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집안 재산 환수될까?..."1기 때 찾은 게 24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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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 1006명, 모두의 재산이 환수되지 않는 이유
16년 만에 재가동되는 친일재산조사위, 무엇이 달라졌나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집안 재산 환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친일재산조사위원회 2기 출범과 친일재산 환수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이 전 관장은 2006년 출범한 1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현재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공식 결정된 인물이 1006명이지만, 이들 모두가 친일재산 국가귀속 대상이 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전 관장은 국가가 중대한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한 사람 가운데에서도 일부만 별도의 법률에 따라 친일재산 국가귀속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친일반민족행위자 1006명이라고 모두 재산 환수되는 것은 아냐
친일재산 환수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친일반민족행위자’와 ‘친일재산’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협력하거나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등 법률에서 정한 행위를 한 사람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결정한 경우를 말한다.
반면 친일재산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일제의 식민통치에 협력한 대가 등으로 취득한 재산 가운데 법률상 국가귀속 대상으로 정해진 재산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정 인물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됐는지와 해당 인물 또는 후손이 보유한 재산이 국가귀속 대상인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된다.
이준식 전 관장 역시 이 같은 차이를 설명하면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1006명 전원이 재산 환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 1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과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조사해 국가귀속을 결정한 대상에는 차이가 있었다.

1기 조사위, 4년간 2373억원 국가귀속
친일재산 환수는 2000년대 중반 처음 제도화됐다.
2005년 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일제강점기에 취득한 재산 등을 조사하고 국가에 귀속하기 위한 기구가 만들어졌다.
1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2006년 7월 출범했다. 조사위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토지 등을 조사하고 해당 재산이 법률상 국가귀속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업무를 맡았다.
조사위는 2010년 7월까지 약 4년 동안 활동했다.
이 기간 친일파 168명의 토지 등 2359필지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다.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국가에 귀속된 재산은 약 2373억원 규모였다.
친일재산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친일파 후손 등이 친일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는 해당 재산 자체를 국가에 귀속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조사위는 해당 재산이 친일재산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1기 조사위는 친일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친일파 후손 24명에 대해서도 친일재산 확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조사위는 영구적인 국가기관이 아니었다. 특별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설치된 기구였기 때문에 2010년 7월 활동을 종료했다.
그 이후에는 새롭게 발견되는 친일재산을 국가 차원에서 조사하고 국가귀속 여부를 결정할 별도의 전담기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16년 만에 다시 조사기구 가동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특별법이 마련됐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을 국가에 귀속하기 위한 특별법은 오는 12월 3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1기 조사위 활동 종료 이후 새롭게 발견된 친일재산 등을 조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다시 마련된다.
이번 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친일재산을 현재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만 조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처분된 재산의 대가까지 환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가령 친일재산으로 확인된 토지를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이 제3자에게 매각했다면 해당 토지가 현재 후손의 명의로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기존에는 이처럼 재산의 소유관계가 바뀐 경우 환수 과정에서 별도의 법적 문제가 발생했다. 새 법은 친일재산을 처분하면서 얻은 대가까지 환수 대상으로 규정해 이 같은 경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친일재산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지뿐 아니라 매각이나 처분 등을 통해 다른 형태의 재산으로 바뀌었는지도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친일재산을 신고하거나 적발하는 데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포상금 규정도 새로 마련됐다.

“최소 325억원 환수”…실제 규모는 조사 이후 확인
2기 조사위의 환수 규모에 대해서는 정부와 전문가 사이에 전망 차이가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기 조사위가 출범하면 최소 325억원 이상의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반면 이준식 전 관장은 실제 환수 규모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1기 조사위가 출범할 당시에도 조사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약 2373억원 규모의 재산을 국가에 귀속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2기 조사위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친일재산을 찾아내 국가귀속 결정을 내릴지는 향후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미 조사위 출범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6월 22일에는 법무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 산림청 등 관계 부처 인력 11명으로 구성된 설립준비단을 발족했다. 준비단은 조사위 출범에 필요한 관련 법규와 조사계획 등을 마련하는 업무를 맡는다.
환수된 친일재산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관련 사업기금 등에 우선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영 집안도 조사 대상?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알려지면서 최근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진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재산이 국가귀속 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이준식 전 관장은 현재까지 안상호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1006명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설명했다.
당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 여부를 조사해 법률상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결정했다.
이 전 관장에 따르면 안상호는 해당 위원회의 결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반드시 기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대상자만을 대상으로 재산을 조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상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별도로 중대한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사람을 결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상호의 경우에도 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향후 관련 자료를 조사한 뒤 법률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중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할지 여부가 먼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전 관장 역시 2기 조사위가 안상호를 중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안상호의 재산이 국가귀속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현재 알려진 친일 행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2기 조사위가 관련 행적을 조사하고 법률상 친일반민족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한 뒤, 해당 인물이 취득한 특정 재산이 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에 해당하는지까지 별도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안상호 친일 행적 논란과 하영의 사과
안상호는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의사자격증을 취득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을사오적 가운데 한 명인 이완용이 고문을 맡았던 친일단체 대정친목회에서 평의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친일 행적 논란이 제기됐다.
대정친목회는 1907년 결성된 친일 성격의 단체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조선에서 일본의 영향력 확대와 친일 세력의 결집과 관련된 활동을 했다.
하영은 자신의 방송 발언 이후 증조부의 과거 행적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한 점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현재 안상호가 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별도 결정될지, 나아가 국가귀속 대상이 되는 재산이 존재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친일재산 환수는 특정 인물의 친일 행적을 확인하는 것과 별개로, 해당 행위가 법률상 환수 요건에 해당하는지와 특정 재산의 취득 경위 등을 각각 확인해야 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