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울릉도까지 갔다…하나은행이 섬마을에 나타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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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어르신 230여명 대상 금융교육
자산관리·보이스피싱 예방 상담 진행
하나은행이 금융 접근성이 낮은 울릉도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 자산관리와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송금부터 자산관리까지 해결하는 시대지만 은행 점포가 가까이 없거나 모바일 금융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 금융 서비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하나금융그룹이 이동형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싣고 동해를 건너 울릉도까지 찾아간 배경에도 빠르게 늘어나는 고령 인구와 지역별 금융 접근성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울릉도까지 건너간 ‘금융 버스’…어르신 230여명 만났다

하나금융그룹은 시니어와 고령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하나 행복드림(Dream)버스’가 지난 12일 울릉도를 방문해 금융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3월 첫 운행을 시작한 뒤 육지 곳곳을 찾던 이동형 프로그램의 활동 범위를 섬 지역까지 넓힌 사례다.
행복드림버스는 먼저 울릉군민회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교육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에는 울릉도에 거주하는 어르신 약 180명이 참석했고 울릉군수, 대한노인회 울릉군 지회장 등 지역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프로그램은 금융교육에만 머물지 않았다. 금융 강연에 앞서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웃음치료 시간을 마련해 참가자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했고, 이후 하나은행에서 PB센터장과 지점장 등을 지낸 퇴직 금융 전문가들이 노후 자산관리와 상속·증여 등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다. 강연 이후에는 개별 상담을 통해 참가자가 가진 금융 관련 궁금증을 직접 묻고 답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울릉군민회관 행사가 끝난 뒤에는 남양리와 사동 3리 경로당 등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도 약 5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노후 자산관리부터 치매 환자의 금융거래 관리, 보이스피싱 대응법 등에 관한 교육과 1대1 상담을 제공했다. 군민회관 행사와 경로당 프로그램을 합치면 이번 울릉도 일정에서 만난 고령층은 230명 안팎이다.
행복드림버스는 올해 3월부터 시니어타운과 경로당, 노인종합복지관, 요양시설 등 고령층이 생활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산관리와 상속·증여, 금융사기 예방 같은 금융 프로그램에 웃음치료와 인공지능(AI) 디지털 체험 등 비금융 프로그램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인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은행의 ‘고령자 대응’도 달라졌다

이 같은 방문형 금융 서비스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빠른 고령화가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65세를 넘긴 셈이다. 고령인구 비율은 2036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금융회사에는 단순히 예금이나 연금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어떻게 서비스를 이용하게 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은행 창구를 찾아 직원에게 도움을 받던 금융거래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별도 정책 과제로 다루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5년 8월 고령층과 장애인의 금융 접근성을 점검하면서 모바일 금융의 확산 과정에서 금융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이용 장벽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고령자가 자주 사용하는 조회·이체 기능을 중심으로 화면을 단순하게 구성하고 글씨와 메뉴를 알아보기 쉽게 만든 ‘간편모드’를 도입하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 집계에서 은행과 카드사는 고령자용 모바일앱 간편모드를 모두 도입한 상태였다. 저축은행은 79.7%, 손해보험사는 70.6%, 생명보험사는 65.0%까지 도입률이 올라갔지만 증권사는 18.8%에 그쳐 업권별 격차도 컸다. 금융당국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이 많은 증권업계를 비롯해 보험·저축은행에서도 간편모드 확산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모바일 화면을 단순하게 바꾸는 작업과 함께 은행 직원이나 금융 전문가가 고령층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 병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섬이나 농어촌처럼 생활권 안에서 대면 금융교육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는 디지털 서비스 개선만으로 접근성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어렵다.
노후 자산 노리는 보이스피싱…고령층 금융교육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보이스피싱이다. 전화금융사기는 단순히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카드사와 금융회사, 수사기관의 업무 절차를 흉내 내는 방향으로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 ‘카드배송 사칭’ 보이스피싱이 증가하자 소비자경보를 기존 ‘주의’에서 ‘경고’ 단계로 높였다. 피해자에게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배송됐다고 접근한 뒤 명의도용 피해가 발생한 것처럼 속이고 원격제어 앱 설치와 자금 이체를 유도하는 수법이다. 금융회사와 검찰·금감원 직원을 번갈아 사칭하면서 피해자를 장시간 설득하는 방식도 동원됐다.
금감원이 공개한 실제 사례 가운데는 70대 여성이 21억원을 송금한 사례도 포함됐다. 은행이 이상거래를 감지하고 거래 목적을 확인했지만 사기범에게 장기간 속은 피해자가 정상 거래라고 답하면서 송금이 진행됐다. 보안 시스템만으로 피해를 막기 힘든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나 금감원·검찰 등 공공기관이 자산 보호나 수사를 이유로 특정 계좌로 자금을 옮기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카드 배송이나 명의도용을 이유로 연락을 받았다면 상대방이 알려준 전화번호를 이용하기보다 카드사 홈페이지나 공식 앱에 표시된 고객센터 번호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 안전하다. 원격제어 프로그램 역시 정상적인 앱스토어에 등록돼 있더라도 모르는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 설치하거나 접속정보를 전달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 사용법 교육과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이 함께 다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앱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어떤 연락과 송금 요구를 의심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까지 현대 금융에서 필요한 기본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점포 대신 고객을 찾아가는 은행…‘시니어 금융’ 경쟁 범위 넓어진다

고령화는 금융회사의 영업 방식도 바꾸고 있다. 과거 시니어 금융이 연금이나 예·적금, 상속 상품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금융교육과 디지털 이용 지원, 금융사기 예방까지 서비스 범위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특히 고령층은 은퇴 이후에도 상당 기간 금융 의사결정을 직접 해야 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의 기대여명은 21.5년으로 집계됐다. 65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해도 20년 넘는 기간 동안 생활비와 연금, 의료비, 자산 이전 등을 관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상속과 증여도 중요한 금융 상담 분야가 된다. 가족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시기와 방법에 따라 세금과 생활자금 계획이 달라질 수 있어 단순 상품 설명보다 개인의 보유 자산과 가족 상황을 함께 살피는 상담 수요가 커질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치매 등으로 본인의 금융자산을 스스로 관리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에 대비하는 문제 역시 고령층 금융교육에서 함께 다뤄지는 이유다.
하나금융은 행복드림버스 운영 과정에서 현직 직원뿐 아니라 PB센터장과 지점장 경력을 가진 퇴직 금융 전문가를 활용하고 있다. 장기간 금융현장에서 고객을 상담해 온 인력을 지역 방문형 금융교육에 투입해 은퇴자의 경험과 시니어 금융 수요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울릉도 방문과 관련해 금융 서비스가 필요한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단발성 행사보다 전국의 시니어와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아가는 시대에서 금융회사가 고객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서비스 형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 고령층을 둘러싼 금융권 경쟁은 상품 금리와 자산관리 수익률을 넘어 ‘얼마나 쉽고 안전하게 금융을 이용하게 만들 수 있는가’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