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본격화되나…지역맞춤형 '대입전형' 만든다는 지역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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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책임 교육혁신' 선언한 광역자치단체
전남광주 교육계가 대입 전형 자체를 지역이 직접 설계하겠다고 나섰다. 서·논술형 평가를 전면 도입하고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교육청과 지역대학이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19일 통합특별시 광주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이근배 전남대학교 총장, 이주희 동신대학교 총장, 이호균 목포과학대학교 총장 등이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이 내세운 핵심은 '지역책임 교육혁신'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까지 이어지는 교육 과정을 지역이 책임지고 설계해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통합교육청과 지역대학들은 지역책임 대입 전형을 함께 연구·개발하는 공동 개발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기구가 대입 전형의 서·논술형 평가 반영과 절대평가 도입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실무 창구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인재난이 배경
이번 선언의 배경에는 전남광주 지역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자리한다. 지역 전략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인력 수요가 커지면서 대학 정원과 대입 전형에 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통합교육청과 지역대학들은 대학 정원과 대입 전형 규제 해소를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건의할 방침이다.
김 교육감은 "전남광주는 반도체 등 미래 인재 양성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는 초·중·고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미래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 그 중심에 대학입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개발 기구의 핵심은 대학 입시의 서·논술형 평가 반영과 절대평가"라며 "대한민국 입시제도를 바꾸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서·논술형 평가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에 국민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법 개정 없이도 제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현행 제도를 이용하면 법률을 바꾸지 않아도 서·논술형 평가를 확장할 수 있다는 교육적 판단을 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은 공동 개발 기구에서 숙의를 거치겠다. 반도체 인재를 뽑는 과정에 지역 전형, 정원 외 숫자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교부터 산업까지 이어지는 구조 설계
전남광주형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은 일선 학교 교육이 대학과 산업, 지역 정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된 학과의 정원을 늘려 더 많은 전남광주 학생들이 지역 대학에서 꿈을 키우고 지역 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대학 측 입장이다. 대학, 교육청, 지방정부, 기업이 함께하는 인재 양성 협력 체계를 구축해 교육 지산지소 정책이 교실에서 산업 현장까지 온전히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지산지소는 지역에서 생산한 인재를 지역이 소비한다는 뜻으로, 학생이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 산업에 정착하는 흐름을 가리킨다.
민 통합특별시장은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공동 개발 기구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대입 전형 시안을 구성한 뒤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등 학교 커리큘럼을 같이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함께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 발언이 도화선
해당 선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발언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입시제도에 손대서 칭찬받은 예가 없다"며 "입시는 조금만 유불리가 달라져도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만큼 손대기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전국 단위 입시 개편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지방대학에 한해서는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직접 예로 들며 "통합특별시법상 교육 분야도 특례를 둘 수 있지 않느냐"며 "지역이 원한다면 광주와 전남의 대학들은 정부의 통제나 기준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어 "안타깝지만, 지방대학은 대학입시에서 현실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라며 "강요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원하면 정부 차원에서 특색있는 제도를 시도해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에 대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대학입시 전체에서 특정지역에 특화된 대학입시는 고민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연구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교육부 차원에서도 완전히 선을 긋기보다는 검토 여지를 남긴 답변이다.

파격 실험의 그늘, 넘어야 할 '5가지' 관문
서·논술형 평가, 공정성 확보가 관건
지역책임 대입 전형의 핵심은 서·논술형 평가를 대학이 직접 반영하는 방식이다. 고교 3년간 작성한 서·논술형 답안지 원자료를 대학이 평가에 활용하는 구조인데, 채점 과정에서 몇 가지 현실적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서·논술형은 특성상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정교한 채점 기준표를 마련해도 학교 간, 채점자 간 평가 편차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입은 소수점 단위로 결과가 갈리는 영역인 만큼, 서술형 답안 채점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나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 지역 대학 진학과의 '호환성' 문제
전남광주 학생 전체가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이나 타 지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의 형평성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전남광주만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중심 평가를 적용할 경우, 상대평가 중심의 수능·내신 체제를 유지하는 타 지역 대학 입시에서 지역 학생들이 변환 점수 산출 등에서 불이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대학 수시·정시 전형에서 전남광주의 절대평가 내신이나 서·논술형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지 명확하지 않다면, 오히려 지역 학생들의 타 지역 진학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대로 타 지역 학생이 전남대 등 전남광주 지역 대학에 지원할 때도 평가 기준 차이로 인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사교육 시장 변형 가능성
입시 제도가 서·논술형 중심으로 개편될 때마다 사교육 시장은 이에 맞춰 형태를 바꿔왔다. 학교 시험이나 답안지 작성을 지도하는 첨삭 학원, 고가의 입시 컨설팅 시장이 새롭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절대평가로 내신 변별력이 낮아지면 대학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자율 면접이나 자체 시험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선 교사의 채점 부담
교육과정 특례를 기반으로 학교 현장의 수업과 평가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하는 만큼, 교사들의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수백 명 학생이 작성한 서·논술형 답안지를 세밀하게 채점하고 피드백을 준 뒤 대학 제출용 평가 자료로 가공하는 과정은 교사에게 상당한 행정·수업 부담을 안긴다. 모든 교사가 일정 수준의 서·논술형 채점 전문성을 갖추려면 장기간의 연수와 표준화 기구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입 개편만으로는 못 채우는 정주 여건
대입 전형을 바꿔 반도체 등 첨단 학과 정원을 늘리고 지역 인재를 선발한다고 해도, 이들이 졸업 후 실제로 지역에 정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산지소, 즉 지역에서 키운 인재를 지역이 소비하는 구조가 완성되려면 대입 문턱을 낮추는 것을 넘어 수도권 수준의 임금과 주거, 문화, 의료, 양육 환경 등 정주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청년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