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때 기저귀까지 착용…” 갑자기 백발로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한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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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연기 인생, 예능 2년 3개월 만의 복귀
남다른 근황을 깜짝 공개한 중년 배우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배우 이휘향이다.
이휘향은 지난 22일 방송된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39회에 출연해 데뷔 후 첫 스크린 주연작 '가족 여행' 촬영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약 2년 3개월 만이다. 1982년 MBC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휘향은 '수사반장', '종합병원', '딸부잣집', '천국의 계단', '아현동 마님' 등 수많은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배우다. 안방극장을 대표하는 배우로 오랜 시간 자리매김해왔지만 정작 스크린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족 여행'은 치매를 앓는 순임의 생일을 맞아 다섯 식구가 즉흥적으로 부산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휘향은 극 중 치매 환자 순임을 연기하며 그동안 쌓아온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완전히 내려놨다.
촬영장에서 기저귀 착용, 스태프도 몰랐던 선택
방송에서 가장 화제가 된 대목은 이휘향의 백발 등장이다. 그는 방송에 새하얀 백발로 출연해 시선을 끌었는데, 이에 대해 "천연 제 머리색이다. 이 머리 그대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인위적인 분장이 아닌 실제 자신의 머리색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았다는 설명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치매 환자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이휘향은 "촬영할 때 기저귀까지 차고 했다. 촬영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감독이나 제작진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 실행에 옮긴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짐작하게 한다. 그는 이 같은 준비 과정이 치매 환자 순임을 몸으로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치매 환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는 촬영 현장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휘향은 촬영을 앞두고 한 달 동안 부산에 머물며 치매 요양원과 치매 환자들이 다니는 노래 교실 등을 직접 찾아 환자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대본 속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환자들의 표정과 몸짓, 생활 패턴을 관찰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이게 마지막이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이휘향은 이번 작품을 택한 배경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나한테 화려하게 덧칠됐던 것을 다 벗겨버리고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이휘향으로 연기했을 때 누군가에게 기여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이게 마지막이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한번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순수한 연기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가 담긴 발언이다.
이휘향은 방송에서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던 시기도 고백했다. 약 5~6년 전부터 배우 생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그는 "악역을 너무 몰아서 계속해 오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온 이휘향은 "없는 화를 계속 내 안에서 만들어내야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며 반복되는 부정적 감정 연기가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
배우 생활을 접는 것까지 고민했던 그를 다시 연기로 이끈 계기도 공개됐다. 동료 배우들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가'를 이야기하던 중 자신에게는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휘향은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을 소화해 냈을 때 오는 희열은 어디에 비할 수가 없다"며 고민 끝에 "나는 배우를 해야 해"라는 결론을 내리고 연기 활동을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천만 배우 김정태와 만난 '가족 여행', 감독 데뷔도 함께
'가족 여행'은 메인 포스터 공개와 함께 대중에게 첫인상을 남겼다. 이휘향이 안방극장 대모로서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하는 동시에,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 김정태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정태는 극 중 꿈만 좇는 무능력한 남편 창욱 역을 연기하며 정종섭 감독과 공동 연출까지 맡아 배우 경력을 넘어 영화 제작 영역으로 발을 넓혔다.
이 밖에도 실질적 가장 역할인 영주 역은 배우 서영희가,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 시아버지 만철 역은 배우 남경읍이 맡았다. 뱀파이어 코스프레에 몰입한 사춘기 딸 윤진 역은 배우 홍정민이 연기하며 박상면 등이 함께 출연해 한 가족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각기 다른 속마음을 품은 다섯 식구가 부산으로 향하는 즉흥 여행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이 극의 중심축이다.
공개된 메인 포스터에는 "목적지는 하나, 딴생각은 다섯. 이 여행, 정말 괜찮을까?"라는 문구와 함께 낡은 봉고차 안에서 당황한 표정의 창욱(김정태), 즐거운 표정의 순임(이휘향), 따뜻한 눈빛의 영주(서영희)가 담겼다. 영화는 108분 러닝타임에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으며 오는 9월 30일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배우 이휘향은 누구
이휘향은 1960년 11월 19일 전라남도 광주 출신으로 올해 65세다. 168cm, 55kg, O형이며 숭의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술전문대학 연극과에서 전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김두조 씨와 결혼했으나 2005년 사별했다.
서울예전 2학년 졸업반이던 1981년 미스 MBC 선발대회에서 준미스로 선발됐고, 같은 해 MBC 14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서구적인 용모와 연극학과 출신다운 연기력을 앞세워 동기생 중 처음으로 고정 배역을 따냈는데, 1980년대 최고 인기 시추에이션 드라마였던 '수사반장'에서 여순경 역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데뷔 초 결혼했음에도 오히려 결혼 후 더 주목받으며 인기 스타로 자리 잡았다.
1988년 MBC 주말극 '내일 잊으리'에서 자존심 강하고 화려한 사업가 역을 소화해 그해 연기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1989년에는 KBS로 자리를 옮겨 평균 50%대 시청률을 기록한 주말연속극 '달빛가족'에서 맏며느리 역을 맡아 세련된 이미지와 함께 가족 갈등을 중재하는 모습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90년에는 8.15 특집극 '왕조의 세월'에서 이방자 역을 맡아 배우 서인석과 다시 호흡을 맞췄고, 연말에는 주말연속극 '야망의 세월'에서 오윤희(젤소미나) 역으로 전성기를 보냈다. 섹시한 마담 역부터 몰락하는 지하 사업가, 편안해진 노년까지 폭넓은 감정선을 소화하며 그해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고, 이듬해인 1991년에는 같은 작품으로 제27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1994년 MBC '종합병원'과 '야망'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했고, KBS 주말극 '딸부잣집'에서는 장녀이자 커리어우먼 역을 맡아 당시 대표적인 미시 탤런트로 불렸다. 1996년 SBS 주말극 '행복의 시작'에서 엄마 역을 맡아 그해 S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고, 1999년 KBS 주말극 '유정'에서는 중년의 택시기사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연기해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다시 수상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여장부 성격의 배역을 주로 맡았던 이휘향은 2003년 말 방영된 '천국의 계단'에서 악덕 계모 태미라 역을 연기하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아역배우 박신혜의 뺨을 때리는 장면과 후반부 파혼 장면에서 강렬한 공포감을 선사해 이듬해 최고의 악역으로 선정됐고, 이후 못된 엄마 역할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했다. 2022년 '황금가면'에서는 여주인공의 복수를 돕는 조력자 포지션의 여장부 역을, 2023~2024년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는 재벌가 안주인 장숙향 역을 맡아 열연했다.
수상 경력은 1981년 미스 MBC 준미스를 시작으로 1985년 전국연극제 여자 연기상, 1990년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1991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1996년 S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1999년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까지 이어진다.
'수사반장'을 시작으로 '풀잎마다 이슬', '사랑과 야망', '내일 잊으리', '조선왕조 오백년: 파문', '달빛가족', '왕조의 세월', '야망의 세월', '종합병원', '딸부잣집', '행복의 시작', '천국의 계단', '아현동 마님', '메모리스트', '신사와 아가씨', '황금가면', '효심이네 각자도생' 등 40여 년간 수십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안방극장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