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운전 중 도로에 쓰러진 남녀 치고 목격자 행세한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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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운전자, 연쇄 추돌 사고 후 목격자 행세하며 도주

선행 교통사고로 도로에 쓰러져 있던 남녀를 차량으로 들이받은 뒤 가해 사실을 숨기고 목격자 행세를 하며 현장을 이탈한 40대 운전자가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실형을 선고받았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형사2부 소속 김성래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도주치사 및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중 1명의 사망에 대해서는 선행 사고로 인한 치명적 상해를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다른 1명에 대한 상해 및 도주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집행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경위 및 다중 추돌 상황
공소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4년 5월 10일 야간에 강원도 고성군 7번 국도 상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80㎞로 규정돼 있었으나 A 씨는 이를 초과한 시속 110.9㎞의 속도로 차량을 주행했다.
사고 발생 직전 피해자인 40대 운전자 B 씨와 동승자 C 씨는 오토바이를 탑승하고 이동하던 중 단독으로 넘어지는 1차 사고를 겪고 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후 이들을 뒤따라 주행하던 다른 승용차가 B 씨의 머리 부위 등을 역과하는 2차 사고가 연속으로 발생했다.
1차 및 2차 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피해자들이 도로에 방치된 상황에서 과속으로 주행하던 A 씨의 차량이 쓰러진 피해자들을 덮치며 3차 사고로 이어졌다.
이 연쇄적인 교통사고의 결과로 B 씨는 결국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동승자인 C 씨는 엉덩이와 무릎 부위 등에 6개월간의 집중 치료가 요구되는 중증 상해를 입었다.
A 씨는 차량으로 사람을 친 사실을 명확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 등 수사 관계자에게 자신은 단순 목격자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을 한 뒤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도주치사 혐의 무죄 판단 근거
수사 기관인 검찰은 A 씨의 3차 사고와 피해자 B 씨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법적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A 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해 형사 재판에 넘겼다.
이에 반발한 A 씨 측은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정식으로 신청해 법정 공방을 벌였다.
A 씨의 변호인은 "피해자는 1·2차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이라고 항변하며 A 씨의 3차 사고와 피해자의 사망 결과 사이에는 법리적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심리한 9명의 배심원 중 6명은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으며 나머지 3명만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담당 재판부 역시 배심원 다수의 평결 결과를 수용해 해당 혐의를 최종적으로 무죄로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B 씨가 1차 및 2차 사고 과정에서 이미 머리와 뇌 부위 등에 생명에 지장을 주는 치명적인 상해를 입었던 의학적 정황을 객관적 근거로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A 씨가 일으킨 3차 사고와 B 씨의 최종 사망 결과 사이에 확정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도주치상 혐의 유죄 인정 및 양형 사유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은 벗었으나 동승자 C 씨에 대한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 다수와 재판부 모두 유죄 판단을 내렸다.
공판 과정에서 A 씨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다른 차량들이 우회하도록 수신호 역할을 직접 수행했으며 사고 현장을 이탈할 당시 자신의 배우자 전화번호 등 인적 사항을 현장에 남겼다는 점을 내세워 도주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방어했다.
하지만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A 씨가 주행 중 사람을 친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목격자인 것처럼 거짓 행세를 해 초기 가해 운전자를 특정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한 점을 강하게 지적하며 유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로 삼았다.
양형과 관련해 배심원 4명은 징역 2년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2명은 징역 1년 의견을 냈다. 나머지 3명의 배심원들은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 6개월 그리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등 엇갈린 양형 의견을 재판부에 개진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배심원 평결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최종 형량을 징역 2년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으며, 현재까지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을 무거운 양형 사유로 들었다.
아울러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응급 차량에 호송될 때까지 차량 통제를 유도해 추가 피해 예방에 노력한 점 등을 정상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