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에게 '성욕 편지' 쓴 고교생... 충격받은 여교사 헛구역질까지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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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과 관련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 여교사에게 편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고등학교 제자로부터 성적인 표현이 담긴 편지를 받은 교사가 교권침해 결정에도 가해 학생과 분리되지 못한 채 계속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연합뉴스가 19일 보도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매체에 따르면 경기도 내 한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인 A교사는 지난 6월 22일 같은 반 제자 B군으로부터 성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교사의 이름을 존대하지 않고 34회 지칭하며 "교사와 성욕과 관련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학생의 일방적인 애정 표현과 함께 교사에게 같은 감정을 요구하는 협박성 문구도 다수 포함됐다.

B군은 편지를 건네기 며칠 전 종례 후 A교사의 제지에도 교무실까지 따라가고 퇴근하려는 교사를 막아서는 등 생활지도에 불응하기도 했다.

피해 교사의 신고를 받은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심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다. 위원회는 A교사의 신고 사안을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하고, 해당 학생에게 학급 교체와 특별교육 8시간 이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B군이 A교사가 담임인 학급에서 다른 학급으로 교체됐음에도 학교 안에서 두 사람의 실질적인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A교사가 담당하는 과목을 혼자 맡고 있어, 다른 반으로 옮긴 B군을 상대로도 계속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A교사는 2학기 개학을 앞두고 B군의 선택과목 변경이나 온라인 보충 교육 과정을 통한 수강, 시간강사 채용 등의 대안을 학교 측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결국 A교사는 지난 18일 개학을 맞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병가를 냈다.

A교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편지를 읽고 나서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꼈고 한동안 헛구역질하는 등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컸다"며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으로 학생을 마주치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좀 진정됐는데 개학 이후에 그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다시 헛구역질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피해 교원으로 인정받았음에도 가해자의 권리가 우선시된 상황"이라며 "저와 같은 1인 교과 선생님들은 교권 침해를 당해도 강제 전학 외에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는 불합리한 제도는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가 단위 학교 교장 재량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도 교권보호 제도의 사각지대"라며 "교권보호위 심의가 끝났다는 이유로 학교, 지역교육청, 도교육청 어느 기관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기교사노조는 교권침해 결정에도 학생과 피해 교사의 실질적인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가 교실을 떠나야 하는 현실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현행 피해교원 보호체계의 공백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수업 동선을 분리하는 등 현실을 반영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A교사가 근무하는 학교 측에 입장을 묻는 연락을 수차례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교육 당국은 이 사건 피해 교원에게 교권보호전담관을 배정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오는 22일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을 마친 뒤 다음 주 중으로 피해 교사에게 전담관을 긴급하게 배정해 도움을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