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치드, 제인스트리트 주도 7억달러 투자 유치…몸값 한 달 만에 2배 뛴 210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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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치드, 제인스트리트 주도 7억달러 시리즈D로 밸류에이션 210억달러 달성
지난 7월 첫 랙 인도 후 테스트 거친 제인스트리트가 투자까지 주도

AI 반도체 스타트업 Etched(에치드)가 8월 18일(현지시각)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 주도로 7억달러(약 9,900억원, 1달러 1,414원 기준)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라운드로 기업가치는 210억달러(약 29조7,000억원)로 평가됐다. 지난 7월 23일(현지시각) 세쿼이아캐피털 주도로 마감한 3억달러 규모 시리즈C 당시 몸값 103억달러(약 14조5,000억원)에서 불과 한 달 만에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지난해 12월 50억달러(약 7조70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속도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라운드를 이끈 제인스트리트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에치드의 하드웨어를 직접 테스트하고 구매한 뒤 투자까지 결정한 회사의 첫 고객사다.
한 달 만에 두 배, 이례적인 밸류업 속도
에치드의 몸값은 지난해 12월 50억달러에서 올해 7월 103억달러로, 다시 8월 210억달러로 뛰어올랐다. 격차로 따지면 약 110억달러(약 15조5,000억원)가 불과 몇 주 사이에 붙은 것이다. 테크크런치는 이 속도를 두고 “AI 업계 기준으로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빠른 밸류업”이라고 평가했다.
에치드는 2022년 하버드대 중퇴생 3명이 창업했다. 최고경영자 개빈 우베르티(Gavin Uberti), 최고운영책임자 로버트 와첸(Robert Wachen), 크리스 주(Chris Zhu)가 공동창업자다. 회사는 시드 투자 이후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첫 시도에서 반도체 설계가 그대로 작동하는 이른바 ‘퍼스트패스 실리콘’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올해 6월에는 400명 넘는 인력과 실제 작동하는 칩을 갖추고 스텔스 모드에서 벗어났고, 한 달도 안 돼 세쿼이아 주도 라운드 중 역대 최고 밸류에이션으로 시리즈C를 마감했다.

고객이 투자자로: 제인스트리트의 특이한 행보
이번 라운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주도 투자자와 고객의 관계다. 제인스트리트는 지난 7월 에치드로부터 첫 랙을 인도받았다. 이후 자사 업무에 실제로 투입해 성능을 검증한 뒤 투자까지 결정했다. 회사는 “우리는 칩을 테스트했고 초기 결과에 만족한다”며 “에치드의 독특한 추론 방식은 가장 까다로운 업무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정밀도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데이터센터에 우리 소유의 랙이 가동되고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우베르티는 “창업 첫날부터 고객 손에 하드웨어를 넘기고 실제 업무를 돌리는 데 절박함을 느껴왔다”며 “제인스트리트가 이 클러스터를 실제 운영에 투입한 것이 우리가 만든 것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나머지 고객들을 위해 생산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필과 디코드, 처음부터 새로 설계한 두 기술
와첸은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추론(inference,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한 뒤 벌어지는 연산 과정) 구조 자체를 새로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론은 프리필과 디코드 두 단계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프리필 단계는 프롬프트와 맥락을 이해하는 연산 집약적 과정이고, 디코드 단계는 사용자가 실제로 보는 출력 토큰을 생성하는 메모리 집약적 과정이다.
에치드는 프리필 단계를 위해 저전압으로 동작하는 칩을 새로 만들었다. 저전압 구동 덕분에 기존 고성능 AI칩이 겪는 발열 문제 없이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토큰을 더 빠르게 처리한다. 회사는 이를 ‘저전압 추론(Low Voltage Inference, LVI)’이라 부른다. 디코드 단계를 위해서는 새로운 메모리와 인터커넥트(연결 장치)를 개발했다. 이를 ‘클러스터 스케일 메모리(Cluster Scale Memory, CSM)’로 명명했다. 와첸은 “여러 칩을 연결해 매우 빠르고 지연이 적은 상태로 공유 메모리 풀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에치드는 초창기 특정 모델 하나만 칩에 새겨 넣는다는 오해와 계속 싸워왔다. 실제로 그것이 원래 구상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시스템은 딥시크(DeepSeek)나 큐원(Qwen) 같은 혼합전문가(MoE) 아키텍처는 물론 맘바(Mamba) 같은 비트랜스포머 설계까지 어떤 프론티어 모델도 구동할 수 있다. 에치드는 자사 제품을 개별 칩이 아니라 ‘프론티어 추론 클러스터’라는 완전한 시스템 형태로 판매한다. 경쟁사인 엔비디아가 같은 개념의 시스템을 ‘AI 팩토리’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된다.
생산 확대와 남은 과제
에치드는 지난 6월 TSMC와 협력해 자체 설계 칩 생산에 성공했고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7월 시리즈C에는 벤처 투자자들과 함께 SK하이닉스가 참여했다. 회사는 이번 발표에서 프론티어 AI 기업과 클라우드 업체 등 여러 산업에 걸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고객 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1억9,000만달러가 아니라 19억달러(약 2조6,900억원)로, 세쿼이아, a16z, 제인스트리트, SK하이닉스, 클라이너퍼킨스, 타이거글로벌, 베인캐피털벤처스, 피터 틸 등이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회사는 이번 자금을 “생산을 가속화”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새 공장 건설, 글로벌 공급망 구축, 플릿 소프트웨어(장비 운용 관리 소프트웨어), 그리고 스스로 개선하는 커널 에이전트 개발까지 언급하며 이른바 ‘기가와트급’ 규모로의 확장을 예고했다. 우베르티는 “첫 배포는 세계의 추론을 담당하겠다는 목표를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며 “처음부터 첫 랙을 만들어 인도하는 데 3년이 걸렸지만 다음번은 훨씬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이너퍼킨스 매니징 파트너 마무운 하미드(Mamoon Hamid)는 AI 인프라 시장이 2030년까지 7조달러(약 9,898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언급하며 “추론은 AI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 시장 중 하나가 되고 있고, 승자는 달러당·와트당 토큰 수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앤트로픽, 데이터브릭스, 투게더AI, 웨이모 등에 클라이너퍼킨스의 투자를 주도한 인물이다. 하미드는 “개빈과 롭, 크리스와 에치드 팀은 이를 일찍 알아봤고 반도체 업계에서 보기 드문 속도로 만들어냈다”며 “에치드는 이제 강력한 추론 컴퓨팅 공급사가 됐고 파트너십을 더 깊게 이어가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