 할 수 있다. 반대로 계약이 유지된다면 정부기관이 블록체인 분석 사업자를 선정할 때 경쟁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질 수 있다. TRM랩스는 이번 소송에 대한 언론 취재 요청에 논평을 거부했고, 체이널리시스와 ICE도 보도 시점까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