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트댄스·텐센트, H200 각 1만개 첫 반입…승인량 10만개 중 대부분은 홍콩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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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트댄스·텐센트, 엔비디아 H200 칩 1만개씩 첫 인도받아
중국은 대부분 물량 홍콩行 지시…자국 반도체 육성 노려

중국이 엔비디아 H200 AI 반도체의 소량 반입을 허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와 텐센트가 최근 몇 주 사이 각각 약 1만 개의 H200 칩을 받았다. 이는 2025년 12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대중 H200 수출 조치 이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규모의 칩이 중국 본토로 들어온 사례다. 두 회사는 각각 최대 10만 개까지 구매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는 나머지 물량 대부분을 본토 밖에 두고 홍콩으로 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H200은 2023년 출시된 제품으로 엔비디아 최신 플래그십 칩보다 여러 세대 뒤처진 모델이다.
3년 이어진 수출 금지, 왜 풀렸나
2022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미국 정부는 자국 AI 반도체의 중국 판매를 막았다. 중국의 군사 기술 발전을 도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금지가 오히려 중국 기업들의 자금을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업체로 돌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규제가 완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2월 승인된 중국 고객에 대한 H200 수출을 허용했다. 판매 건당 25%를 미국 재무부에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5월까지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JD닷컴 등 약 10개 중국 기업에 H200 구매를 허가했다. 같은 해 1월에는 중국이 H200 수십만 개 규모의 수입에 동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럼에도 실제 물량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구매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개별 승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95%에서 0%로 떨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7월 중순에는 미국 통상 담당 관료가 의회 청문회에서 라이선스 대비 실제 선적된 칩은 아주 소량에 그쳤다고 밝혔다.

바이트댄스·텐센트에 도착한 1만 개, 대부분은 홍콩행
이번에 바이트댄스와 텐센트가 받은 물량은 각 회사에 허용된 최대 10만 개 가운데 일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두 회사가 각각 10만 개까지 구매할 수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이 중 대부분을 본토 밖에 두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이다. 중국 당국은 기업들에 주문 물량을 홍콩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두 회사 모두 현재 홍콩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엔비디아는 주로 중국 고객을 위해 제작된 H200 약 50만 개를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이번 1만 개씩의 인도 물량은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가 1월 공동으로 승인받은 40만 개 이상의 H200 중 약 2.5%에 해당한다. 최근 레노버 등 엔비디아 협력사들은 중국 고객에 H200 기반 AI 서버 주문 재개를 알렸다. 다만 개별 구매는 여전히 NDRC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홍콩은 "칩을 둘 곳이 없다"
문제는 홍콩에 이만큼 많은 칩을 가동할 인프라가 없다는 점이다. H200 한 개는 최대 700W의 전력을 사용한다. GPU 8개로 구성된 HGX H200 서버 한 대는 약 10kW를 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기업이 허용받은 10만 개 물량은 서버 약 1만2500대, IT 부하 기준 약 125MW에 해당한다. 엔비디아가 보유한 50만 개 재고 전체를 가동하려면 약 625MW가 필요하다.
홍콩 프리 프레스 집계에 따르면 홍콩 전체 데이터센터는 47곳, 총 용량은 약 581MW에 불과하다. 홍콩의 평균 전력사용효율지수(PUE)는 1.62로, 실제 전력 소비는 IT 부하보다 훨씬 크다.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딜레마다. 모두가 칩을 필요로 하지만 홍콩에서 이를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가 점차 완화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3월 레인지 인텔리전트 컴퓨팅에 낙찰된 노던 메트로폴리스 데이터센터 단지는 2029년에야 가동될 예정이다.
자국 칩 굴기 속 딥시크의 딜레마
중국 AI 기업들은 추론 작업은 점점 자국산 가속기로 옮기고 있지만, 최첨단 모델 훈련에는 여전히 엔비디아 하드웨어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가 R2 모델을 화웨이 어센드 칩으로 훈련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딥시크는 비용 효율이 높은 V4 플래시 등 자사 제품의 저비용 추론에는 화웨이 어센드 910C 칩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제3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AI 칩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산 AI 칩은 엔비디아의 연산 성능과 생산 능력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딥시크가 H200보다 2~3배 강력한 엔비디아 블랙웰 칩을 밀수해 최신 V4 프로 모델을 훈련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마이클 크래시오스는 문샷AI가 불법 반입한 엔비디아 GB300 그레이스 블랙웰 칩으로 최신 모델 키미 K3를 훈련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밀수 적발 사례도 잇따른다. 지난 3월 미국 데이터센터 기업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 등 3명이 엔비디아 칩이 담긴 서버 25억 달러(약 3조5300억 원, 1달러 1,412원 기준)어치를 중국에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7월에는 싱가포르 검찰이 델, 슈퍼마이크로, 에이수스 등 서버 제조사를 속여 엔비디아 칩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 인물을 추가 기소했다. 같은 달 파이낸셜타임스는 엔비디아가 대만 등을 통한 밀수를 막기 위해 승인된 아시아 고객 명단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월 보도에서 화웨이가 올해 AI 칩 매출을 지난해의 거의 두 배인 120억 달러(약 16조9400억 원, 1달러 1,412원 기준)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