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CFTC, 의회 대신 가상자산 규정 직접 손질…“겐슬러 2.0” 재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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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CFTC, 의회 공백 속 가상자산 규정 직접 만든다
클래리티법 표류 장기화…정권 교체 시 뒤집힐 위험도 상존

SEC·CFTC, 의회 대신 가상자산 규정 직접 손질…“겐슬러 2.0” 재현 우려도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SEC·CFTC, 의회 대신 가상자산 규정 직접 손질…“겐슬러 2.0” 재현 우려도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미국 의회가 가상자산 시장 구조를 정하는 포괄 법안 처리를 미루자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직접 규정 마련에 나섰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두 기관은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협력을 강화하며 토큰 성격 구분, 거래소 상장, 파생상품 등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의회 입법 없이 나온 규정은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폐기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SEC와 소비자 보호 정책 수십 건을 이미 폐기하거나 손질한 바 있다. 업계는 당장의 규제 공백을 메워주는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다음 정권에서 다시 뒤집힐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의회는 멈췄는데 규제기관은 움직인다

가상자산 기업들은 여러 해에 걸쳐 입법 지원에 수억 달러를 투입해왔다. 명확하고 안정적인 법적 기반을 만들려는 목적이었지만, 의회는 새 회기가 시작되기 전 포괄 법안에 합의할 시간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 이 틈을 타 SEC와 CFTC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모습이다.

SEC는 일부 토큰 발행을 증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몇 주 안에 추진할 예정이고, CFTC도 이번 주 업계 행사에서 가상자산 규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밀러 화이트하우스-레빈 솔라나 정책 연구소(Solana Policy Institute) 최고경영자는 “의회가 하지 않거나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규제기관들이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C·CFTC, 전례 없는 수준으로 손발 맞춘다 / AI 생성 이미지
SEC·CFTC, 전례 없는 수준으로 손발 맞춘다 / AI 생성 이미지

SEC·CFTC, 전례 없는 수준으로 손발 맞춘다

두 기관의 협력은 단순한 성명 교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년간 두 기관은 현물 가상자산 거래와 용어 통일을 주제로 일련의 공동 지침과 실무진 성명을 잇달아 내놓았다. 의회가 신규 입법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생긴 법적 공백을 두 기관이 기존 권한을 활용해 메우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된다.

실제 규제 방향도 구체화하고 있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자본시장 규정을 가상자산에 맞게 손보는 광범위한 계획을 내놓았다. 마이클 셀리그 CFTC 위원장은 올해 고위험·고레버리지 파생상품인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을 승인했다. 가상자산 업계 임원들은 CFTC가 다른 자산에 대해서도 비슷한 무기한 선물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업계는 반색하지만 “겐슬러 2.0” 재현 우려도

업계 상당수는 당장 숨통이 트인다는 반응이다. 조시 리즈먼 GSR 최고법률전략책임자는 SEC와 CFTC가 단기적으로 업계에 유리한 포괄적 규정을 빠르게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그는 “다음 행정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결국 ‘겐슬러 2.0’에 가까운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SEC를 이끈 게리 겐슬러 전 위원장은 가상자산 업계에 사기가 만연하다는 점을 들어 강력한 단속을 정당화했다. 이 기간 SEC는 수십 개 가상자산 기업을 상대로 토큰이 증권에 해당한다며 미등록 영업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음 행정부가 이런 접근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업계 일부에서 여전히 남아 있다. CFTC 관계자는 “클래리티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CFTC는 미국 금융시장의 리더십을 지키고 우리가 세계 가상자산의 수도로 남도록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소송과 정치 지형 변화가 최대 변수

전통 금융권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CME그룹은 지난 6월 CFTC가 무기한 가상자산 선물을 승인한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도 블록체인 기반 주식거래 계획과 관련해 SEC에 제한 조치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런 법적 다툼이 길어지면 새 규정 시행이 오랫동안 지연될 수 있고, 다음 행정부가 초기 시도를 미루거나 다시 쓰거나 완전히 폐기할 여지도 커진다.

정치 지형 변화도 부담 요인이다. 다수 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규율 체계 마련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자금세탁·사기·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더 엄격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이 경우 규제기관 결정에 대한 의회 견제력이 커질 수 있다.

서머 머신저 블록체인 협회 최고경영자는 “규제기관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자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인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우 도움이 될 것이고 이들의 작업을 반긴다. 하지만 우리에겐 영구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회 입법 없이는 SEC와 CFTC의 규정이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업계의 근본적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