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일냈다...넷플릭스서 역주행 중인 '대작 영화'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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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6년 만에 역주행 중인 영화
한 편의 영화가 개봉한 지 16년 만에 국내 넷플릭스 차트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8일 기준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부문에서 10위에 오른 이 작품의 정체는 무엇일까.
화제의 주인공은 2010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로빈 후드'다. 같은 날 차트에는 '라스트 하우스', '와일드 씽', '최후의 인류', '스파이더맨: 홈커밍',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제1장 아카자 재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비키퍼', '크리스마스 캐럴',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신작과 인기작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는데, 그 사이에서 개봉 16년 차 영화가 10위권에 진입해 눈길을 끌었다.

13세기 영국 배경으로 그린 '로빈 후드 비긴즈'
'로빈 후드'는 13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평민 출신이지만 뛰어난 활 실력을 지닌 로빈 후드가 리처드 왕의 용병으로 프랑스 전투에서 활약하며 왕의 신임을 얻지만, 전투 중 리처드 왕이 전사하면서 이야기가 전환된다. 왕위를 이어받은 존 왕이 폭정을 일삼자 국민들은 가난과 억압에 시달리고, 전쟁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로빈 후드는 아버지가 자유를 위해 왕권에 맞서다 처형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동료들과 함께 부패한 존 왕에 맞서면서 왕의 충성스러운 군인에서 반역자로, 그리고 전설적 영웅으로 거듭난다.

기존의 로빈 후드 작품들이 의적 활동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로빈 후드가 '후드'가 되기 이전의 이야기, 즉 로빈 롱스트라이드라는 인물이 전설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활극보다는 전쟁과 역사, 그리고 레이디 마리안과의 로맨스에 무게를 실은 것이 특징이다. 2010년 제63회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캐스팅 라인업도 화려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러셀 크로우가 로빈 후드 역을 맡았고, 케이트 블란쳇이 레이디 마리안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 외에도 막스 폰 시도우, 마크 스트롱, 대니 휴스턴, 매튜 맥퍼딘, 케빈 두런드, 윌리엄 허트, 마크 애디, 스콧 그림즈, 그리고 이후 할리우드 스타로 발돋움한 오스카 아이삭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러셀 크로우와 리들리 스콧 감독은 앞서 '글래디에이터'(2000)로 손발을 맞춘 바 있어, 개봉 당시부터 '10년 만의 재회'로도 주목받았다.

국내 개봉 당시 157만 관객 동원…실관람객 평점은?
'로빈 후드'는 2010년 5월 13일 국내 개봉해 약 15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러닝타임은 140분이며, 네이버 영화 기준 평점 7.31점을 기록 중이다. 개봉한 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청자 평가가 꾸준히 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관람평에는 "이런 명작이 평점이 이게 뭐냐"거나 "중세시대의 구현도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러셀 크로우의 카리스마도 여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시청자는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 이전에 배트맨 비긴즈가 있었듯, 로빈 후드 역시 비긴즈로 받아들이면 간단하다"며 이 영화를 프리퀄 성격의 작품으로 재평가하기도 했다. "마치 막시무스가 전쟁 영웅이 되기 전의 스토리를 본 듯한 느낌"이라며 크로우의 전작 '글래디에이터'와 비교하는 반응도 눈에 띈다.

넷플릭스라는 접근성 높은 플랫폼에 오르면서, 개봉 당시 극장을 찾지 못했던 시청자들과 최근 중세·사극 장르에 관심이 늘어난 시청자들이 새롭게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 서비스 특성상 알고리즘 추천이나 최근 공개된 중세 배경 콘텐츠와의 연관 검색을 통해 재조명되는 경우가 많은데, '로빈 후드' 역시 비슷한 흐름을 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영화는 2018년 태런 에저턴 주연으로 리부트된 '후드'(원제 Robin Hood)와는 별개의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판 '로빈 후드'가 전쟁 서사와 캐릭터의 기원에 집중했다면, 2018년작은 보다 젊은 감각의 액션에 방점을 찍어 두 작품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래는 '로빈 후드'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있다. 이 영화의 초기 각본 콘셉트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원안에서는 로빈 후드가 아니라 노팅엄의 경비대장이 주인공으로, 로빈 후드가 저질렀다고 알려진 살인 사건을 조사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미스터리물에 가까웠다는 것. 그러나 리들리 스콧 감독이 각본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면서 지금의 전쟁 서사극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지점은 러셀 크로우와 리들리 스콧의 전작 '킹덤 오브 헤븐'(2005)과의 연결성이다. '킹덤 오브 헤븐' 말미에 십자군 원정을 떠나는 사자심왕 리처드가 잠깐 등장하는데, '로빈 후드'는 정반대로 십자군 전쟁을 끝내고 잉글랜드로 귀환하는 리처드 왕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영화 속 리처드 왕은 배우도, 분위기도 다르게 그려져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는 평가다. 극장 개봉 당시 2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흥행 수익은 3억 2100만 달러에 그쳐 손익 자체는 아슬아슬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다만 극장판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판(디렉터스 컷)이 DVD로 별도 발매되기도 했다.

의외의 '팬'도 있었다.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2010년 말 자신의 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2010년 올해의 영화' 톱20 리스트에 '로빈 후드'를 18위로 올린 것. 1위는 '토이 스토리 3'가 차지했는데, 액션·전쟁 영화 애호가로 알려진 타란티노가 마니아적 취향의 영화들 사이에 대작 블록버스터인 '로빈 후드'를 끼워 넣은 것을 두고 당시 해외 매체들도 "의외의 선택"이라며 흥미로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