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잡겠다더니”…이재명 정부 발표 8개월 만에 아파트값 6.84%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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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피해 비규제지역으로 몰려든 주택수요, 풍선효과 발생
8개월간 서울 집값 6.84% 상승, 강도높은 규제 정책 효과 논란
정부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은 지 8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6.8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데일리안 단독보도에 따르면 규제지역에서는 거래가 크게 줄었지만 경기 비규제지역의 거래는 오히려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규제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5년 10월과 비교해 2026년 6월 6.8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4.22%, 전국은 2.22% 올랐다.
이번 통계는 정부의 이른바 ‘10·15 부동산 대책’이 실제 주택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다만 10월 지수에는 대책 시행일인 10월 16일 전후의 조사 결과가 함께 반영될 수 있고 금리, 공급량, 지역별 개발사업 등 다른 변수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수치만으로 규제정책의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울 25개 구를 한꺼번에 묶은 10·15 대책
10·15 대책은 지난해 10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집값과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자 정부가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기존 규제지역이었던 강남3구와 용산구를 포함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여기에 한강 이남 경기지역 12곳까지 포함해 모두 37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묶는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주택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금융·세제·청약 등 여러 분야의 규제를 강화하는 제도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청약, 재건축·재개발 등과 관련해 보다 엄격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토지나 주택을 거래할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가 필요한 구역이다. 주택을 구입한 뒤 실제 거주하지 않고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수요 등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10·15 대책에는 금융규제 강화도 포함됐다.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4억원으로,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가격이 높은 주택을 중심으로 대출 가능 금액을 크게 줄인 것이다.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면 주택 매수세가 약해지고 가격 상승도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다.

집값 상승세, 잠시 꺾였다 다시 커졌다
10·15 대책 직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실제로 둔화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월간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431%에서 11월 0.812%로 낮아졌다. 12월에는 0.868%를 기록했고 올해 1월에는 1.070%로 다시 높아졌다.
이후 2월 0.740%, 3월 0.342%까지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규제 시행 이후 일정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약해지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4월부터 흐름이 다시 바뀌었다. 4월 상승률은 0.545%, 5월 1.060%, 6월 1.211%로 3개월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6월 상승률은 규제지역 지정 전월인 지난해 9월의 0.58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대책 발표 당월인 지난해 10월의 1.431%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다시 1%를 넘어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2025년 10월부터 2026년 6월까지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6.84% 상승했다.
여기서 매매가격지수는 특정 아파트 한 채의 실제 거래가격을 단순히 비교한 수치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가격 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산출하는 지표로, 일정 기간 동안 아파트 가격이 전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데 활용된다.

거래는 서울에서 줄었는데 경기 비규제지역은 늘었다
가격만큼 눈에 띄는 변화는 거래량이다.
규제지역 지정 전 5개월인 지난해 5~9월과 지정 이후 5개월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비교하면 서울은 3만7470건에서 2만7243건으로 27.3% 감소했다.
경기 규제지역 12곳의 거래량 역시 2만3304건에서 1만5359건으로 34.1% 줄었다. 규제가 적용된 지역에서 실제 매매가 크게 위축된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경기 비규제지역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거래량이 4만7638건에서 5만6253건으로 18.1% 증가했다.
인천도 1만3384건에서 1만4003건으로 4.6% 늘었다.
경기도 전체 거래량만 놓고 보면 변화가 크지 않았다. 같은 비교 기간 경기 전체 거래량은 7만942건에서 7만1612건으로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역별로 나눠보면 상황이 달랐다. 규제지역에서는 7945건이 감소한 반면 비규제지역에서는 8615건이 증가했다. 경기도 전체 시장의 거래 규모는 거의 비슷했지만 거래가 이뤄지는 지역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현상을 부동산 시장에서는 흔히 ‘풍선효과’라고 부른다. 한쪽을 강하게 눌렀을 때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다만 이번 통계만으로 실제 규제지역의 매수자가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개별 거래의 매수자 이동 경로까지 제출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포·기흥 등 비규제지역 거래 크게 증가
경기 비규제지역의 거래 증가폭을 보면 지역별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올해 1~5월 경기 비규제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5만8633건으로 지난해 5~9월보다 23.1% 증가했다.
최근 5개월 거래량이 1000건을 넘는 지역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군포시였다. 군포시 거래량은 1221건에서 2172건으로 77.9% 증가했다.
용인시 기흥구는 2338건에서 4027건으로 72.2% 늘었다. 안양시 만안구는 60.0%, 부천시 소사구는 45.8%, 고양시 덕양구는 43.3%, 부천시 원미구는 39.4% 증가했다.
평택시는 31.4%, 양주시는 31.0% 늘었다.
이후 정부는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한 지역에 추가 규제를 적용했다. 지난 7월 1일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10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약 8개월 뒤 추가 규제를 받게 됐다.
올해 1~5월 거래량을 지난해 5~9월과 비교하면 구리시는 1779건에서 2166건으로 21.8%, 화성시는 6647건에서 8228건으로 23.8% 증가했다.
다만 화성시의 경우 올해 행정구인 동탄구가 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난해 구별 거래량 자료가 없어 동탄구만 따로 증감률을 계산하기는 어렵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 접근성’에 따라 온도차
서울이라고 모두 같은 흐름을 보인 것도 아니다.
올해 1~5월 거래량을 지난해 5~9월과 비교했을 때 마포구는 50.2%, 광진구는 48.2%, 강동구는 41.1% 감소했다. 동작구는 39.8%, 성동구는 29.1%, 영등포구는 26.5% 줄었다.
반면 금천구는 50.4%, 노원구는 47.0% 증가했다. 강북구와 도봉구도 각각 38.9%, 36.7% 늘었으며 은평구는 25.5%, 관악구는 15.0% 증가했다.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정도와 주택가격, 실수요자의 자금 여력 등이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에 규제 이후 거래량의 변화도 차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규제지역 안에서도 거래가 증가한 지역은 있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거래량은 31.0%, 장안구는 15.4% 증가했다. 인천 역시 거래량은 늘었지만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0.84%에 그쳤다.
따라서 ‘규제지역은 거래가 줄고 비규제지역은 무조건 가격이 올랐다’는 식으로 단순화하기도 어렵다.
집값 6.84%, 정말 규제 실패의 결과일까
이번 통계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김미애 의원은 규제를 대폭 늘렸음에도 서울 집값을 잡지 못했고, 규제지역의 거래 감소분이 비규제지역의 거래 증가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취지로 정부의 정책 효과를 비판했다.
반면 통계 자체만으로 10·15 대책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장 먼저 비교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6.84%는 2025년 10월 월간지수와 2026년 6월 월간지수를 비교한 결과다. 10월 지수에는 규제가 실제 시행된 10월 16일 전후의 시장 상황이 함께 반영될 수 있다.
또 주택가격은 규제 하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대출 조건, 신규 아파트 공급량, 입주 물량, 정비사업 추진 여부, 지역별 교통·개발 호재, 전세가격 등 다양한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번 자료는 10·15 대책 이후 서울 집값과 지역별 거래량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로 볼 수 있지만, 가격 상승의 원인을 오직 규제정책 하나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규제지역에서 거래량이 줄었다는 사실은 정책이 매수 수요를 억제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비규제지역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은 규제에 따른 수요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