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회장까지 바뀌나'…축구계 똘똘 뭉친 초유의 사태, 무슨 일

작성일

상업권 논란서 촉발된 FIFA 회장 불신임 투표 검토
유럽·아시아·북중미 연맹 연대, 인판티노 체제 도전

국제축구연맹(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을 둘러싼 리더십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이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24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방문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페넌트를 전달 하고 있다. / 뉴스1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24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방문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페넌트를 전달 하고 있다. / 뉴스1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 시각) 축구계 관계자를 인용해 UEFA와 AFC, CONCACAF가 인판티노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IFA 역사상 재임 중인 회장을 대상으로 실제 불신임 투표가 진행된 전례는 없는 만큼 이번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논란의 출발점은 월드컵 상업권을 둘러싼 인판티노 회장의 구상이었다. FIFA는 월드컵 관련 상업권을 관리하는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일부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해당 계획은 약 42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가능성이 거론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211개 회원국 축구협회에 서한도 보냈다. 그는 오는 9월까지 해당 계획을 지지하면 각 협회에 4000만 달러(약 580억 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요 대륙연맹과 축구계에서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거버넌스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져 FIFA는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UEFA는 "앞으로도 FIFA가 대회 소유권과 운영권을 민간 자본에 개방하지 않겠다는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렇지 않으면 UEFA 소속 국가대표팀은 FIFA가 주최하는 모든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계획이 백지화된 이후에도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다. FIFA 내부에서는 최고운영책임자 케빈 라무르가 해임됐고, FIFA 부회장인 산도르 차니 헝가리축구협회장도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신뢰를 거둔다는 입장을 밝혔다. UEFA의 알렉산데르 체페린 회장, AFC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칼리파 회장, CONCACAF의 빅토르 몬탈리아니 회장 등도 인판티노 체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대륙연맹들의 움직임이 하나의 공동 전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UEFA와 AFC, CONCACAF는 앞서 FIFA의 월드컵 상업권 사업을 비판하는 공동 입장을 냈다. 이들은 FIFA 지도부의 의사결정과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카타르 도하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카타르 도하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불신임 투표가 실제로 열리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FIFA 정관에 따르면 211개 회원협회 가운데 최소 5분의 1인 43개 협회가 안건을 명시한 서면 요청을 제출하면 FIFA 평의회는 임시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임시총회는 요청을 받은 뒤 3개월 이내에 열려야 하며, 참석 회원협회가 한 표씩 행사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행 정관에는 FIFA 회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별도 조항이 없다.

따라서 현재 논의만으로 인판티노 회장의 퇴진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실제 표결에 필요한 회원국의 지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인판티노 회장에게 우호적인 세력도 여전히 상당하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 등은 그의 리더십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 역시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2027년 3월 예정된 FIFA 회장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경쟁자 역시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이다. 과연 불신임 논의가 실제 선거 구도까지 이어질지가 또 다른 관심사다.

플릿우드 하이야 말라위 축구협회장 역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표 대결로 인판티노 회장과 싸울 준비가 된 사람들은 당당히 앞으로 나와야 한다"라며 "그들이 말라위에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의 최대 변수는 결국 표다. UEFA와 AFC, CONCACAF가 실제 임시총회 소집에 필요한 회원국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인판티노 회장이 현재의 지지 기반을 끝까지 유지할지가 향후 FIFA 권력 구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FIFA 역사상 전례가 없는 현직 회장 불신임 투표가 실제 절차로 이어질지 세계 축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